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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조성 바람이 일고 있다. 이는 잠재적인 최대 관광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제주시의회 이기붕 의원은 최근 제주시정 질의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 편의 제공을 위해 오라관광지 내에 차이나타운을 조성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며 의향을 물었다.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은 지금 중국인 제주 방문객이 13만명을 넘어 내년에는 20만명 이상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중국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마케팅전략과 관광상품 개발이 시급한 이유에서다.

특히 81만여 평에 달하는 오라관광단지는 숙박시설과 상업시설, 공공 편의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으로 개발될 예정인데, 국제적 거점형 관광개발을 위해 오라관광단지내에 '차이나타운'을 조성하여 중국 관광객을 유지하자는 요지다.

이와 관련 김태환 제주시장은 "중국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방문 횟수가 증가하고 있어 오라관광지구내의 차이나타운 건설은 국제규모의 관광인프라 구축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공감을 피력했다. 나아가 "오라관광지내 차이나타운 건설에 따른 시설입지 및 타당성, 시설규모, 투자자모집 등 사업시행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현재 오라관광지 개발사업자인 쌍용건설 등과 협의를 거쳐 가능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개발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이 그동안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의향만 있었을 뿐,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진 예가 전무한 데다 차이나타운의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추진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많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업추진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타운 '말만 요란'

지금까지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은 기대심리에서 비롯된 청사진만 제시됐을 뿐이다. 더구나 화교 등 중국인들의 엄청난 투자 의향에도 불구하고 말잔치로 끝난 상담이 허다하다.

지난 1998년 12월 제주도와 공식 투자합의를 했던 중국 기업체가 대표적이다. 당시 홍콩, 대만 등지의 세계적인 화교기업들의 참여로 설립된 중국삼자기업협조총회는 빠르면 이듬해부터 "미화 12억 달러(한화 1조5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의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는 당시 기자 회견을 통해 "삼자기업협조총회 로펑 회장과 대규모 관광리조트 투자에 공식 합의했다"며 "제주도의 관광개발과 관련된 각종 법령 및 행정절차가 끝나는 대로 대규모 리조트 단지 내 차이나타운 및 카지노호텔, 각종 테마파크 사업에 12억달러 규모를 투자키로 했다"고 밝혔었다.

특히 도는 투자시기와 관련 "삼자기업협조총회는 제주도 관광 개발을 위한 모든 사업준비가 끝나는 시점으로부터 3개월 안에 우선 5000만달러를 투자하여 준비회사를 설립키로 했다"며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구체적인 시기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이같은 대규모 리조트를 위시한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은 사실상 '물건너 간 이야기'로 간주되는 실정이다.

제주시도 이미 이전부터 차이나타운 조성을 계획했었다. 1999년 11월 중국 베이징정략무역공사가 제주시 도두동 공유수면 매립지에 차이나타운을 조성하겠다며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2002년 3월까지 6500만달러를 투자해 매립지 6200평에 호텔, 쇼핑센터, 해수사우나 등을 갖춘다'는 것이다. 또 이 업체에서는 차이나타운 내에 중국음식전문 식당과 중국민속공연장을 만들고 내수면 2만평에 1만2000톤 규모의 호화유람선으로 수상호텔을 짓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물론 이같은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투자 의향 외에 추후 사업진척과 조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민간 외자유치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차이나타운 조성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1999년 제주시 의뢰로 한국능률협회가 수립한 '2016년 제주시 비전과 발전전략' 용역은 "제주항 진입로인 산지천 주변에는 차이나타운과 리틀도쿄, 유러피언 거리를 조성해 각국의 풍물과 음식 등을 접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시로서도 중국인 관광객과 외자유치를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를 토대로 한다면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은 말만 요란할 뿐, 실적은 전무하다. 더군다나 무수천 유원지 개발사업 시행예정자인 제대군인사업단㈜ 등이 유원지 내에 콘도와 야외 음악당, 휴게실과 함께 차이나타운 건설을 계획한 것을 비롯 서귀포시 등지에서도 차이나타운 조성계획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시점이다. 차이나타운이 계획대로 조성되더라도 난립에 따른 문제가 돌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일각에선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차이나타운을 조성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나, 곳곳에 화교가 집단을 이룰 경우 파생되는 문제들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며 "차이나타운이 조성되기에 앞서 지역 문화와 환경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제주간담회 자리에서 차이나타운과 쇼핑타운을 세워 중국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했으나 인천에서 지난해부터 이미 차이나타운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제주시와 시의회 등에서 오라관광지에 차이나타운을 조성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외자 유치와 국내 차이나타운 난립 우려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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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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