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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영을 순시하지 못해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 또한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때 태왕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가만히 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참에 우리도 칼을 좀더 보유해두는 게 어떻겠는가?"
아우가 얼른 이해를 하지 못하자 왕이 다시 말했다.
"아무래도 쇠는 서방 것이 최고이지 않는가? 대월씨 국에는 서방의 명검도 많이 몰려들고…."
"그렇다고 들었습니다만…."
"사실 우리의 검들은 구식인데다 무겁지 않은가. 그 무거운 칼들을 여기서부터 실어가자면 그 무개만도 여간 아닐 것이고…."
병영에 있는 칼들은 10여 년 전, 전투 때 사용한 것들이라 두껍고 투박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음만 먹자면 여기서도 새 칼을 얼마든지 만들 수가 있었다. 그러면 장거리 운반이 비록 번거롭다 해도 따로 쇠를 사거나 칼로 주조하는 일보다는 훨씬 절약이 된다…. 재상이 막 그런 계산을 하고 있는데 태왕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이번 에인의 군사들에겐 신식 검을 안겨주자는 것이네. 첫 출정에 신식 검, 그 또한 좋은 출발이지 않은가?"
"그러나 수천 자루를 한꺼번에 구입하자면 날짜도 많이 걸릴 것이옵니다."
"그래서 생각인데, 그대가 먼저 그쪽으로 떠나는 게 어떻겠는가?"
"제가 말이옵니까?"
"형제 국에서 군사들을 얻자 해도 재상이 나서면 더 수월할 것이고…."
"....."
"그러니까 그대가 원정군사와 검까지 미리 다 준비해두고 에인을 기다린다면 그애도 지체없이 곧바로 현지로 출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제 임무는 대월씨국으로 미리 가서 군수품 일체를 준비한 뒤 그것을 에인에게 넘겨주는 것이로군요."
"그러하네."
"하다면 금도 제가 실어가야겠지요?"
"그렇지. 돈 쓰는 일은 그대가 해야 하니까. 한데, 검이야, 말이야, 군사야, 주문이 자꾸 늘어나는데 과연 금 스무되로 될까?"
"그래도 될 것입니다. 부족하면 그곳에 별읍장님도 계시니까요."
"그렇군 참, 그러고 보니 그대에겐 겸사겸사 아주 잘 된 일이군. 이참에 외삼촌도 만나 뵙고 말이네."
"그런 셈이군요."
"하다면 그대는 언제쯤 떠날 수 있겠는가?"
태왕은 그만 마음이 바빠져서 보채듯 물었다.
"먼저 함께 갈 장수와 정예군들부터 선발해야겠습니다. 타국에서 군사를 뽑자 해도 그들의 안목이 저보다야 뛰어날 것이고 또 먼 길 금괴운반에도 안전할 테니 말이옵니다."
"참 그렇군. 금을 실어 가는데 보호막 군사가 없으면 아니 되겠지. 그렇다면 언제쯤 가능한가?"
"군사는 강 장수에게 선발하라 지시하고…. 저는 에인이 가져갈 물품을 대충이라도 정리해두고…. 잘하면 내일 점심 때쯤은 출발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게, 당장 서둘러주게."
재상은 돌아서다 말고 다시 몸 돌려 태왕에게 말했다.
"한마디 드리고 싶은데요."
"그래 뭔가?"
"선왕께서 말씀하셨지요. 오늘의 아퀴는 오늘 모두 잘 지어야만 뒷날에도 그 분란이 남지 않는다구요."
"그러셨지."
"오늘 이 일이 비록 제후국의 문제라 해도 출정은 나라의 일입니다. 그러니 태대신들에게도 미리 알려두시는 것이 뒷날을 봐서라도 좋으실 듯하옵니다."
"그러겠네."
아우가 멀어져갔다. 태왕은 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참으로 보물이다, 싶었다. 무슨 일을 맡던 혼신을 다해 해결해내는 그 품성과 능력도 예사 사람과 달랐다. 하긴 이 왕실이 복 받은 것은 왕손들이 다 저와 같기 때문일 것이다.
태왕은 어전으로 몸을 돌렸다. 어전 앞뜰엔 햇살이 가득 내려앉아 있었다. 한 치의 어둠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렇게 꽉 차 있었다. 대단한 전망이며 징조였다. 태왕은 혼자 껄껄 웃으며 어전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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