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목)부터 시작된 강희복 아산시장의‘2004 시민과의 대화’가 지난 9일(월) 온양 6동(온주동)을 끝으로 모두 끝났다.
높아진 주민의식 수준을 실감한 이번 시민과의 대화는 시정 홍보를 위한 ‘말(言)시정’으로 끝났던 예년 시민과의 대화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시 행정에 경각심을 심어주는 자리가 됐다.
이러한 시민의식을 대변하듯 주민건의도 350건으로 지난해보다 65%가 증가했으며, 날카로운 식견과 질책이 이어졌다.
그러나 탕정면은 최근 불거진 삼성공단 확장반대 시위로 인한 주민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무기한 연기돼 16개 읍면동만 방문, 아쉬움을 남겼다.
탕정면에 대한 아쉬움
이번 시민과의 대화에 나선 강 시장에 대한 평가는 첫 방문지인 염치읍과 다음 방문지인 배방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주민들의 불편·성토 속에 강 시장의 노력과 행정 추진력에 대한 인정이 베어 있었다. 하지만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도 그 속에 함께 있었다. ‘강 시장이 노력하는 모습은 인정한다. 그러나 직원들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주민의 성토 속에 섞여 나온 비판이다.
아울러 “메아리 없는 주민건의만 매년 하면 뭐하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건의만 있을 뿐 답변은 없다는 것.
벌어진 후에야 처리하려 드는 안일한 시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사전 노력에 대한 요구도 강했다.
“어렵고 힘들다고 피하지만 말고 부딪혀 해결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충고 목소리는 작았지만 또렷이 들렸다. 한 시민이 사례로 든 탕정면민과의 대화 실패 및 회피에 대한 평가는 이같은 충고에 큰 파급력을 줬다.
이 시민은 지난 10일(화) 오후 시청 상황실에서 마련된 도지사와의 면담에서 보여준 심대평 도지사의 기술(?)을 높이 샀다.
“삼성과 주민들 중 누구 편을 들거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주민 편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1000억원에 이르는 세금 등 삼성이 지역에 주는 이익을 생각해 본다면 주민들도 아산시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것이라 생각됩니다. 해결점을 강 시장님과 저에게서 찾으면 좋을 것 같은데….”
삼성공단 확장을 반발하며 강한 불만을 갖고 자리에 참석한 탕정면민들의 감정을 희석시키는 노련함을 보인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물론, 말을 잘 한다고 시정을 잘 이끄는 것은 아니지만 갖춰야 할 시정 수행 능력 중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무기를 놓게 할 수 없다면 창끝이라도 무디게 만들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주민과의 대화에 나서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2월14일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