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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6일 전 직원 토론회를 열고 있는 오마이뉴스 편집국
지난해 10월 16일 전 직원 토론회를 열고 있는 오마이뉴스 편집국 ⓒ 오마이뉴스 남소연

  'Don't Mind Your Manners'- by Yi Sang Ho

주위를 둘러보면, '입바른 소리'를 잘 하는 사람이 한둘은 꼭 있습니다. 대학원에 입학을 한 채 직장생활을 할 때, 우리 부서에 참 입바른 소리 잘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팀장댁 집들이에 가서도 음식이 맛없으면, 웃으면서 "오늘 음식 와 이렇노…. 먹을 게 하나도 없네…"라고 하면서 곧잘 투덜거립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이 좀 부실하고 맛이 없어도,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맛있다고 해주지만, 그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확히 자기가 느낀 대로 말을 직설적으로 해버립니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나머지 사람들 불만까지 한꺼번에 실어서 보내기 때문에, 대부분 속이 시원해지곤 합니다.

이 사람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동료들이 속으로 가지고 있는 불만들을 상사들에게 그대로 표출해버리는 것입니다. 동료들은 그를 바라볼 때마다 내심 불안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그의 말을 참으로 시원하게 생각합니다. 선천적으로 미사여구를 사용해서 아부할 줄 모르는 천성 때문입니다. 그의 '버릇없는 행동'으로 상사들에게는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버릇'과 권력적 언론

<오마이뉴스> 창간 4주년을 바라보면서 문득 '그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상사들의 평가는 '버릇없다'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버릇없음이 대부분의 동료들에게는 시원함으로 작용을 했습니다.

'버릇이 있다·없다'라는 말은 동양의 전통적인 '예(禮)'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동양의 예는 실제 상·하를 엄격하게 구분함으로써 전통적인 봉건체제를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물론 공자는 이러한 엄격한 구분과 더불어 '악(樂)'을 통한 화해와 통합의 논리를 만들어 놓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예의 '엄격함'만이 남아 있을 따름입니다.

이러한 예는 특히 아랫사람의 행동양식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벗어나는 행동들은 으레 '버릇없는 행동'으로 치부해 버립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버릇'과 관련된 논의가 항상 상·하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막거나 해야할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아랫사람은 침묵으로 일관하게 하고, 윗사람은 명령으로 조직을 운영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는 '말'을 해야 할 언론에게도 적용되었습니다. 권력이 윗사람과 동일시 되면서, 자신에게 '입 바른 소리를 하는 언론'은 참으로 버릇없는 존재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언론의 역사에서 권력을 향해 입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은 입이 틀어 막힐 각오를 할 때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버릇 있는 말'만 골라서 하게 되었던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렇게 '버릇 있는 말'만 골라서 하다보니, 언론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권력의 편에서 말을 하는 '권력의 입'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력의 입'이 되다보니 자신도 어느새 권력이 되었고, 이제는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입 바른 소리는 고사하고, 할 말도 하지 못하는 언론이 되었던 것이죠.

자신이 권력이 되면, 이제 자신을 향해서 하는 말까지도 '버릇없는 말'이 됩니다. 버릇없는 말을 듣는 어른들은 늘상 '버르장머리'를 고치려고 하듯이, 한국의 언론들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서 늘 '펜 권력의 폭력'을 저지르게 됩니다. 언론에도 권력이 있고 폭력이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버릇없는 언론에 거는 기대

<오마이뉴스>는 버릇없는 언론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할 말만 하고 마는 언론'이 아니라, '입 바른 소리를 언제나 달고 다니는 적극적 언론'을 의미합니다.

입 바른 소리를 하는 그는 언제는 상사들의 미움 대상 1호였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결코 '권력적'이지 못했습니다. 늘 그의 말은 권력을 향해 있었지, 권력적이지 않았던 것이죠.

버릇이 없으면, 결코 권력적일 수 없습니다. 권력 있는 사람들의 '미움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날카로운 말이 권력을 향해 촌철살인이 되어도, 결코 권력적일 수는 없습니다. 권력을 향해 있었지만, 결코 권력적이지 않았던 '그'가 모든 동료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언론도 권력이 없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3세대 인터넷 신문을 표방하는 <오마이뉴스>의 새로운 기획들이 단순한 포장과 확장에만 그쳐서 안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권력을 향한 버릇없는 지금의 모습'이 자본의 논리 속에서 희석되지 않고, '권력을 향해 말을 하되 권력이 되지 않는 이념'에 대한 다짐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획과 확장들은 바로 이러한 이념을 좀더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4주년, 분명 축하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오마이뉴스>의 창간 4주년을 축하하는 독자들의 마음 속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버릇없는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과 그 다짐을 받아내고픈 마음이 함께 들어 있을 것입니다.

축하에 앞서, <오마이뉴스>가 서 있을 자리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내부적 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나 쉽게 권력화 되는 언론들을 보면서, 여전히 '입 바른 소리를 하는 버릇없는 언론'의 모습을 <오마이뉴스>에게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 이상호 기자는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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