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언론사들이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친일인명사전' 모금운동 신화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친일인명사전 발간, 네티즌의 힘으로'의 첫 모금운동이 펼쳐진 지 8일도 안돼 모금액이 4억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네티즌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아직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와 경향, 한겨레, 한국, 문화 등 잇따라 보도
이번 모금운동을 가장 먼저 보도한 곳은 <연합뉴스>. 연합뉴스는 지난 8일 오후 4시20분발로 '친일인명사전 편찬비용 네티즌이 모은다' 제하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에서 "<오마이뉴스>와 민족문제연구소는 국회가 삭감한 올해 편찬 예산 5억원을 오는 8.15 광복절까지 모금할 예정이며 1차로 3.1절에 1억원을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는 이어 '친일인명사전 편찬비용 모금 1억원 돌파'(12일)와 '친일인명사전 모금 캠페인에 DJ도 동참'(15일)을 보도했으며 16일에는 '친일인명사전 모금 '중단요청' 취소 해프닝', '대전서 각 단체 친일인명사전 편찬 모금운동' 등을 연달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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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12일 모금액이 1억원을 돌파하자 다음날인 13일자 1면에 '국회의원이 가로막는 사업, 네티즌이 해낸다' 기사를 통해 관련 소식을 상세하게 다뤘다. <중앙일보>는 같은 소식을 13일자 사회면에 보도했다.
또 송광호 한나라당 의원과 설훈 민주당 의원,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등 정치인들이 13일 모금운동 대열에 합류하자 경향신문, 한겨레는 14일자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특히 모금운동 시작 이전부터 사설과 독자투고란 등을 통해 친일인명사전 발행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한겨레>는 사진과 함께 관련 기사를 크게 실었다. 한겨레는 15일 모금액이 3억원을 넘어서자 16일자에서 '친일인명사전 모금 불길' 제하 기사를 추가로 게재했다.
<한국일보>는 13일자에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의 인터뷰를 싣고 네티즌들의 뜨거운 열기를 접하는 임 소장의 벅찬 소감을 전했다.
| | <문화일보> 금주의 인물에 김호룡씨 선정 | | | '친일인명사전' 모금 제안자…17일자 1면 톱 장식 | | | | '친일인명사전' 관련 모금운동을 처음으로 제안한 김호룡(부산 동인고 교사)씨가 일간지 1면 톱을 장식했다. <문화일보>는 17일자에서 김씨를 금주의 인물로 선정하고 1면에 '국민 힘으로 역사 바로잡기'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문화일보는 "김씨가 인터넷상에서 벌인 모금운동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1주일만에 4억원을 넘어섰다"며 "국회에서 삭감된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 예산 5억원이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문화일보는 또 국회의 관련예산 삭감과 관련,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아무리 엄혹한 시대라 하더라도 진실의 힘, 역사의 물길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슈만 있다면 시공을 초월해 벌떼같이 모여들어 결딴을 내버리는 인터넷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는 20면에 별도로 김씨 인터뷰를 실어 모금운동을 제안하게 된 계기와 모금현황,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 등을 소상하게 실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지난 7일 우연히 오마이뉴스에서 국회 예산삭감 소식을 듣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며 분개했다"고 말하고 "친일의 역사를 지금이라도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해방 이후 권력에 의해서든 민중에 의해서든 비슷한 문제를 청산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면서 "세월이 지나 현실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후대를 위해 기록으로라도 남기자는 것이 이렇게 어렵단 말이냐"고 개탄했다. / 신미희 | | | | |
방송3사 보도 열기도 후끈
방송사 중 친일인명사전 모금운동을 가장 활발하게 전하고 있는 곳은 MBC이다.
MBC는 9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가장 먼저 모금 소식을 보도한데 이어 11일에도 '독도우표' 문제로 촉발된 한일 네티즌간 사이버전을 다루는 기사 말미에 모금운동 현황을 다뤘다. MBC는 또 14일 <생방송 화제집중>에서 집중적으로 이번 모금운동을 다뤘다.
KBS는 10일부터 라디오와 TV 등에서 관련 보도를 다루기 시작했다. 13일에는 <뉴스9>에서 '친일 인명사전 모금 1억원 돌파'를 보도하는 한편, <시사투나잇>에서는 모금운동 소식 외에 과거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조명하는 등 친일인명사전 발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행정자치부가 15일 오후 6시쯤 현행법 위반을 들어 민족문제연구소에 모금운동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가 네티즌들 항의로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자 언론의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16일자에서 '신고절차 무시 모금 '불법성' 논란' 제하 기사를 실었다. 연합뉴스와 경향신문은 각각 관련 보도에서 당시 사태를 '해프닝'과 '촌극'으로 표현하며 행자부의 사려 깊지 못한 태도를 비판했다.
KBS는 15일 <뉴스9>에서 행자부가 민족문제연구소에 공문을 보낸 사실을 내보냈다. KBS는 다음날 아침 <뉴스라인>을 통해 행자부의 공문 취소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번 공문 번복 사태로 행정자치부는 그릇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네티즌들의 뜨거운 열망을 사전에 헤아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고 전했다.
그동안 모금운동에 침묵을 지켰던 SBS도 입을 열었다. SBS는 16일 <아침 종합뉴스>에서 "(모금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 때문에) 파문이 커지자 행자부는 밤 9시쯤 다시 공문을 보내 철회한다고 물러섰다"며 "친일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자는 네티즌들의 열기는 모금 합법 절차로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댓글을 통한 네티즌들의 참여 열기도 고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모금운동 메인 기사에는 17일 현재 3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올라왔다. '다음' 카페에도 모금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글이 넘쳐나고 있으며 '친일인명사전'은 각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동아> "불법모금".....<조선>은 끝내 침묵
그러나 친일언론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동아일보는 17일자 초판에서 '장관님의 불법모금' 제하 기자칼럼을 통해 모금운동의 불법성을 지적하면서 허성관 행자부 장관을 비판해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동아>는 서울시내 등 일부 지역의 배달판에서 관련 칼럼을 뺐다.
조선일보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단 한 건의 기사도 싣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에 2004년 1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네티즌 파워'는 없다, '민족정기 되살리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