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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이 또다른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지난 한해동안 제주시는 3357명에 대한 주민등록을 말소했다. 각 동사무소의 일제정리나 사망신고 등에 따른 것이다.

제주시가 지난 일년간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를 집계한 결과 사망신고 977명, 일제정리 686명, 세대주 신고 261명 등이었다. 문제는 '이해관계인'으로부터의 의뢰로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된 경우가 1296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주민등록 말소자 가운데 38.6%가 가족이 아니라 채권·채무 관계에 얽힌 금융기관과 채무이해 관계자들의 신청이 주된 이유로 직권말소 됐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제주시에만 경제난에 따른 주민등록 직권말소로 무적자에 처해진 사람만 수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황모씨(여·41·제주시 노형동)는 지난해말 H 신용카드 할부대금 등 1500여만원을 갚지 못한데다 여러 달 동안 연락이 끊겨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경제불황이 맞물리며 신용카드사가 가압류 등의 법적 절차를 이행하기 위하여 황씨의 무단전출 직권말소를 신청한 때문이다.

이해관계인의 의뢰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제주시내 동별 현황을 보면 이도2동 276명을 비롯 연동 192명, 노형동 186명, 일도2동 169명 등 공동주택 등 인구이동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사실상의 무적자(無籍者)가 양산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주민등록 담당공무원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주민등록 직권말소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일명 무적자(無籍者)는 살아있지만 법적으로 살아있다고 확인할 길이 없다. 또한 주민등록이 말소되면 사실상 공식적인 사회 활동을 할 수 없어 갖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특히 주민등록이 말소될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서 제외되는 데다 취업과 자녀들의 취학 등이 제약을 받는 등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금융권 등 채권자들의 무차별적인 주민등록 직권말소 의뢰가 무적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갚을 수 있는 여지를 두지 않고 채권회수에만 몰두하여 수천여명의 시민들을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불가능하게 하고 재기마저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는 주민등록 직권말소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이와 관련 제주시 관계자는 "경제불황으로 금융권 등으로부터 주민등록 직권말소 의뢰가 적지 않게 들어오는 실정"이라며 "해당 주민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현장 확인 등의 절차를 신중하게 벌이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제주타임스에 게재되는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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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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