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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본회의에서 석방요구 결의안이 통과돼 석방된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 나와 동료의원들에게 인사를 한뒤 환한 표정으로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9일 본회의에서 석방요구 결의안이 통과돼 석방된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 나와 동료의원들에게 인사를 한뒤 환한 표정으로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누가 이들에게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의회권력을 안겨주었던가.

국민의 이목이 FTA 비준안과 파병동의안으로 가있던 사이, 대한민국 국회는 구치소에 갇혀있던 '동지'를 구출해내는 장거(壯擧)를 이룩해냈다.

'서청원 의원 석방요구 결의안'은 기습적으로 상정되어 통과되었고, 이날 밤 서청원 의원은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동지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구치소에 들어가있던 조직원을 이렇게 구출해내는 용맹스러운 힘을 다른 어느 집단이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조폭집단도 결코 따라오지 못할 강고한 의리요, 강철같은 대오이다.

지금 우리 국회는 가히 7전8기의 신화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여론을 상대로 엎치락 뒤치락하며 승부를 겨루고 있는 모습이다.

강고한 의리요, 강철같은 대오

방탄국회가 여론의 비판에 밀려 지속불가능하게 되자, 국회는 아예 체포동의안들을 모두 부결시켜 버렸다. 그러나 국민여론을 등에 업은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국회의원들의 무더기 구속사태가 이어졌다.

그래서 방탄국회의 위력도, 불체포특권의 위력도 이제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했지만, 그것도 잠시, 국회는 마침내 구치소에 갇혀있던 동지를 구출해내는 회심의 역전극을 펼친 것이다. 국민상식의 허를 찌르며 그들은 국민여론을 상대로 승부를 거는 도박을 한 셈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말한다. "한화 김승연 대표가 보냈다는 팩스 한 장을 근거로 현역 의원을 도주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속한 검찰 수사는 잘못이다."

그러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이 아니라 법원이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했다면 그만한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높은 처단형이 예상되고 도주우려가 있다"며 영장발부 사유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서 의원은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서 의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부터 채권 10억원을 받았다고 했지만, 서 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 의원의 불구속상태가 지속될 경우 과연 정상적인 수사가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 의원의 석방은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거나 혹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구속된 의원이 어디 서 의원 뿐인가.

불법자금 청문회...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민주당의 박주선·이훈평 의원 경우도 돈을 받은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럼에도 힘있는 한나라당 의원만 석방되었다.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라는 말이 나올 판이다.

오늘부터 청문회가 열린다. 이름하여 불법자금 청문회이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여 구속시킨 사람은 빼내고, 새삼스럽게 불법자금의 진상을 조사하겠다니. 얼굴이 간지러워서 그런 청문회를 어떻게들 할지 지켜보아야겠다.

방탄국회도 모자라 석방결의까지 해대는 국회의 모습을 보면, 도덕적 해이의 단계를 넘어 이제 도덕적 파탄의 단계로 간 느낌이다.

'의사일정 변경동의안'까지 기습제출하며 서청원 구출작전의 선봉에 섰던 31명의 국회의원들. 이들이야말로 낙천-낙선대상 1순위가 아니겠는가. 국민의 눈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며 모든 것을 다한다 해도, 결국 그들을 심판하는 것은 우리의 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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