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인 박원홍·조웅규 의원이 남북합작으로 설립돼 조선복권합영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주패(갬블링)사이트의 사업승인 취소 이유를 집중 추궁하며 정세현 통일부 장관을 거세게 질타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대표적 보수인사로 알려진 박원홍 의원은 위법성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던 전례를 들며 주패사이트의 개방을 요구하는가 하면, 남북간 인터넷 교류활성화를 위해 "북한에 컴퓨터도 넘기고, 광케이블도 깔아주고, 전선도 해 줘서, 인터넷을 개방할 수 있도록 진취적 생각을 가지라"고 당부해 의외라는 반응을 낳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말 통일부 국정감사 때만 하더라도 "북한측이 개설한 도박사이트에 남쪽사람들이 불법적으로 가입해 카드와 계좌이체를 통해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을 북한에 보내고 있다"고 주장해 같은 당 조웅규 의원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마디로 180도 달라진 것.
박원홍 의원 "북한에 컴퓨터 넘기고 광케이블도 깔아주고 전선도 해줘라"
박 의원은 6일 오후 정세현 통일부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주패사이트에 대한 사업승인을 취소하고 접속을 차단시킨 통일부 조치의 부당성을 역설하며 "혹 감정적 대응은 아니었냐"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남한쪽 공동사업자인) 훈넷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훈넷이 이기건 통일부가 이기건 모두가 지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행정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남북 협력의 큰 뜻에 비춰서 화해하고 협력할 때이다, 필요하다면 본 위원이나 국회가 나설 수도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사행성이 없는 북한 쪽 바둑사이트와 로또 사이트를 통일부가 나서 접속차단시킨것을 "실익이 없는 지나친 조치"라고 질타하며 자신의 대안프로그램인 5단계 '박원홍 프로세스'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는 현 정부의 공식입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통일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남북 통신인터넷 의정서 체결, 개성공단, 금강산 지구 등의 지역통신망 구축, 대북 IT지원 플랜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도 필요하다"면서 "북한 개방이 중요한 목표라면 그쪽에 컴퓨터 넘기고, 광케이블도 깔아주고, 전선도 해 줘 인터넷을 개방토록 하라, 그 방면으로 진취적 생각을 가지고 해 달라"고 정세현 장관에게 요구했다.
조웅규 의원 "공안검사도 안 하겠다는 걸 왜 통일부가 나서나"
'비정치적인 남북 인터넷 교류에 대해 정부의 사전 승인을 예외로 하자'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조웅규 한나라당 의원은 한층더 강한 톤으로 통일부의 주패사이트 승인취소를 비판했다.
조 의원은 "남북한 관련 범죄자를 처벌하는 최전방 지휘자인 공안 1부장 검사가 북한의 주패사이트에 대하여 6개월 이상을 조사하고 1년 이상을 지켜 본 후, 비정치적인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은 사람들에 대하여 조사할 계획도 없고, 처벌하면 다른 국내 및 해외 친북사이트 이용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고 지적하며 통일부의 주패사이트 폐쇄조치에 강력히 항의했다.
조 의원은 "공안부장 검사나 사이버수사대까지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을 통일부가 왜 나서서 처벌하겠다고 하는지, 그 근거가 무엇이며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타당하지 않은 처사였다면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고 이 기회에 남북한간에 인터넷을 개방하는 계기로 삼아 교류협력법 개정에 적극 앞장 서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답변에서 나선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주)훈넷의 경협사업승인 취소 결정 이유에 대해 "인터넷이 도박장화 돼서는 안 되겠다고 해서 그런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근거 없이 했다기보다는 관련법 절차에 의해서 명령을 내렸었고 유관부처의 협의를 거쳤고, 승인취소 하겠다는 사전 통보를 했는데 명령도 거부했고, 승인취소 얘기에도 불구하고 따르지 않았다"고 책임을 훈넷 측에 돌렸다.
정 장관은 북쪽이 운용하는 바둑 및 로또 사이트의 접속차단 조치에 대해서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그렇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측 사이트의 개방에 앞서 "남북간 통신합의서가 체결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 가정에 컴퓨터가 없고 인트라넷은 있지만 인터넷이 개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기관을 상대로 교류하는 것이 현 상태로서 남북간 교류협력을 활성화시키는데 효과가 바로 나겠는가"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보였다.
정 장관은 훈넷의 사업승인 취소 조치가 통일부의 감정적 대응은 아니었냐는 이들 의원들의 질문에는 "나는 언제까지나 법과 시행령 규정에 의거해서 조치를 취해왔다"고 답변했다.
정 장관은 특히 이들 두 의원들의 실무적 질문이 계속되자 현황파악이 잘 돼있지 않은 때문인지 "연구해 보겠다, 답안을 작성할 시간을 달라"며 즉답을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고,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교류협력국장에게 답변을 맡기기도 했다.
정 장관 대신 답변에 나선 박흥렬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주패사이트에 이어 사행성이 없는 로또 및 바둑 사이트를 폐쇄한 이유에 대해 "두 사업은 하나의 사업에 동시에 발생된 사업이고, 도박 사이트를 폐지하고 나머지 사이트 놔둘 경우 인터넷 속성상 두 개의 사이트를 통해 우회적으로 취소된 도박 사이트를 서비스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