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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차례의 수학 능력 시험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것도 부족해 대학 입시를 위해 24시간 과외 방송을 하겠다는 나라가 이 세상에 우리 나라 말고 또 있을까.
특히 교육 부총리가 24시간 위성 과외를 통해 가정 경제 파탄의 주범인 사교육비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한국 교육의 미래는 희망보다는 절망이, 발전보다는 퇴보가 있을 뿐이다.
대학 입시가 사회 문제화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대학 입시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애써 외면하면서 이 정도의 응급 처방으로 사교육비가 경감되고 공교육이 정상화 될 수는 결코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교육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무지개빛 입시 제도들이 경쟁적으로 공표하고 시행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과 공교육이 붕괴되고 파탄 지경에 이른 까닭은 모든 교육이 대학 입시를 위한 과정쯤으로 인식되고 아이들의 개성이나 소질을 무시한 채 오직 점수 따기 교육, 수요자 중심보다는 공급자 중심교육, 자율보다는 규제 일변도의 파행적이고 졸속적인 교육 정책들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학벌위주, 간판위주의 한국적인 특수한 교육 풍토를 무시한 채 우리실정에 맞지도 않는 선진국의 교육 정책을 직수입하여 무리하게 적용을 시도하고 여기에 일부 비전없는 무능력 교육 관료들의 이기심과 무책임한 사이비 교육학자들이 가세함으로써 교육 파행을 더욱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이 현재와 같은 수학 능력 시험 제도와 고교 평준화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서 단편적이고 땜질식 처방으로 교육정책을 일관한다면 공교육의 파행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결국 학교마저 과외 학원으로 전락하여 사교육비의 과다 지출을 부추기고 가정 경제마저 파탄시킬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대학들은 성적 부풀리기로 산출된 내신 성적을 신뢰하지 않을 뿐더러 고교별 학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내신 성적만으로는 수험생의 수학 능력을 판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내신 성적의 신뢰도 확보를 위한 대책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또 하나의 옥상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작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의 학생, 학부모, 교사 2582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간 사교육비는 13조 6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02년 국민총생산 추정치의 2.3%, 작년 교육부 예산의 54.5%에 해당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사교육비는 이 보다 두 세 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교육비의 증가 원인으로 고질적인 학벌 지상주의, 과열 입시 경쟁,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공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고착화된 대학 서열화' 등를 들 수 있다. 특히, '수능' 따로 '내신' 따로인 현재와 같은 제도하에서 공교육의 정상화를 바라고 사교육비가 경감될 것으로 믿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까닭에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교육 살리기'를 통한 공교육의 내실화를 우선적으로 도모하고 '대학 서열화 '를 어떤 식으로 든 깨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당국은 현행 수학능력 시험을 '대학 입학 자격 시험'으로 바꾸고 신입생 선발권을 각 대학에 돌려 주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우선 고교 평준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완화해 청소년들의 왕성한 지적 성정 욕구와 필요성를 충족시켜주어야 마땅하다. 현행 평준화 제도는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살아 갈 우수한 재능아들은 물론 일반 학생들의 능력과 소질을 효과적으로 계발하고 신장시켜 줄 수 있는 제도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수능 제도와 평준화 정책의 근본적인 수술 없이는 그 어떤 교육 정책도 한낱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정부와 교육 부총리는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 특히 가정 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우수 교원학보, 획기적인 교사 처우 개선, 노후 시설 및 실험 실습 환경 개선 등에 관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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