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웬만큼 중무장(?)을 해서는 추위를 이겨내지 못할 낮은 체감 온도를 느끼게 한 지난 21일(일) 밤 아산의 명동골목이라 불리는 온천동 소재 문화의 거리(일명 우체국 골목) 입구. 어릴 적 추위를 견디기 위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던 손난로와 같은 추억의 온기를 느끼게 하는 따뜻한 ‘오뎅국물’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김진세(40·아산시 온천동)씨는 문화의 거리를 오뎅국물과 함께 5년 동안 지켜오고 있다.
“2003년이 언제 왔나 싶은데 며칠 후면 2004년이네요. 올해는 유난히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예년과는 달리 크리스마스 트리는 잘 보이지도 않고 캐롤송만 은은하게 들리는 등 한적한 거리가 유난히 더 추위를 느끼게 하는 가운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뎅국물의 김으로 한기가 느껴지는 거리를 덮으며 김씨는 올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곳은 언제부터인가 술자리를 끝낸 사람, 다음 장소로 이동중 잠깐 들른 사람 등 갖가지 사연의 시민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잠깐 머무르는 정류장 역할을 하는 곳이 돼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오면 아산시민들이 내뱉는 정보(?)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손님들 대화중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1순위가 ‘어렵다’ ‘힘들다’입니다. 그만큼 불황을 느끼는 시민들의 체감 경제가 상당한 마이너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어떤 것을 해야 돈을 벌까’라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이제는 그런말 하는 사람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포기한 거죠.”
김씨는 가계 경제 및 시민 체감경제가 IMF때보다 더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시내 경제가 예전 아산군 시절 온양읍 때보다도 못합니다. 어려움을 잊어보려고 술기운을 빌었던 사람들이 낙담과 신세한탄을 늘어놓다 술기운이 약해지면 절로 한숨지으며 다시 술집으로 향하죠.
그런 뒷모습이 지금 아산시의 현실을 보여주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하면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손님들의 한숨을 타고 쏟아져 나오는 입김이 오뎅국물의 김과 어우러져 시야를 가리는 사이 동병상련을 느끼는 김씨의 한숨도 함께 섞인다.
김씨의 송년은 이들에게 최대한 맛난 오뎅과 따뜻한 오뎅국물을 제공하는 것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이것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손님들을 위로하는 김씨의 방식이다.
“내년에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들만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오시는 손님들의 대화에서 희망찬 얘기, 즐거운 얘기만 찾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새벽, 멀리서 캐롤송을 타고 찾아온 찬바람이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순간, 김씨의 손은 따뜻한 오뎅국물로 향한다.
“오뎅국물로 몸 좀 녹이세요.”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