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문단의 원로 김시종 시인(62·문경문협회장 및 문경중학교장)이 오는 8월 31일로 37년 간의 교단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한다. 퇴임기념식을 극구 만류하는 스승 김 시인에게 제자들이 교단 경력과 같은 37년간의 시인 경력 중 빼어난 시들을 뽑아 정년퇴임기념시집을 엮어 올렸다.

해학과 풍자의 원로시인으로 한국문단에 널리 알려진 김 시인의 23번째 시집인 <세상에서 젤 재밌는 시집 II>은 문경중학교 23회 이상욱 변호사와 26회 김병연씨 등이 엮어, 김 시인 자신이 책머리를 쓰고, 수필가 정재호씨가 기념문을 썼으며, 백승익 전 교장의 일어 번역시가 돋보인다.

화가 김홍도의 서당 그림을 전면 표지화로 삼고, 유복자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이 땅에 넘어졌지만, 가난과 이 땅을 딛고 일어서는데 결정적인 후원자로 지난 2001년 1월에 작고한 어머니 안복임 여사의 생전 사진을 후면 표지로 하였다. 문경중학교 교장 집무실의 사진을 속표지로 한데 이어 김 시인이 소년시절 문학의 길로 걸어가게 된 동기가 된 송구화씨의 동시 '어머니 생각'을 반세기만에 찾아 김 시인이 직접 작곡해 전면 표지 뒷면에 실어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풍자와 해학이 주류를 이루는 그의 시 저변에는 역사의식과 현실인식이 깔려있어 현장감이 넘치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기 자신을 작중 인물로 삼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본 시집에서 작고하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시대의 풍자시인 김병연(김삿갓)이 다시 살아난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도 드는 김 시인의 짧은 시편들을 읽으면, 어떨 때는 웃음으로, 또 어떨 때는 눈물로, 또 한편으론 얼음같이 냉정한 사회비판으로 맛 좋은 풍자와 해학의 비빔밥을 한 그릇 다 먹는 것처럼 감칠맛이 난다.

특히 홀어머니 슬하에서 가난을 밥먹듯 하며 보낸 문경고 학창시절 이대성 은사님의 은혜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으며, 사장 박윤소 학형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들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 1967년 노산 이은상 시인이 심사하는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부문 당선 이후 수천 편의 시와 23권의 시집을 썼으며 수십명의 문인을 중앙문단에 배출시켰고 10여종의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최초 전자시집 '한국의 현대시'에 자유시 20편이 선정 게재될 정도로 현존 해학과 풍자 시인으로서는 한국문단에 독보적인 존재이다.

아직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기에 작품에 대한 최종 평가는 시기상조일 것이고, 이제 바쁜 생활을 떠나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기에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시집을 펴낼 것으로 보이며, 더욱 훌륭한 작품을 접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