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론이 졸속으로 진행된 배경에는 패널 선정에 그 문제가 있다 하겠다.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본다면 이 토론은 당초부터 문제투성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동성애자 패널 부재로 인해 스스로의 권리를 대등한 지위에서 공격하고 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고, 둘째 청소년보호법시행령을 만든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책임자를 패널로 선정하지 않았고, 셋째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7조 개별심의기준 중 동성애를 삭제할 것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 책임자를 패널로 선정하지 않았고, 넷째 국가인권위원회의 동성애 삭제 권고안 철회를 주장함으로 인해 한 동성애자를 자살로 내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책임자를 패널로 선정하지 않은 것이다.
위와 같이 당사자주의를 외면함으로써 TV토론은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찬성측으로 나온 패널들이 언제부터 동성애자들의 삶과 인권에 대해 활동하고 연구했는가? 난 그들이 동성애와 관련된 칼럼이나 글을 한번도 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동성애자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 비유한다면 반대측은 논의할 가치도 없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결국 이같이 당사자주의를 외면한 TV 토론이 주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었다.
다를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무지는 한국과 같이 오랜 세월동안 일본제국주의와 개발독재, 군사독재 하의 병영국가로 불리는 체제에서는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이 획일화된 선전 선동에 따라 모두가 이성애자여야 하며, 모두가 결혼해서 가정을 가져야 하며(심지어 동성애자들끼리도), 모두가 아이를 낳아야 하며, 모두의 사상은 동일해야 하며, 모든 학생은 반드시 학교에서 교복을 입어야 한다. 이것을 어기면 그 즉시 유형과 무형의 제재가 가해진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차이와 다름은 곧 차별로 이어지며 별종 취급받거나 심지어 검열 받거나 감옥을 가야 한다. 학교에서 복장이 조금만 달라도, 사상이 달라도, 피부색이 달라도, 사회적 신분이 달라도, 머리색이 달라도, 총 들기를 거부하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하면 모두 차별받거나 권리를 박탈당한다. 그리고 이 차별과 인권침해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검열하고 통제하게 만든다.
'It`s different' 한번쯤 TV광고에서 이 문구를 보았을 것이다. 모 기업의 핸드폰 선전 문구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차이와 다름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 기업들의 도구로 활용되어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 곳곳에서 차이는 인정되기 어렵다. 공교육을 통해 관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차이와 다를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소위 정상인들만 살아가야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임태훈 기자는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98-2002),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99-2001), 홍석천의 커밍아웃을 지지하는 모임 집행위원(2000-2001), 동성애자 차별반대 공동행동 집행위원(2001-2002), 인터넷 국가검열반대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을 거쳐 현재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성적소수자(LGBT)그룹 대표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