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설날을 중국 사람들은 '춘절(春節)'이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이 춘절이 중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명절이 되어 가는듯한 느낌이다.
화교들은 돈을 모으기 위해 악착같이 일하느라 자기들이 살고 있는 나라의 명절은 거의 잊고 지내지만 춘절이 되면 1주일 이상씩 쉬고 어떤 사람은 한 달씩 쉬기도 한다. 그들에게 1년 내내 쉬지 않고 일하다 춘절을 전후해 왜 그렇게 오래 쉬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가관이다. 정월 달에 일을 많이 하면 일년 내내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화교들은 차이나타운을 형성하여 그들만의 집단을 만들고 자신의 말을 잊지 않고 사용하면서 고유의 문화를 지켜나간다. 이것이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잠재력을 높이는 힘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교들은 전세계에 걸쳐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연결한 거대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최근 중국 본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의 신년덕담
중국 사람들은 모든 것을 돈과 관련지어 생각하기 좋아한다. 당연히 명절 덕담도 예외 없이 돈과 관련시키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쓰는 말이 "공히발재(恭喜發財)"라는 말이다. "공시파차이"라고 불리는 이 말은 "새해 축하합니다. 돈 많이 버십시오"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중국에서 일반 서민들의 설날 선물로는 단연 밀감이 인기다. 금색을 띠는 밀감은 황금을 연상시키는데 밀감 한 상자 선물하면서 금 덩어리 한 상자를 선물하는 의미를 담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밀감의 가격도 시장 가격보다는 돈이 연상되도록 가격을 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밀감 한 개는 8.3센트이고 한 상자는 8달러 8.6센트라고 가격을 정한다. 여기에는 밀감 자체의 시장 가격보다는 '행운'을 담고 있다.
중국인들은 각 숫자에 건강, 장수 등의 뜻을 부여하고 있는데 3은 장수를 의미하고 6은 행운을, 8은 복(福)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 숫자를 조합하여 밀감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특히 8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8'과 '발전한다'는 뜻의 '발(發)'의 발음이 '파'로 같기 때문이다. 밀감을 주면서 복도 주고 발전하라는 덕담도 전달하는 것이다. 받는 사람은 행운과 복을 받으니 기분이 좋고 파는 사람은 돈을 벌어 좋은 것이다.
당연히 이런 의미때문에 춘절이 되면 밀감의 수요가 많아지게 된다. 이때 중국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화교들에게 밀감을 수출하여 한 몫을 톡톡히 건질 정도라고 한다.
몇 해전까지는 뉴질랜드나 호주 산 밀감이 많았으나 작년부터 중국 산이 많아지더니 올해는 일본 산도 어렵지 않고 찾을 수 있다.
뉴질랜드 산은 오렌지처럼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고 중국산은 물이 너무 많아 맛이 덜한 데 비해 일본 산은 값이 비싸긴 해도 맛이 좋아 인기가 좋다. 밀감과 덩달아 사과도 함께 등장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일본은 양력으로 설을 쇠니 설날이 명절이 아닌데 중국의 춘절을 겨냥해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일본이 선보인 사과에는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합격용 사과처럼 껍질에 덕담이 적힌 글씨를 새겨 놓았다. 그리고 대형 백화점에서는 일본의 찹쌀떡 만드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직접 만드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