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권교체가 확정되면서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방문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조명록 특사의 미국 방문이 2-3개월 정도 일찍 실현되었다면, 또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면, 한반도의 운명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국민의 정부 당시 남북관계 개선을 주도해온 임동원 전 외교안보통일특보의 소회다.
지난 28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변형윤)이 수상하는 제6회 통일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 전 특보는 기념강연에서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북미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며 “선 핵폐기, 후 협상을 밀어붙이며 (북한의) 굴복을 강요하는 부시 행정부의 고압적인 접근방법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임 전 특보는 “북한 고립화, 봉쇄 군사적 조치 등을 주장하는 네오콘의 ‘선제공격 독트린’은 타당성이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그러한 접근방법은 오히려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특보는 “한반도문제에 관한 한 우리가 주도적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지지와 협력을 얻어가야 한다"면서, "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확고한 신념과 비전을 갖고 할 말을 할 때에 우방도 우리를 존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해 임 전 특보는 “참여정부가 출범초 ‘평화 번영의 대북정책’ 추진 첫단계를 ‘북핵문제 해결’에 두고 이에 맞춰 남북 경협을 추진한다는 ‘연계전략’을 발표해 우려를 자아냈으나, 실제로는 남북관계개선과 핵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행전략’을 유지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며 국민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해 줄 것을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임 전 특보는 “먼저 ‘핵포기’를 선언하고 ‘다자안전보장’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핵개발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 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정세현 통일부 장관을 비롯 한완상 전 통일부 장관, 강원룡 평화포럼 이사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함께 평화공존의 시대흐름을 직시한 임 특보의 확고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남북관계가 평화와 화해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며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과 성과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