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연 폭포의 힘찬 물줄기는 고요한 바다를 만들었다. 그 고요한 바다 한 켠에 한가로이 떠있는 통나무 배가 있었다. 오가는 관광객들의 발목을 붙잡고 떠있는 통나무 배가 곧 '자리테우'다. '자리테우'는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 중 하나로 생활문화유산 9선 가운데 하나다.
'시인의 배. 영원한 우정의 배. 평화의 배'
테우는 시인 채바다씨가 한·일 해로 탐험에 나섰다 하여 '시인의 배'라 부른다. 그러나 이 통나무 배에는 제주바다를 개척해 온 '은근'과 '끈기'와 '억척스러움'이 배어있다.
테우는 뗏목의 제주 방언으로 통나무로 엮어 만든 원시 고깃배다. 떼배라고도 한다. 테우는 제주바다에서 자리와 해초를 건져내는 고깃배로 돛도 돛대도 없이 한 두 사람만 노를 젓는다.
특히 테우는 제주도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통나무 배다. 그 이유를 설명이라도 해 주듯 천지연 폭포 입구에는 테우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 있다.
천지연의 폭포수에 숨을 죽이는 바다에는 천지호가 떠 있었다. 천지호는 그리움을 싣고 떠나는 배가 아니었다. 모진 풍랑과 세파에 시달려 오면서도 제주바다를 개척해온 억척스러움이 배어있는 즉, 어부들의 삶의 흔적이 풍겨 나는 배였다.
더욱이 테우를 만든 통나무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별명을 가진 구상나무다.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 자생하는데 이 구상나무가 죽어 제주인의 삶의 애환과 풍파를 이겨내는 통나무 배의 재료가 된다 하니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테배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천녀호에는 철부지 아이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이들이 통나무 배의 의미를 어찌 알랴? 척박한 제주 바다 밭을 일구어 낸 어부들의 고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