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향 어느 집 마당에선가 밤부터 슬프디 슬픈 상여 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어~호~어어~호 어이가리 넘자~넘아요
북망산천이 머다~마는~
어~호~어어~호 어이가리 넘자~넘아요."
| 꽃상여 나가는 날
최근 기자 |
옛 우리 고향 마을의 상가집 풍경이 이랬습니다. 상을 당하신 상주와 가족들은 슬픔에 잠겨 곡 소리에 흐느꼈습니다. 문상을 오신 동네분들은 즐겁게 놀아주는 것이 상주와 가족들의 슬픔을 덜어준다 하여 상여 소리와 윷놀이 등으로 밤을 하얗게 새웠다고 합니다.
상여가 나가기 하루 전에 이미 꽃상여는 상가집 앞마당에 놓여집니다. 그러면 동네의 힘 좋은 젊은 청년들이 꽃상여를 메고 발도 맞춰 보고 높이와 서로의 위치를 조정해 봅니다. 일종의 예행 연습인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빈상여를 메'는 것으로 초경부터 이경, 삼경까지 시간 간격을 두고 상여를 멨다고 합니다. 더 옛날에는 초경부터 시작해서 오경까지도 멨다고 합니다.
동이 트고 날이 새면 상주와 가족들은 고인이 잠들어 있는 오동나무 관 앞에 병풍을 치고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꽃상여 위에 관을 조심스럽게 올려 놓고 새끼줄로 동여맨 후 나머지 장식을 합니다. 그렇게 꽃상여를 화려하게 꾸민 후 앞소리꾼의 소리에 맞춰 상두꾼들이 일제히 힘을 주며 꽃상여를 들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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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부르는 소리를 '향두가' 또는 '행성소리', '상여소리'라고 합니다. 앞소리꾼과 상두꾼들이 선창과 후창으로 나눠서 발을 맞추고 힘이 들지 않도록 신명을 냅니다. 이 상여 소리는 지역마다 약간씩 다릅니다.
이번 영상에 등장하시는 정정태 할아버지는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상여 소리를 구전으로 배웠다고 합니다. 동네에서 상여가 나가는 날이면 당신께서 항상 앞소리꾼을 맡았습니다. 정정태 할아버지는 이제는 상여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다음에는 누가 상여소리를 할까 하고 걱정을 하십니다. 과연 이 상여 소리를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꽃상여와 상여 소리가 어우러진 상여 행렬은 동네 어귀와 고인의 집 대문 앞에 한 차례씩 상여를 놓고 쉽니다. 그러면 고인의 가족들은 상두꾼과 구경하는 동네 사람들에게 술과 음식을 나눠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소리꾼이 소리를 합니다.
"북망산천~ 머다마는~ 어~호~ 어어 ~호 어이가리 넘자~ 넘아요"
이 상여 소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고인은 묻힐 곳으로 향합니다. 철 없는 동네 꼬마들만이 상여 뒤를 따릅니다.
| 정정태 할아버지의 상여 소리
최근 기자 |
덧붙이는 글 | 이 영상은 전라남도 순천시 상사면 흘산리 서정마을 고 최순남 할머니께서 꽃상여를 타시던 날 찍은 것입니다. 그리고 정정태 할아버지께서 상여 소리를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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