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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어루만지는 음악이야기>  책 표지
<영혼을 어루만지는 음악이야기> 책 표지 ⓒ 안병기
음악이 없는 삶이란 얼마나 적막하고 쓸쓸할까. 속도를 쫓아가다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있어 음악 만큼 간단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위안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체불명의 음악과 수 많은 장르의 음악이 범람하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음악은 또 하나의 소음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이며 어떤 음악을 들어야만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인가.

중국 5경 중의 하나인 <禮記(예기)>가운데 '樂記(악기)'편은 좋은 음악이란 어떤 음악인지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무릇 간사한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면,거슬린 기운이 발동하여 음란한 악이 일어나게 된다.그러나 우아하고 올바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면 온화하고 순조로운 기가 곧 나타나서 그 감동된 마음에 응한다.온화하고 순조로운 기가 나타나면 조화롭고 올바른 음악이 일어나게 된다."

<樂象>,"凡姦聲感人(범간성감인),而逆氣應之(이역기응지),逆氣成象(역기성상),而淫樂與焉(이음여악언),正聲感人(정성감인),而順氣應之(이순기응지),順氣成象(순기성상),而和樂輿焉(이화악여언)"

이미 고희를 넘기신 재미 동포인 최경식씨가 쓴 <영혼을 어루만지는 음악 이야기>(도서출판 한울)는 어떤 음악들이 인간의 영혼을 정화시키고 고양시키는가를 저자 자신의 음악적 편력을 통해 자세히 안내해 주는 지침서이다.

모두 3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1장인 <영혼을 어루만지는 음악>에서는 바흐의 음악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이었는가를 말하며 아울러 윤복희,이종용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대중음악인들이 자신의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에게 <미제레레>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 헨리크 구레츠키,<요한 수난곡> 쓴 아르보 폐르트,<알렐루야>를 작곡한 존 태브너등 영성 작곡가들의 음악들을 명상의 배를 타듯 편력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나즉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2장인 <음악,고독과 환희의 이중주>에서는 김민기와의 만남,피아졸라의 탱고를 연주하는 바이올린 연주자 요요마 이야기,또 장애를 극복한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토마스 콰스토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장애란 닫힌 마음 속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뒤이어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허문 재즈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듀크 앨링턴 이야기, 외롭지는 않았으나 고독했던 수도자 같은 생을 살았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고독과 유명한 재즈 보컬리스트인 빌리 홀리데이의 고단한 삶을 동정하기도 하며 아리아나 가곡 뿐 아니라 영화 <셀부르의 우산>의 주제가 등 샹송도 즐겨부른 디바, 제시 노먼의 노래에서 제시 노먼이 겪었던 고통의 흔적을 찾아내 들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인 3장 <나의 삶,나의 음악>에서는 1.4 후퇴때 고향인 원산에서 피난 내려와 미국 이민을 택하기 까지 자신의 삶의 여정을 배경으로 보여주며 자신의 생이 음악에서 얼마나 많은 위안과 은총을 입었는지를 고백한다.

끝으로 그는 '노자'에 나오는 늙어서 하면 바보가 된다는 세 가지 즉 "손자 돌보기,자식 돈 받기,재산 불리기"를 예로 들며 자신은 인간,음악,영성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추구하다 생을 마치겠노라고 술회한다.

이 책은 시종일관 신앙과 음악이라는 두 개의 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어떤 구절은 나 같은 비종교인을 거북살스럽게도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대로 봐주지 못할 만큼 역겹지는 않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처음 방송에 내보낸 방송인이며 성가에서 뉴 에이지 까지 경계를 넘나들던 한 음악 평론가의 삶의 궤적을 따라 가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영혼을 어루만지는 음악이야기 - 바흐에서 김민기까지

최경식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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