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20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4·15 총선에 모든 것을 던졌다”며 “열린우리당이 원내 제1당이 되지 못한다면 총선이 끝나면 즉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또 “야당 대표가 지역구에서 함께 대결하자고 제안한다면 피할 이유가 없다”며, “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개인의 지역구 문제는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의 소위 '총선 총동원론'에 대해 정 의장은 “지난 일요일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당으로 필요로 하는 인사의 영입을 대통령께 건의했다”며 “문희상 실장과 유인태 수석은 결심을 했고, 김진표 부총리, 강금실 장관 등은 본인이 고사하고 있지만 계속 설득중”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입당 시기에 대해 정 의장은 “3월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후 총선과 재신임 문제와의 연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사항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당이 총선을 통해 법률적 차원이 아닌 정치적 재신임 여부를 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의장은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고 용기있는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그 용기를 갖고 열린우리당과 함께 했으면 더욱 힘있게 지역구도를 타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광온 MBC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오광균 KBS 해설위원, 김형민 SBS 사회1부장, 정영근 YTN 정치부장, 문영기 CBS 해설주간이 토론자로 나섰으며, 이미경, 이부영 중앙위원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의 주요 질의 응답 내용.
"1당 못 되면 즉시 모든 책임지겠다"
-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개인적인 압박감은 없나.
“대전에 있을 때 한 기자가 와서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을 알려줬다.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전혀 생각 못했던 일이다.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용기있게 결단한 것 같다.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자신을 던져 지역 구도를 넘고자 하는 (조대표의) 진정성을 높게 평가하지만, 그랬더라면 열린우리당에 함께 같이 하는 게 어땠을까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23명의 의원들이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했다. 그 때 나는 조순형 대표를 간판으로 생각하고 찾아갔다. 선배님을 모시고 신당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래서 조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고 나는 그 자리에 나가지도 않았다. 사심 때문에 진정성이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 함께 했던 의원들 가운데 21명이 열린우리당에 있다. 조순형, 추미애 의원이 열린우리당에 있다면 더욱 속도감있고 파괴감있게 지역구도를 타파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조 대표에게) 한 가지 더 주문하겠다. (대구에 출마할)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조 대표는 범개협(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4대 정치개혁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범개협의 정치개혁안은 백 번해도 국민의 이익에 합당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한민자(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개악동맹을 탈피하고 열린우리당과 공조할 것을 부탁드린다.”
-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이 종로 맞대결을 제안했다.
“정치가 한판 붙자 이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야당 총재가 그런 제안을 한다면 피할 이유가 없다.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제 목표는 개인 지역구가 아니라 우리당을 위력적인 당으로 만들어 원내 제1당을 만드는 것이다.”
- '정동영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거라고 보는가. 총선 제1당을 위한 비책이 있는가.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이 안 됐을 때 책임질 의향이 있는가.
“책임지겠다. 총선이 끝나는 즉시 한계를 두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 모든 것을 던졌다. 결연한 자세로 임하겠다.
정동영 효과라고 하니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제 특정 정당의 지도자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막힌 곳을 뚫고 가려운 곳을 긁어드리겠다. 이것이 일차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정동영 효과가 아니라 우리당의 개혁지도부 효과라고 생각한다.”
- 열린우리당은 총선 올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총동원 체제라고도 말하기도 하는데. 현재까지 영입에 노력을 기울여온 청와대 수석이나 장·차관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나.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필요하다고 대통령께 건의했다. 모시고 싶고 결심하신 걸로 안다. 정찬용 수석도 그렇다. 김진표 부총리는 아직 고사하고 있다. 강금실 장관은 더 완강하게 고사한다. 그 외에도 한명숙 장관, 권기홍 장관 등 많은 분들이 있다. 안정적이고 힘있는 정당을 만드는 게 참여정부에 더 바람직하다고 설득하고 있다. 국민의 신임과 사랑을 받고 있는 많은 분들이 열린우리당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 노무현 대통령의 입당 시기가 너무 정략적이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다. 노 대통령의 총선 전 입당이 선거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가.
“시기를 조율하지는 못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끝난 다음일 것이다. 중간수사발표라도 되면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노 대통령이 입당해서 민생경제를 당과 함께 챙긴다면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3월 이전에 입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당에 힘을 줄 것인지 뺄 것인지 국민들에게 물을 것이다.”
