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것은 설날 며칠 후 말레이시아 출장길이었다. 2월 1일은 말레이시아의 최대 명절이라 할 수 있는 '하리라야 쿠르반'이었다. 이 날이 되면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우리처럼 고향으로 떠나기 때문에 심한 도로 정체가 발생하게 된다.
이 와중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수도인 콸라룸푸르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3차선 고속도로에서 2차선으로 줄어드는 구간에서 잠시 정체가 생기는 것 같더니 다시 정상흐름으로 바뀌는 것이 신기하여 창 밖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2차선의 한가한 건너편 상행선 한 차선으로 하행선 차들이 달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 참을 달리다 정체가 풀리는 어느 지점에 가니 상행선으로 달리던 차량들이 다시 원래의 차선으로 복귀하여 달리고 있었다.
간단하면서도 너무나 참신한 생각 같아서 휴게소에 들렀을 때 자세히 살펴보니 고속도로 순찰대원이 고가도로 위에서 모니터를 설치하고 상황을 살피다 정체가 일어나면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를 분리하고 비상 차량이 정체가 발생된 일정구간에 도로 차단 경보판을 설치한 다음 경찰은 밀리는 하행선 차선의 차량을 반대편 상행선으로 유도하여 국도처럼 주행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이것은 올라 올 때도 방향만 다를 뿐이지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었다.
생각하면 방법도 있지 않을까?
설날이 되면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약 1주 전부터 설문조사에 의하면 언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귀성길에 오를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어느 구간은 진입구간을 폐쇄한다는 등의 정보를 알려 주지만 이것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 동안 개선이 되었다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자는 캠페인이나 화물차 진입금지, 버스 전용차선을 만든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은 한쪽의 권리를 포기하게 하여 불편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을 권장해야 하는 입장에서 화물차의 고속도로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을 인정하지만 고객의 납기를 맞추어야 하는 수출업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타당한 대책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그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타성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새로운 발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에게 맞게 적용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일까지 하게 되면 도로공사의 직원들이나 경찰관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겠지만 서민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에너지 낭비도 막게 될 테니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일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