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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배
시인의 배 ⓒ 김강임
천지연 폭포의 힘찬 물줄기는 고요한 바다를 만들었다. 그 고요한 바다 한 켠에 한가로이 떠있는 통나무 배가 있었다. 오가는 관광객들의 발목을 붙잡고 떠있는 통나무 배가 곧 '자리테우'다. '자리테우'는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 중 하나로 생활문화유산 9선 가운데 하나다.

'시인의 배. 영원한 우정의 배. 평화의 배'

테우는 시인 채바다씨가 한·일 해로 탐험에 나섰다 하여 '시인의 배'라 부른다. 그러나 이 통나무 배에는 제주바다를 개척해 온 '은근'과 '끈기'와 '억척스러움'이 배어있다.

제주바다에 한가로이 떠있는 테우
제주바다에 한가로이 떠있는 테우 ⓒ 김강임
테우는 뗏목의 제주 방언으로 통나무로 엮어 만든 원시 고깃배다. 떼배라고도 한다. 테우는 제주바다에서 자리와 해초를 건져내는 고깃배로 돛도 돛대도 없이 한 두 사람만 노를 젓는다.

특히 테우는 제주도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통나무 배다. 그 이유를 설명이라도 해 주듯 천지연 폭포 입구에는 테우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 있다.

천지연폭포 한켠에 있는 테배에 대한 기록
천지연폭포 한켠에 있는 테배에 대한 기록 ⓒ 김강임

구상나무로 만들었다는 통나무 배
구상나무로 만들었다는 통나무 배 ⓒ 김강임
천지연의 폭포수에 숨을 죽이는 바다에는 천지호가 떠 있었다. 천지호는 그리움을 싣고 떠나는 배가 아니었다. 모진 풍랑과 세파에 시달려 오면서도 제주바다를 개척해온 억척스러움이 배어있는 즉, 어부들의 삶의 흔적이 풍겨 나는 배였다.

시인의 배. 영원한 우정의 배. 평화의 배
시인의 배. 영원한 우정의 배. 평화의 배 ⓒ 김강임
더욱이 테우를 만든 통나무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별명을 가진 구상나무다.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 자생하는데 이 구상나무가 죽어 제주인의 삶의 애환과 풍파를 이겨내는 통나무 배의 재료가 된다 하니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테배에서 노를 젓는 아이들
테배에서 노를 젓는 아이들 ⓒ 김강임
이 테배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천녀호에는 철부지 아이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이들이 통나무 배의 의미를 어찌 알랴? 척박한 제주 바다 밭을 일구어 낸 어부들의 고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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