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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한국교회 지도자의 밤' 행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한국교회 지도자의 밤' 행사 ⓒ 김태형

“제 개인적으로는 여러 목사님들과 시민운동을 함께 하면서 사회문제에 눈뜨게 되었습니다.…분열과 불신의 골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를 용납해 가면서 어떤 경우라도 대화로써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분위기를 조성해 가야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이하 한기총)가 개최한 ‘한국교회 지도자의 밤’ 행사에 보낸 축사 일부이다.

11일 오후 6시부터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 목사들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언급하며, “국민화합과 건전한 정신문화 조성에 교회지도자들이 앞장 서 주기”를 부탁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명박 서울시장, 이영덕 전 국무총리 등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으며,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질타 받는 오늘의 현실을 가슴 아파하고 회개”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한국교회 지도자의 밤 선언문”을 채택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차기 한기총 대표회장 경선을 앞둔 시점에서 사회 지도층급 인사를 대거 초청해 치러진다는 점에서 현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의 ‘세 과시’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논란이 교계 언론 등에서 일고 있다.

올해 한기총 대표회장 경선에는 대형교단을 대표하는 예장합동 길자연 목사와 중소교단을 대표하는 예장대신 양용주 목사의 2파전 양상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 축사 전문
'한국교회 지도자의 밤' 축하메세지

<한국교회 지도자의 밤> 행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해 오신 여러분께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119년 전 처음 이 땅에 들어온 한국교회는 깨어있는 정신으로 시대적 사명을 잘 감당해 왔습니다. 독립운동과 계몽교육으로 조국의 광복을 이끌었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 사랑을 실천하며 어려운 이웃들의 진정한 친구가 돼주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여러 목사님들과 시민운동을 함께 하면서 사회문제에 눈뜨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공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는 용기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기도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감사와 축복을 느낍니다.

한국교회 지도자 여러분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역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여러분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습니다.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앞장 서 주셔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 국민 화합을 위해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분열과 불신의 골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를 용납하면서 어떤 경우라도 대화로써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분위기를 조성해 가야겠습니다.

건강한 정신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도 중요합니다. 범죄는 더 난폭해지고 윤리의식은 약화되고 있습니다. 삶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정신적 공허와 빈곤을 극복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마음속에 소망과 기쁨을 심어가야겠습니다.

교회 지도자 여러분의 헌신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평화롭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여러분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기울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교회 지도자의 밤 행사를 축하드리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2003년 12월 11일 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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