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자들은 과반수 이상(57.7%)이 '불쾌하지만 분위기나 관계를 고려하여 참았다'고 응답했으며, '전문 상당기관에 전화하거나 방문해서 의논해 보았다'는 응답자는 0.9%에 불과했다.
피해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9%)가 '문제를 제기해 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남학생은 '문제를 제기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과 '상대방의 보복이 두려워서'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여학생의 경우 '대처방법을 몰라서'와 '상대가 윗사람이어서 말을 꺼내기가 곤란해서'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자취생·서남지역 고교출신자 응답비율 높아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0.9%가 '자의든 타의든 섹스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의 37%, 여학생의 21%가 섹스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중 연령대가 높은 99학번 이전 학생들은 57.3%가, 신입생인 03학번은 15.4%가 섹스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거주 형태별로 보면 자취생의 경우 37.3%로 가장 높았으며, 하숙생은 23.6%로 가장 낮았다. 출신 고교 소재 지역별로는 서남지역 소재 고교 출신자가 40.7%로 가장 높았던 반면, 수도권 소재 고교 출신자는 24.4%로 가장 낮았다.
한편, '섹스경험이 없는 주된 이유'는 응답자의 종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개신교 신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경우 45.0%가 섹스경험이 없는 주된 이유로 혼전순결을 든 반면, 종교가 없는 경우 18.3%만이 혼전순결을, 34.2%는 '관계가 그 정도로 진척되지 않아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남학생·이공계·개신교 동성애에 대해 보다 부정적
최초의 섹스 상황에 대해 여학생의 4.5%는 강제적이었다고, 26.1%는 판단이 안 된다고 응답해 남학생(각각 1.9%, 17.7%)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최초의 섹스 시기에 대해서는 41.8%가 20-21세로 응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19세 이전도 18.4%에 달했다.
최초의 섹스 상대자는 이성인 친구나 동료, 선·후배가 81.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남학생의 경우 9.7%가 매매춘업 종사자라고 밝혀 여학생(0%)과 큰 차이를 보였다.
지금까지 섹스를 했던 상대의 수는 1명이었다는 응답이 50.2%, 2명이 20.6%, 3명 이상이 29.1%였고, 임신하거나 하게 한 경험은 5.1%, 낙태하거나 하게 한 경험은 4.0%였다.
한편, 동성교제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7%가 경험(현재 교제중 1.1%, 과거 경험 2.6%)이 있다고 밝혔다.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는 성별, 계열별, 종교별로 차이가 커, 여학생·인문사회계·비개신교에 비해 남학생·이공계·개신교가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 피해도 주의 기울여야
이와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박명규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대학 내의 성의식은 일반 사회적 통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임을 알 수 있었지만, 동성애, 동거,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성별간의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가장 가까운 접촉집단의 성별구성과 성장지역, 종교와 성별 등이 성과 관련된 태도와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차이가 일상생활에서 갈등과 긴장을 야기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성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교육과 바람직한 성의식 형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성희롱과 성폭력이 많은 경우 학생들 상호간에 일어나지만 대학 내 직무관계나 권위관계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기존에 ‘남성=가해자, 여성=피해자’란 통념은 잘못된 것으로 남학생 피해에도 주의를 기울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