- 이미지에 너무 신경을 쓴다는 꼬리표가 있다. 이미지 정치에 빠져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정치를 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자세와 태도를 평가한 것 아니겠는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능력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내공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쌓겠다.”
- 열린우리당의 총선전략은 한나라당과의 양강구도로 민주당 역시 비개혁당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형제당 이야기는 어떻게 된 건가.
“3강 구도면 한나라당이 어부지리 한다. 3강 구도에서 양강구도로 가고 있다. 반드시 양강구도를 만들어 낼 것이다. 민주당과는 개혁의 정체성을 두고 겨루고 있다. 그 핵심은 정치개혁과 햇볕정책이다. 민주당은 정치개혁에 있어 한나라당과 형제를 하고 있다. 우리당과 공조해야 한다. 지역정서에 기대려는 낡은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 불법대선자금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규모의 크고 적음을 떠나 불법자금을 쓴 것은 잘못 아닌가. 대선자금의 내역을 전부 공개할 의향은 없는가.
“열린우리당의 대표적인 불법대선자금은 두 가지가 있다. 금호와 한화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 사안은 상대방이 영수증을 끊어주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절차상의 하자는 인정한다. 대통령의 측근 비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것과 차떼기가 똑같다고 그러면 받아들일 수가 없다.
지금 검찰은 완벽하게 중립적인 검찰이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았다면, 노무현 정부는 부패정치를 청산한 것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번 총선 때부터 그러한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개법 협상은 '선악'의 문제
-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께서는 재신임을 물어서는 안 되고, 당에서는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사항이나 그러나 정치적으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현재의 의석수를 맞바꿨다면 그것보다 더 확실한 재신임이 어디 있겠는가. 반대로 한나라당이 과반수 정당이 됐다면 법률적인 문제와 별개로 정치적 불신임이다. 힘있는 여당을 만들어 대통령을 확실하게 재신임해주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정개법을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선악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표결 처리될 건데 또 육탄저지할 건가.
“막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당을 위해 막는 게 아니다. 육탄저지가 아니라 그 이상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선악이다. 독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렇다.
범개협의 정치개혁안은 우리당이 만든 게 아니다. 최병렬 대표도 제안했고 박관용 의장이 선정한 사람들이 만든 안이다. 최병렬 대표는 혁명적인 변화를 약속하지 않았는가. 범개협의 개혁안을 패키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건 양보할 수 없다. 자신있다. 국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 부안 핵폐기장과 새만금 사업에 대한 입장은.
“부안 핵폐기장의 경우 처음에는 정부가 전라북도에 도와줄 게 없을까 해서 선의로 시작한 사업이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때 문제가 있었다. 맨 처음에만 해도 부안과 위도에 찬성이 꽤 있었고 전라북도는 대부분 찬성했다.
주민투표는 언제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사항은 아니고, 찬성·반대측과 지방자치단체가 논의해서 해결할 문제이다.
새만금 사업은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이 박약했던 상황에서 시작했던 사업이다. 지금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했지만 이미 막대한 예산이 소요됐고 공사 진척도 상당부분 이뤄졌다. 새만금은 우리 당대의 문제가 아니라 차세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종도 신공항을 개발할 때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황해는 아시아의 지중해다. 길게 보면 복이 될 수 있다. 그런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북송금 관련자 특별 사면을 청와대에 건의한 적이 있나.
“건의는 안했다. 총선전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번영정책을 밀고 가는 참여정부에서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의견은 반반일 것이다. 특별 사면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외교부 인사조치 이후 공직사회에 삼불운동(불필요한 것은 말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는다) 풍토가 번진다고 한다.
“공무원도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절도와 한계가 있다. 더구나 외교정책을 다루는 관리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외교부 문제의 경우) 내가 듣기로는 도를 넘었다. 반기문 외교로 후임이 결정된 이후 우리 국민과 미국도 원만하게 넘어간 것 같다. 공무원 사회의 삼불운동에 대해 지어낸 부분도 있고 일정 부분 맞기도 하지만 참여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정부의 철학을 이해하고 따르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