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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편성제작부의 모 PD가 홈페이지 직원게시판에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정연주 사장의 책임을 묻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 문제는 KBS 직원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에 그 주장의 정당성에 대해 검증하고자 한다. 그의 주장은 역시 정 사장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조중동'이 놓치지 않고 반색하며 기사화했다.
이 PD는 "3년 KBS에 있을 한 사람 때문에 30년은 근무해야 할 3000명이 사지로 내몰릴 수는 없다"며 "모두가 알다시피 송두율 프로그램이 계기가 되어 수신료 분리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 프로그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 사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PD는 또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광고 몇 개만 떨어져 나가도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펴야 한다"면서 "한 해 4000억원(KBS 수신료 수입)의 수익을 날리게 된 사태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책임을 제기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 문광위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뭇 사람들이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시점에서 KBS PD의 이런 주장은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PD는 사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이 불평하듯이 송두율 프로그램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인지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내가 보기로는 별 문제가 없다. 설령 보는 관점에 따라 약간의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게 방송법을 개정하여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오버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왜 이렇게 무리하는 것일까? 이 PD는 이 점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0월 20일 "KBS PD협회에 대해 우리 당을 부당하게 공격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청한 바 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다"면서 "KBS 시청료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시기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KBS 흔들기'라는 정략적인 계산도 작용했다.
따라서 송두율 프로그램이 계기가 된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이 프로그램을 트집 잡아 KBS를 흔들고 정 사장을 궁지로 몰아넣으려 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 고리로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것이다. 당연히 '한 해 4000억 원의 수익을 날리게 된 사태'의 책임은 한나라당에게 있다. 그렇다면 이 PD는 사내게시판에 이런 주장을 할 게 아니라 한나라당 홈페이지를 찾아 그곳에 항의의 글을 올려야 마땅하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송두율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은 게 직무유기지 그 프로그램이 비난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건 프로듀서 양식 문제다. 제작의 자율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은지 모르겠다. 요즈음 한나라당은 떼강도집단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도대체 한나라당에게서 합리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신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방송법을 시급하게 개정해야 할 사안이 상존하고 있는 마당에 제67조 2항에 '다만, 수신료의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징수할 수 없다'는 달랑 한 문장의 단서를 신설하는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일인가? 가장 민감하고 취약한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작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000명이 사지로 내몰리지 않으려면 한 마음으로 단결하여 한나라당의 조폭적 행태에 맞서야 할 것이다. 사불범정(邪不犯正)이라 했다. 사악한 것은 바른 것을 범하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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