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들이 <중앙일보>가 자신들의 생존권 투쟁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빈민연합 소속 회원 30여명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중앙일보 사옥 앞에서 왜곡보도를 규탄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건설자본 이익 대변하는 중앙일보는 각성하라' '빈민생존권 말살 획책하는 언론재벌 중앙일보 박살내자' '상도동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중앙일보는 폐간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중앙일보를 규탄했다.
피켓시위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채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중앙일보 측에서도 안전요원 10여명을 동원해 항의집회를 가로막았다. 경찰이 시위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일부 철거민은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이영미 전국철거민연합 사무차장은 "언론들이 청계천 노점상과 상도동 철거민의 생존권 투쟁을 폭도집단의 난동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조중동과 SBS 등 언론재벌들이 가장 왜곡보도가 심하다"고 비판했다.
이 차장은 "중앙일보는 상도동 투쟁이 일어났던 11월말 '소극적 대응이 과격 시위 키운다'라는 사설로 경찰의 강제진압을 부추기기까지 했다"고 지적한 뒤 "겨울철 강제철거로 농성장에 남을 수밖에 없는 젖먹이와 할머니를 '인간방패' 전술로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찰의 추정만 갖고 철거민들이 사제총을 쐈을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등 언론의 왜곡보도는 거리로 쫓겨난 철거민들을 두 번 죽이는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선 기자들에게 "우리 입장에서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이 아니다, 단지 사실 그대로 보도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는 언론들이 자사 구미에 맞는 선정적인 장면만 내보내고 있다는 불만도 터뜨렸다. 그는 "주민은 근본적인 주거대책을 요구하는 인터뷰를 했는데도 방송에는 '100~200만원 갖고 어디를 가란 말이냐'는 모습만 방영돼 철거민들이 보상금 때문에 싸우는 것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또 "철거민의 화염병 투척이 강조되면서 철거용역과 공권력의 폭력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도동의 한 주민은 "중앙일보가 잘못 보도한 것을 알리려 온 것인데, 기사는 마음대로 써놓고 항의방문은 가로막느냐"면서 "언론이 똑바로 보도해야지, 사람 죽이는 기사를 쓸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그는 "갈데없는 철거민들이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과 할머니들이 생존권을 찾기 위해 농성장에 남은 것을 '인간방패'로 몰아세우는 것은 상도동 주민을 두번 죽이는 꼴"이라며 "기자들이 펜인지 칼인지 구분도 못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최인기 전빈연 사무처장은 "기자는 한번 쓰고 끝나지만 '인간방패' 등으로 생존권 투쟁을 왜곡하면 주민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며 "선정적인 장면만 부각시키는 언론보도는 시공사의 불법폭력만 정당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같은 요지를 담은 항의서한을 중앙일보측에 전달한 뒤 자신 해산했다. 전빈련은 중앙일보 30일자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청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