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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팔꽃
냉이 향을 앞세운 향긋한 봄이 시와 노래를 한 곳에 불러모아 작은 어울림의 무대를 만든다. 시·노래 모임 <나팔꽃> 봄 정기공연이 오는 3월 1일부터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3일간 열린다.

지난 1999년 9월 '작게, 낮게, 느리게'란 주제로 첫발을 내딛은 시·노래 모임 <나팔꽃>은 매년 분기별로 관객들을 색다른 감흥의 무대로 이끈다.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모과 향기', '3월아, 한잔 따르련', '쏘가리는 쏘가리의 삶이 있다' 등 친숙한 주제로 고갈되어 가는 현대인들의 문화 갈증에 촉촉함을 주고 있는 <나팔꽃>이 이번에는 크로스오버를 선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나팔꽃>의 이번 공연을 기다리는 이유는 남모르는 그들의 아픔이 기쁨으로 고스란히 묻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팔꽃>은 지난 2000년 10월에 정기공연을 시작했지만 사정상 1년 만인 2001년 12월 열다섯 번째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2년 만에 계절 정기공연의 부활이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나팔꽃>을 피우기 위해 2년이라는 기다림 속에 여문 그들의 속내가 보고싶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작곡가 류형선 씨의 연출로 포크와 국악, 인디 밴드와 클래식, 아이와 어른, 무대와 객석이 어우러지는 '크로스오버' 잔치로 벌어진다. 초등학생부터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학기를 맞는 자녀들에게 좋은 볼거리, 들을거리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연진을 살짝 엿보자니 벌써 그들의 시와 노래가 귓가를 맴맴 거리며 심장을 콩닥거리게 한다. 시인으로는 나희덕, 안도현, 정호승, 정희성씨가, 노래꾼들로는 안치환, 이지상, 김원중, 이수진, 홍순관씨가, 그리고 특별한 손님으로 연극배우 윤석화를 비롯해 전경옥, 프리다 칼로, the 林(그림), 김경희씨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3월1일부터 3일(2회)까지 모두 네차례 공연한다. 관람료는 일반 3만원, 나팔꽃회원과 <월간 객석> 회원 2만4000원, 어린이와 청소년(초등1년부터 만18세까지) 1만5000원. 문의 (02)322-5720∼1

시ㆍ노래모임 <나팔꽃>

<나팔꽃>은 1999년 봄, 시인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유종화 씨와 음악인 백창우, 김원중, 배경희, 김현성, 홍순관, 류형선, 이지상, 안치환, 이수진 등이 모여 만든 시노래 모임입니다.

시와 노래의 만남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변방으로 밀려나던 시가 새롭게 존재 의의를 찾으며 대중을 만나는 작업이며, 신세대 문화의 홍수 속에서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고 있는 노래가 새로운 시정신으로 무장하여 서정성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시와 노래는 한 몸, 시는 시집 밖으로 걸어나와 자연과 인간의 친구가 되는 노래가 되어 우리 삶 속에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옛날에는 시와 노래가 '한 몸'이었지요.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시는 시대로 노래는 노래대로 따로 놉니다. 요즈음, 시가 사람들과 멀어지고, 말이 안되는 노래가 판치는 걸 보면서 영 마음이 좋질 않습니다.

따로 따로 놀더라도 이따금 함께 어울려 논다면 서로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요. 시와 노래가 만나 몸과 마음을 섞는 일은 참 그럴 듯 합니다.

늘 '좋은 만남'일순 없겠지만 '잘 만난' 시노래 때문에 시가 시집 밖으로 걸어 나오고, 노래가 좀더 깊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작은 생각이 시인과 음악인들의 모임인 <나팔꽃>을 만들게 했지요.

시의 정신과 노래의 몸이, 시의 몸과 노래의 정신이 만나 하나가 되고, 그런 시와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때로 힘차게 때론 조용히 혹은 뜨겁게 울려 퍼지는 그래서 '좋은 시'와 '좋은 노래'가 그득한 세상이 바로 '좋은 세상'이 아닐까요.

"작게, 낮게, 느리게"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팔꽃>은 오늘도 아침을 기다립니다./나팔꽃 제공

덧붙이는 글 | 자세한 내용은 <나팔꽃> 홈페이지(www.napal.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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