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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방송(iTV)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본금은 잠식되고 적자는 누적되지만 뚜렷한 전망이 보이질 않는다. 여기에는 인천과 경기남부로 제한되어 있는 협소한 권역과 이에 따른 광고 수입의 한계 등 구조적이고 원천적인 제약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방송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책임의 대부분은 전적으로 대주주를 포함한 경영진에 있음을 주지하고자 한다. 경인방송 노조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엉뚱한 짓만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1월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261명 중 167명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해놓고 있는 상태다. 파업의 배경은 경영진의 방송 사유화 및 독립성 침해에 있다.

사측은 작년 9월 19일 보도, 편성, 제작국장 등의 보직을 일방적으로 해임했다. 그리고 편성국을 기획실 소속으로 밀어 넣는 몰상식한 개편을 단행했으며, 3개 국장은 지금까지 공석으로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같은 파행을 주도하고 있는 이는 2대 주주인 대한제당이 임명한 박상은 회장과 1대 주주인 동양화학이 임명한 김주철 사장이다.

경인방송 노조 관계자는 “박 회장은 사원들 임금이 높다거나 경인방송은 3류라며 조직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려왔고, 보도국 경력기자를 공채할 때는 이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할 것을 강요하는 등 숱한 문제를 일으켜왔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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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경인방송이 경영의 안정을 기하며 좋은 방송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길은 있는가? 노조는 소유구조 개편을 통한 ‘공익적 민영방송’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불가피하고도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동양화학은 지금까지 대주주로서의 책임에 걸맞는 투자를 한 적도 없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동양화학 소유인 사옥 임대료만 해도 지금까지 200억원에 이름에도 방송장비조차 리스로 구입했을 정도 투자에 인색했다고 한다.

동양화학의 주식지분은 30%이다. 그리고 2대 주주인 대한제당이 25.75%를 소유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양대 주주들은 회장과 사장을 각각 대리인으로 내세워 방송을 사유화하며 방송외 목적에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 노조는 동양화학과 대한제당의 소유지분을 10% 이내로 줄이는 조건으로 공익재단 설립을 통한 소유분산, 지자체의 참여, 시민주 방송으로의 전환 등의 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이밖에도 사장 중심의 단일 대표이사제로의 전환, 추천위원회를 통한 대표이사 공모, 편성국장 제작국장 보도국장의 임기제 도입, 소유구조와 적정투자규모에 대해 논의할 대주주와 노조의 직접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내가 보기로 경인방송의 활로는 자명하다. 인천방송으로 출발한 경인방송은 우선 인천시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에 밀착된 보도와 편성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작 해야 할 일은 않고 권역을 넓힐 안이한 궁리만 해왔다.

우선 인천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그 다음 행보가 힘을 받는 법인데, 그리 하지 않은 것이다. 인천시민과 경기도민들이 경인방송을 열심히 시청할 이유가 없으며, 당연히 경인방송이 어려움을 호소해도 지역민들이 귀담아 듣지 않는다. 경영진은 이 점에 대해 책임을 질 때가 됐다.

그리고 구조적으로는 무책임한 지배주주의 권한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소유구조를 개혁하여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한편으로 국장 임기제 등 제반 민주적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현재의 지배주주들에게는 회사를 정상화하고 안정화시킬 의지가 없으니 당연한 선택이다.

소유는 공영적 소유로,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방송은 방송인에게. 이 원칙을 지키면서 지역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살길이다. 권역 확대는 그 다음 문제다. 이 같은 방향을 설정하고 고군분투하는 경인방송 노조에게 전폭적인 지지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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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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