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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프레스센터 앞에서 성희롱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00일 가까이 철야농성을 계속해왔다.
스포츠조선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프레스센터 앞에서 성희롱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00일 가까이 철야농성을 계속해왔다. ⓒ 스포츠조선노조
노동부가 지난해 11월 ㈜스포츠조선 여직원 3명이 낸 성희롱 진정사건에 대해 지난달 20일 성희롱이 아니라는 행정판결을 내려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이 행정판결을 근거로 사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여성들은 물론 성희롱 진상규명을 요구해온 스포츠조선 노조 조합원 22명을 해고, 정직, 견책 등 중징계를 내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스포츠조선, 피해여직원 등 노조조합원 22명 중징계 파문

서울지방노동청 남녀고용평등위원회는 스포츠조선 여직원 서모씨 등 2명이 낸 진정사건에서 서씨 등의 상사인 박모씨와 김모씨의 성희롱 가해 여부에 대해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사측에 대해서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만 인정해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서울남부지방노동사무소는 판결문에서 피진정인이 성희롱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동석했던 다른 여성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점, ‘거증자료’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의도적 성적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간 노동부 지침이나 여성부 결정 등이 가해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행위가 원하지 않는 언행인가를 중심으로 판단해온 것에 비춰볼 때 이번 판결은 여성인권보호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김보연 한국성폭력상담소 간사는 “성희롱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느낌”이라고 말하고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감정을 1차적으로 존중하지 않은 판결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지원해온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탁종렬씨는 “성희롱 사건에 증거가 있을 리 없는데 가해자가 아니라고 해서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하면 웬만한 직장 내 성희롱을 노동부가 방조하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피해여성들에 따르면 성희롱에 대한 폭로가 있은 뒤 부서가 전환됐으며 가해자가 이들을 불러 “성희롱이 대체 뭐냐”고 따졌다고 한다. 또 이번 판결에서 스포츠조선이 단 한번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아 여성인권보호에 무관심한 사내 분위기였다는 정황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행정판결 후에는 판매국, 광고사업국, 총무국 사원 명의로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성명서가 나오는 등 동료들과의 갈등까지 겹쳐 피해여성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포츠조선은 행정판결 뒤인 지난 4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성희롱 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해온 이영식 스포츠조선 노조위원장과 송철웅 부위원장을 해고하고 사무국장 등 노조 집행부 7명에 대해 1~14개월의 정직을, 피해여성들을 포함해 13명의 조합원에 대해 견책 징계를 내렸다. 이에 앞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서울여성의전화는 스포츠조선에 “행정판결과 무관하게 피해여성들의 경우 성희롱으로 여겨질 수 있으며 중징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징계가 강행됐다.

피해여성들은 판결 뒤 사내 게시판에 발표한 ‘우리들은 억울합니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성희롱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조작극을 꾸몄다는 말을 들어야하는 우리들의 심정은 찢어집니다”라며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번 판결로 이들은 여성부나 국가위원회 등 타 부처에 진정을 호소할 길도 막혔다. 노동부에서 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 내 그 어떤 부처에서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스포츠조선은 이번 징계 외에도 피해여성, 노조 간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으로 거액의 손배소를 청구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성희롱 문제를 제기했던 피해여성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차후로 유사한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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