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도 색채도 질감도
어제와 똑같은 해가
오늘 다시 떠오르건만
사람들은 왜 오늘 떠오르는 해를 일러
새해라 하고
지금 이 시각을 새아침이라고 할까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왜 사람들은 시간을 가르고 구분하여
일년 365일을 만들었을까
그것은 삼라만상이 하나같이 둥글기 때문
끝없는 우주 공간 속에
장엄한 법칙과 질서가 '존재'하기 때문
그 '존재' 속에서 존재하는
둥근 지구가 스스로 구르는 힘으로
365번을 구르는 동안
저 태양을 한바퀴 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
이 지구가 시간당 1천6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구르고
총알보다 30배나 빠른 시속 10만 6천 킬로미터의 속도로
하루 2백54만4천 킬로미터씩
일년에 9억2천8백56만 킬로미터를 달리는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잔잔한 호수에서 낚시질을 하고
평화로운 거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기 때문
그런 사람들이 해마다 달력을 만들고
자신의 세월을 확인하며
새해 첫날 새벽 산에 올라
새 마음으로 아침해를 맞는 이유는 뭘까
둥글어서 두둥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둥글어서 우주 공간을 둥글게 도는 지구를 느끼며
삼라만상의 둥근 이치를 새롭게 깨달으려는 것이 아닐까
둥글둥글 사는 둥근 마음을 새롭게 얻으려는 것이 아닐까
총알보다 30배나 빠른 속도로
일년 동안 10억 킬로미터 가까운 거리를 날면서도
365일에 맞춰진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지구
장엄한 우주 법칙의 존재, 그 신비한 질서의 이치를
새롭게 음미하려는 것이 아닐까
우주 공간을 빠르게 움직이는 지구를 타고 살망정
지구의 속도와는 정 반대로
느릿느릿 여유 있게 사는 마음을 배우려는 것이 아닐까
비록 좁은 행동 반경 안에서
초라하게 살망정
지구에 실려 일년에 10억 킬로미터의 우주 공간을 날며
70평생 동안 410억 마일의 거리를 여행하는
이 세상 사람 모두가 똑같이
귀하고 신비한 존재임을 알려는 것 아닐까
매일같이 그렇게 먼 하늘 길을 날면서도
하늘의 다른 수많은 별들을 보지 못하고
신비한 우주 법칙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를 느끼고 깨닫기 위해
사람들은 시간의 굽이를 짚어 달력을 만들고
한해를 보내고 맞으며
새해의 첫 아침을 두 손 벌려 맞는 것이 아닐까
달력장에 2004년 갑신년 1월 1일로 매겨진 오늘
이 시(詩를) 읽는 동안에도 이미
1천 마일 이상의 우주 공간을 날고 있는 지금
지구의 한 자리 한반도
충청도 태안의 우뚝한 곳
백화산 날망에서 두 손 벌려 새해를 맞는
우리 고장 태안의 선남선녀들이여
저 찬란한 새해 아침의 새 빛을
하나같이 가슴 가득 안으시기를!
두둥실 떠오른 둥근 해의 둥근 빛을
둥근 마음에 가득 담고
올해는 날마다 빛 고운 먼동을 사뿐 떨치며
산마루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해가 되시기를!
이 새벽 백화산정에서 힘차게 환호하는 기상으로
저 우주를 가슴에 담뿍 안고
해와 달과 수많은 별들과 부지런히 사귀며
10억 킬로미터의 일년 항해를
알차고 풍성하게 수놓아 가시기를!
총알보다 30배나 빠른 지구의 속도는
다 내 여유로운 걸음을 위한 것이니
지구의 속도를 상관하지 말고
때로는 구름에 달 가듯이 느릿느릿
해와 달과 수많은 별들의 의미를 찬찬히 살피며
10억 킬로미터의 일년 항해를
아름답고 의미 있게 가꾸어 가시기를!
새해 새 아침의 저 태양을 향하여
태안 땅 새벽 백화산의 모든 생령들과 함께
축수 기원, 배례 기원합니다.
(2004년 1월 1일의 일출을 보며, 태안 백화산 상봉에서 지요하 봉송)
덧붙이는 글 | 《2004년 해맞이 행사》
◐일시 / 2004년 1월 1일(목) 오전 7시∼8시
◐장소 / 태안읍 백화산 정상
◐주최 / 사단법인 태안반도태안청년회
◐후원 / 태안군
*고장에서 20년 넘게 문인 행세를 해왔으나, 새해 1월 1일 아침에 고장의 명산 백화산 정상에서 내가 지은 '신년 축시'를 낭송해보기는 처음입니다.
아침의 추운 한데 날씨 속에서도 긴 시를 끝까지 경청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아울러 이런 기회를 베출어주신 <태안반도 태안청년회>에도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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