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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창을 부르는 김수연 명창
축창을 부르는 김수연 명창 ⓒ 안병기
공연은 우리 시대의 소리꾼 중에서 사설에 대한 감정표현이 가장 뛰어난 창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김수연 명창의 축창으로 그 서막을 열었다.



백두에 올라 구궁궁 합장단 치고
한라에 올라 얼씨구 추임새 좋다
순해서 섧고 착해서 미더운
공인된 인류의 보배 판소리 그대
울려라 시베리아 벌판 태평양 넘어
코리아의 소리물결 누리에 가득차도록
울려라 퍼져가라 은하의 저편 까지

한명희 作詩 <인류의 보배 판소리 그대> 一部


행진곡풍인 세마치 장단에 실린 축창의 가락처럼 우리의 소리 판소리도 그렇게 씩씩하게 세계로 뻗어나가길 기대해본다.

박을 타세, 박을타세. 판소리의 拍(박)을 타보세

흥보가를  부르는 박송희 명창
흥보가를 부르는 박송희 명창 ⓒ 안병기
박록주제 흥보가 보유자인 박송희 명창이 뒤를 이었다. 스승인 박록주의 글에다 박송희 명창 자신이 박록주 명창 스타일로 곡을 붙인 <인생백년>이라는 단가로 목을 푼 후 흥보가 중 놀부가 흥보 찾아가는 대목~화초장 차령까지를 차분히 불러 주었다. 고수 정철호.

가자 세계로, 토끼가 자라 등 타고 수궁 들어가듯

수궁가를 열창하는 송순섭 명창
수궁가를 열창하는 송순섭 명창 ⓒ 안병기
박봉술제 적벽가 보유자인 송순섭 명창이 나와서 허두에 단가 <적벽부> 한 자락을 부르고나서 지정받은 <적벽가> 대신 박봉술제 수궁가 중 토끼 자라 등 타고 수궁 들어가는 대목에서 토끼 잡아들이는 대목까지를 불렀다. 역시 소리의 깊은 맛은 남자 명창에게 있다는 사실을 확인케 해 준 무대였다. 그의 남성적인 소리와 함께 호쾌한 발림이 두 눈을 삼삼하게 했다. 고수에 박근영.

어화둥둥 우리 판소리,世世年年 무궁하기를

재담과 즉흥에 뛰아난 오정숙 명창
재담과 즉흥에 뛰아난 오정숙 명창 ⓒ 안병기
이번에는 뛰어난 연기력과 발림, 극적인 소리를 보여주는 오정숙 명창의 무대였다. 항상 스승을 받들어 모시는 그답게 동초 김연수가 지은 단가 <이산 저산>으로 목을 푼 후 춘향모 비는 대목부터 어사또 상봉까지를 들려주었다. 감기가 들어 병원에 다녀왔다는 오정숙 명창은 자신의 실제 코푸는 장면마저 자연스럽게 너름새의 일부로 끼어 넣어 버릴 만큼 역시 재담형식의 아니리와 즉흥성에 뛰어난 분이라는 걸 새삼 실감케 했다. 고수 김청만.

창천의 별과 달처럼 판소리도 그렇게 뚜렷이

인기 절정의 소리꾼 안숙선 명창
인기 절정의 소리꾼 안숙선 명창 ⓒ 안병기
마지막을 장식한 건 판소리게의 프리마돈나 안숙선 명창. 단가 <편시춘>으로 허두를 뗀 후 만정 김소희제 춘향가 중 <화초타령> 대목에서 황후가 된 심청이 아버지를 그리는 <秋月滿庭(추월만정)> 대복까지 그의 서정적인 소리가 청중을 사로잡았다. 고수 정화영.

안숙선 명창의 무대를 끝으로 저녁 7시가 조금 지나서 이 날의 축하 공연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판소리가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우리에겐 전 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이 지워진 셈이다.

판소리가 언젠가는 소멸될 양식이 아닌 미래의 소리로 계속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서 가장 절실한 것은 판소리 전용극장의 설립과 아울러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전통음악 교육 강화 방안 등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화의 속도가 가속도가 붙을수록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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