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과 아산이 고속철도 역사명칭과 관련한 충돌 이후 2차 충돌을 빚으며 분쟁 우려를 낳았던 ‘택시 공동영업구역 지정’ 문제가 지난 4일로 일단락 됐다.
충남도는 지난 3일(수) 오후 2시 충남도 건설교통국장실에서 천안과 아산시의 교통담당 과장 및 택시담당(계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천안·아산 택시사업구역 조정관련 간담회’를 개최, 이번 문제가 조정대상이 될 수 없음을 밝히며 천안측의 조정 요구를 각하했다.
천안시와 택시업계는 이런 충남도의 의견을 수용키로 결정, 분쟁이 우려되던 이번 사태가 마무리됐다.
천안시청 성기훈 교통행정담당은 "택시 사업 권한이 아산시에 있는 이번 영업권 문제는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충남도의 의견을 수용,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동희 천안택시 대표도 “신도시가 개발될 경우 재논의될 소지가 높은 문제”라며 “법을 떠나 현실적 차원에서 이용객들의 편의를 생각해 조정이 필요한 문제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원점식 개인택시조합 아산시지부장은 “양 지자체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이번 문제는 애초부터 타협의 가능성이 없었다”며 “아산을 탓하기 전 아산시를 무시한 채 충남도에 조정을 요구하는 등 성급하게 행동한 천안측의 자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천안 택시업계는 지난 2일(화) 오전 충남도를 방문해 신도시권 내에 있는 고속철도 역사와 관련, 천안시 지역 일부가 이에 편입돼 있다고 밝힌 뒤 시민편의 제공을 위해 고속철도 역사에서 공동영업 및 택시승강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조정을 요청했다. 아산시도 이날 충남도를 방문, 이같은 천안측의 요구는 아산시의 영업권을 무시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아산, 전체통합은 반대 안 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 10월 천안지역 택시업계가 고속철도 역사에서 공동영업을 요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를 아산지역 택시업계가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이 소식은 가뜩이나 고속철도 역사명과 관련,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아산의 지역감정을 자극하며 한동안 신경전을 벌이는 등 양 지역 민심을 긴장시켰다.
이후 지난 11월30일 천안 택시업계가 이 문제로 조정 요청을 위해 충남도를 방문할 계획이라는 추가정보를 입수한 아산 택시업계는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원점식 지부장은 “전체 영업권 통합은 반대 안한다. 하지만 아산보다도 천안의 영업이 잘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아산에 부분통합(역세권)을 요구하는 천안 택시업계의 주장은 아산에 손해를 강요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회의 결과 이같은 생각은 아산 택시업계 관계자 모두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후 아산 택시업계는 지난 2일(화) 법인택시업자 10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을 구성, 충남도를 찾았다.
이날 아산 관계자들은 행정부지사실에서 이명수 부지사를 만나 오전 9시10분부터 10시20분까지 70여분간 아산의 입장을 전달하고 절대 불가입장을 표명한 뒤 돌아왔다. 같은 날 천안지역 택시업계도 법인택시업자 7명, 개인택시업자 2명 등 총 9명으로 짜여진 방문단을 구성, 오전 10시45분부터 11시30분까지 45분여간 건설교통국장실에서 도로교통과장과 면담을 갖고 천안 택시업계의 요구사항과 취지를 전달했다.
충남도는 이와 관련 지난 3일(수) 천안과 아산 교통담당과장 및 택시담당(계장)이 참석한 가운데 ‘천안·아산 택시사업구역 조정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 입장을 분명하게 했다.
이 자리에서 충남도는 택시 공동영업구역 지정문제는 도지사가 직권으로 강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정책적 사안이 아니라며, 조정불가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지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천안과 아산의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충남도청 교통행정계 성덕현씨는 “법적으로 그 부분(역사)만을 통합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부분통합은 조정신청을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충남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체통합도 양 시의 협의 하에서만 가능하며, 그 지역(역사) 사업면허권자인 아산시장의 승인 없이는 승강장 설치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충남도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양 시,'윈-윈’행정 펼쳐야
충남도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천안시의 입장으로 이번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차후 아산신도시 1단계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점에서 다시 불거질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다. 이후 분쟁 소지를 없애고, 더 나아가 이용객들의 편의 도모를 위해서는 전체통합 차원에서 양 시간 사전협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천안시의 경우 신도시에 천안지역도 일부 포함되며, 천안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을 근거로 아산에 부분통합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어차피 이용객에 대한 편의 제공을 단서로 공동영업권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전체통합을 통해 이용객이 제한없는 교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산시의 경우에도 역사명칭의 깊은 골에서 나오는 사고를 지양하고 이용객들의 편의 제공을 생각해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닥쳐서 다급하게 사안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양 시가 사전협의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지혜로운 행정을 도모할 수 있는 마인드가 요구되고 있다.
| | “원칙은 지켜야 합니다” | | | [인터뷰]원점식(충남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아산시지부장) | | | | “원칙이 무시되면 질서가 무너지고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최근 천안 택시업계의 ‘고속철도 역사를 공동영업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주장은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난 4월부터 고속철도 역사명칭과 관련 아산역 사수 투쟁위원회에서 부위원장으로 활동해 온 충남개인택시 운송사업조합 원점식 아산시지부장은 최근 심기가 무척 불편하다.
천안 택시업계에서 이용객들의 편의제공을 이유로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소재 고속철도 역사에 대해 공동영업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딱 맞는 듯하다. 가뜩이나 고속철도 역사명칭에 대한 피해의식이 팽배해 있는 아산시민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리다. 천안측의 요구는 원칙을 무시한 억지 주장이다.”
공동영업구역 지정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는 원 지부장은 모든 것은 잘못된 역명에서 출발하게 됐다며, 다시 한번 안일하고 무책임하게 대응, 이번 사건을 불러일으키는 단초를 제공한 건교부를 비평하며 원칙을 강조했다.
지난달 말 택시영업문제와 관련해 천안 택시업계가 충남도지사 면담을 요청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원 지부장은 법인택시업자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충남도 방문 일정을 정했다.
지난 2일, 11명의 아산 택시업자들은 충남도를 방문, 이명수 행정부지사와 면담을 갖고 아산시의 입장을 전했다. 이날 천안 법인 및 개인택시업자 9명도 충남도를 방문, 건설교통국장실에서 도로교통과장과 45분여간 면담을 갖고 공동영업구역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러나 충남도는 도지사가 직권으로 강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정책적 사안이 아니라며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지자체의 협의가 있어야만 중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충남도의 이날 입장이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원 지부장을 비롯해 아산 방문자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올 수 있었다.
원 지부장은 “천안측은 공동영업권이 안 되면 천안 택시업계에서 승강장이라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천안 택시업계)은 천안지역에 아산 택시들을 위한 승강장을 설치해 주지 않으며 우리들(아산시)에게만 요구하고 있다”고 부당함을 지적하며 “현재 영업도 아산보다 천안이 더 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우리만 손해를 보라는 것과 뭐가 틀리냐”고 성토한다.
이번 일과 관련, 원 지부장을 괴롭히는 문제가 또 하나 있다. 그동안 오랜 세월 호형호제하며 지내던 김해경 천안시지부장과의 사이가 불편해진 것이다.
“둘도 없이 친하던 사이였다. 그런데 이번 일로 서먹서먹한 사이가 돼 버렸다. 개인적으로는 형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하지만 형님도 나를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다”는 원 지부장은 친형같이 지내던 김해경 지부장을 잃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다.
/ 박성규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