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교무, 이 사람은 내소사 방문에서 종교인으로서 넘지말아야 할 선을 넘었습니다, 문규현, 신부인 자가 폭력시위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가짜 환경운동가 서주원, 3류 정치꾼 백기완…."
추양이 부안군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이하 국추련) 사무처장이 정균환 민주당 의원, 김인경·김종성 '핵폐기장백지화핵발전소추방 범부안대책위' 공동대표, 문규현·문정현 신부,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등 '부안을 망치는 18인'의 이름을 부르자 집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죽여라"를 외쳤다.
핵폐기장 찬성 주민들은 이들 '18인'의 이름이 적힌 마네킹에 차례로 불을 붙였고, 일부 참가자들은 피켓 등으로 마네킹을 내려쳤다. 주변에서 행사를 지켜보던 반핵대책위 측 인사들을 직접 잡아다 태워버리자는 등의 주장도 나왔으나 다행히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안을 망친 18인 죽여라"... 삭발-화형식 이어진 찬성집회
5일 오후 2시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야외무대에서는 '2대 국책사업 부안유치를 위한 범국민 촉구대회'가 열렸다.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부안 핵폐기장 유치 찬성집회였다.
버스 30여대에 나누어 타고 상경한 주민들 700여명은 '아름다운 선택, 부안'이라고 적힌 모자 위에 '유치 찬성'이라고 적힌 띠를 둘러멨다. 주민들은 "10년 후 부안의 모습, 아름다운 선택이었습니다" "지금부터 부안의 희망을 이야기합시다" 등의 구호가 적힌 초록색 피켓을 나누어들었다.
지난해 12월 25일 부안을 출발해 서울까지 행진을 벌인 17명의 도보행진단이 공원에 들어서면서 이날 행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도보행진단을 이끌었던 김향 '부안을 사랑하는 사람' 대표는 "(핵폐기장이 유치되고) 양성자 가속기가 들어오면 20년 뒤엔 부안이 30만이 넘는 대도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한 "부안에서는 (핵폐기장을) 찬성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다, 부안 주민을 분열시키는 환경·반핵·일부 종교 단체는 부안에서 손을 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택 국책사업추진협의회 회장, 정영복 위도발전협의회 회장, 김정언 부안비전 기독인협의회장 등도 연이어 단상에 올라 대통령과 국회의장,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 종교 지도자에게 드리는 글을 차례로 읽어내려 갔다. 이들은 "찬성 측이 배제된 협상이 이루어지거나, 정치권이 반대측 주민들에 대한 손을 계속 들어준다면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이라 밝혔다.
김향 대표, 정영복 회장, 김종인 동진면 발전 협의회장의 삭발식이 진행되면서 행사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정균환 의원,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핵폐기장 반대측 인사들로 구성된 '부안을 망치는 18인 화형식'이 이어졌다.
삭발과 화형식이 진행되는 동안 도민들은 "국책사업 유치" "단결 유치"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사회자는 "이 자리에서 직접 삭발에 참여하실 분들은 단상 위에 올라오라"고 안내했지만, 일반 주민들은 삭발에 참여하지 않았다.
집회를 마치며 국책사업추진협의회는 △2대 국책사업 유치를 통한 부안 발전 △ 반대측에 대한 이해 및 정보교류 △외부세력이 배제된 부안 문제 해결 △주민투표를 염두에 둔 대 군민 홍보 등을 결의서를 채택했다. 단체들은 이날 발표한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국회와 청와대 민원실 등에 보내 핵폐기장 부안 유치의 필요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집회현장 곳곳에서 부안 공무원 눈에 띄여
찬성주민 "국책사업 유치하면 2조 지급"
한편, 이날 집회에 참여한 주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앞줄에서는 찬성하는 주민들이 발언마다 "옳소" "죽여" 등 맞장구를 치며 발언을 경청했고, 기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핵폐기장 찬성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은 '부안 및 전북발전'을 가장 큰 찬성근거로 꼽았다. 백병현(69, 익산)씨는 "폐기장이 유치되면 여러 생산적인 사업이 들어오기 때문에 도민을 위해서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재경향우회 소속 백덕현(60, 상도동)씨는 "국책사업이 유치되면 10년 동안 2조416억원이 지급되고, 한수원 본사 이전, 대학 유치 등 이득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집회장 뒤편에 있던 주민들은 뒷짐을 지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말없이 집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아예 집회장에 100m 정도 떨어진 버스 주차장에 모여있었다. 이들은 참여동기나 찬성이유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거나 "잘 모른다" "좋다는데, 들어보려고 왔다"고 답했다.
한편, '관제데모' 의혹이 일고 있는 이날 집회에는 주민뿐 아니라, 다수의 경찰과 공무원이 눈에 띄었다. 집회가 열리는 무대 한켠에서는 사복을 입은 의경 10여명이 서있었다. 이모 일경은 "군수조, 군의장조, 위도조 등 주요인사 신변보호를 위해 6개조가 편성됐는데, 조당 3∼10명의 경찰이 있다"며 "물건을 나르는 등의 힘쓰는 일도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무대 위에서 행사진행을 보조하던 한 남성은 소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부안군청) 국책사업 지원단"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원단은 당연히 와야 하는 것 아니냐, 행사를 주로 하는 것은 단체들이고 지원단은 그저 심부름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무원 참여규모에 대해 "지원단 소속 공무원 3명과 홍보담당도 왔다, 다른 공무원들은 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는 각 면사무소 직원들도 나와있었다. 버스에 앉아있던 한 공무원은 "면당 2∼3명이 참여했고, 부안군 전체적으로 10여명의 공공근로자, 공익근무요원들이 왔다"며 "일부 찬성 주민도 있지만 대부분 인맥 때문에 나온 것이고, 나도 뜻은 반대인데 직장이 이러니까 왔다"며 난처한 입장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