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만선의 기쁨을 가져다 주는, 그래서 자식들을 모두 훌륭하게 키워내는 소중한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편과 자식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하는, 삶과 죽음의 두 모습을 모두 가진 곳이다. 그러하기에 매번 바닷길을 갈 때마다 저마다의 목숨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배를 탄 사람이나 뭍에 남은 가족들이나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풍어제는 본래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또한 어촌 마을 주민들의 불안과 근심, 그리고 만선과 풍어에 대한 기대가 한데 어우러진 신명나는 한판 놀이 마당이다.
놀이 마당이라 표현한 데에는 풍어제가 그저 단순히 무사안녕을 비는 기원제의 성격만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속신앙이라는 종교적인 성격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이 다 함께 참여하여 화목과 협동을 다지고 한 해 뱃길이 무사히 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논의를 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또 노래와 춤,은유적인 비판과 익살스런 대화나 몸짓 등은, 마을 풍어제를 이웃 동네 사람들까지 모두 와서 한바탕 놀다가는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풍어제는 보통 음력으로 3월 무렵에 행해진다. '영등철'이라고 하는 겨울 바람이 매서운 시기가 지나고 본격적인 출어를 나서기 전에 마을 단위로 제를 지내는 것이다. 제를 행하는 기간도 보통 사나흘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하는 곳도 있다.
오는 29일까지 부산광역시 기장군 공수마을에서 행해지는 올 해 첫 풍어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올 한해 바다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풍어제가 밤낮으로 열리고 있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이 풍어제에 참석한 사람들의 기원은 남다르다. 작년 한해 태풍 매미로 인해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가 처지기 때문이다. 인력으로야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올해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간절하다. 올해는 바닷길뿐만 아니라 우리네 서민들 사는 삶의 길도 부디 넓게넓게 활짝 열렸으면 하는 기원도 당달아 해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신문 디비지뉴스 (www.dbgnews.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