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 남기는 것은 무엇일까. 홀가분한 새 출발의 의미만 있을 리는 없다. 시인 김옥림씨가 최근 자신의 이혼 경험을 담은 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 <불 켜진 집은 따뜻하다>는 이 책은 이혼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씨는 이 자전적 에세이 <불 켜진 집은 따뜻하다>를 통해‘불 켜진 집’과‘불 꺼진 집’의 차이를 가슴 뭉클하게 전하고 있다. 김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도란도란 모여 살던 온기 가득한 집이 지금은 냉기만 가득한 폐허로 변해 버렸다고 전한다.
김씨는 지난 1994년 시 전문 계간지 <시세계>와 <문학세계>에 각각 시와 수필로 신인상을 수상한 후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그대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외 다수를 출간, 전업 시인으로 활동하며 소박한 가정을 꾸려왔다.
“경제적 이유 20년 결혼생활 종지부” 고백
그러나 IMF 이후 작가로서 별다른 수입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내가 운영해오던 식당마저 파산해 위기가 닥치자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20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간절한 이혼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가족을 위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가슴을 치며 이혼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홀로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눈곱 낀 얼굴로 주방을 오가는 자신을 보면 미치도록 처량 맞다”고 회고할 만큼.
“혼자 밥을 먹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쏟아냈는지 모릅니다. 정말 식구들과 함께 밥 먹고, 차도 마시고 싶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행복도 이혼한 남자는 누릴 수 없더군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자괴감에 ‘그만 삶을 포기할까’도 여러 번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용기를 내 한 권을 책을 출간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정을 지키지 못한 자의 한과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리기 위해서이다.
혼자 밥 먹으며 눈물 쏟은 고통 알리고 파
물론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숨기고 있던 자신의 이혼 사실을 고백하는 일은 평소 이혼한 사람들을 ‘인생의 실패자’로 여겨왔던 그에게 ‘너도 별 볼일 없는 인간이구나’라는 주변사람들의 눈초리를 감수해야 했다.
“이혼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이혼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이혼을 할 때는 이 방법밖에 없겠다 싶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정의 품이 얼마나 따뜻한지 새삼 느낀다는 증거겠지요. 나라도 발 벗고 나서 이혼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수반하는 결정인지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그는 이혼 반대 전도사로 적극 나설 생각이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우울하고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온 그에게 이혼은 ‘영원히 미친 짓’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