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서청원 전 대표가 상도동에 왔다 갔습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요전에 최병렬 대표가 왔을 때도 내가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어떻게 하든지 우리 국민들은 참 이상한 데가 있다. 야당이 싸우면 굉장히 인기가 올라간다. 지금 싸움을 한다는 것은 좋다. 싸우는 것은 좋은데… 이거 절대 큰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분당을 하거나 이런 사태가 오면 절대 안 된다. 그것까지 가기 전에 수습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그동안 쭉 정치적으로 경험한 일 중에 바로 제일 중요한 거다. 그런데 이 싸움이 일어나면 일단 국민이 관심을 가지니까 인기는 올라간다. 그래도 너무 싸워서 깨질 정도로 하면 안 된다.'
그것을 오늘도 서청원 전 대표에게 이야기를 아주 강하게, 강하게 했습니다.”
'공천 물갈이'와 관련 심각한 당내 갈등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에게 전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언.
김 전대통령은 7일 저녁 7시 성남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1세기 분당포럼’(대표 이영해) 초청강연에서 당무감사 문건유출사건으로 인한 한나라당 당내갈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야당이 싸우면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인기는 올라가지만 분당사태까지는 가면 안 된다고 최 대표와 서 전 대표에게 충고했다”고 말했다.
“총선·한나라당에 관심 없다면 거짓말”
17대 총선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의향이 있는지, 총선 결과는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승리를 전망”하며, 총선 정국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당이 4개가 있는데 저는 솔직하게 생각해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대해서… 한나라당 관심이 많이 있느냐 이런 얘기하는데. 제가 여기서 관심이 하나도 없다 이러면 거짓말이죠. 제가 아까도 얘기했지만 26세부터 국회의원을 해온 사람인데. 아니 정치에 아무 관심이 없다 이러면 그거 거짓말하고 있는 거죠.
관심이 되게 있습니다. 또 이제 자꾸 사람들이 찾아와요. 이 사람이 찾아오고 저 사람이 찾아오고 이러니까. 그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신문을 안 봐도 다 알거든요. 이 사람 저 사람 다 이야기하고 또 외국에서도 많이 오니까요.”
한편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밝힌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김 전대통령은 “전 전대통령의 이야기는 하기 싫은데 사실은. 29만원이라는 게… 이거 믿는 사람이 절대 없잖아요. 그러니까 참 그런 말은 좀 안 해줬으면 좋을 거 같아요”라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나 아니면 노 대통령 아직도 재야에 있었을 것”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점수를 매겨달라는 청중의 요청에 김 전 대통령은 “내가 생각하기에 점수를 많이 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 20점 줄까요”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 전 대통령은 “지금 현재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너무 말이 많습니다. 대통령이 말할 기회가 많거든요. 그런데 일부러 그냥 자청해서 말을 하는데 할 때마다 문제가 됩니다”라고 노무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들을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나한테도 책임이 있습니다. 왜 그런가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픽업해서 국회의원을 시켜준 사람이거든요. 그 때 안하려고 하는 사람 억지로 시키다시피 했던 사람이란 말입니다. 그 때 국회의원을 안 했더라면 재야에서 지금도 있을 건데요. 참. 그 책임이 나한테도 있어요”라며 현 정부와 노 대통령을 비난했다.
“길을 잃었을 때는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서 “지도자의 무능과 헛된 욕심이 나라를 돌이킬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숲 속에 들어와 길을 잃었을 때는, 처음 들어왔던 길로 되돌아가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작은 미련과 오기가 나라 전체를 파탄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한 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열린 애국심이 필요한 때로 정도를 걷겠다는 지도층의 도덕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강연에는 성남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성남분당갑)과 임태희 의원(성남분당을)을 비롯, 이대엽 성남 시장 등 200여 인사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