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서상일
<도시는 미디어다(김찬호 지음)>는 표정 없는 도시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도시가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가 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생활공간을 심미적으로 연출함으로써 사람과 환경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의 길을 열어나갈 것을 제안한다.

김찬호 저자는 우리가 사는 도시는 바깥 세계와 단절되어 있고, 단절은 소통을 막고 있으며, 도시 안에 사는 우리는 모두 메말라 간다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이어 저자는 그러한 바깥 세계와의 단절이 생기는 이유는 사유 공간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유 공간에 대한 집착은 '나 홀로' 공간을 낳고, 각 개인은 '나 홀로' 공간에서 분절되어 버린다. 그리고 '나 홀로' 공간을 위한 도시 디자인으로 공간은 파편화되고 우리의 도시는 형편없이 방치된다는 것이다.

도시 안에서 각 개인은 '나 홀로' 공간에 분절되어 합리성, 이익, 편리함,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각 개인이 모인 도시는 그로 인해 비합리성, 불이익, 불편함, 추함이 나타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보여준다.

따라서 저자는 도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전체를 아우르고 조정하는 원리를 다시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그에 따라 '토털 디자인'을 제안한다.

"토털 디자인은 컨셉(concept)에 초점을 맞추던 단계를 넘어 이제는 그것이 놓여 있는 컨텍스트(context)를 설정하고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안으로는 내용의 충실을 기하면서 바깥으로는 타자(자연, 다른 사물, 사회, 삶)와의 관계까지 시야에 넣으면서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는 개체의 완성을 추구하던 디자인에서 장(場)의 조화를 추구하는 디자인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25쪽)


저자가 제시하는 이러한 토털 디자인은 '관계의 디자인'이기도 하다(48쪽). 각각의 건물,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등의 관계를 고려한 도시 디자인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토털 디자인은 미적, 기능적 조화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의 복합적 측면들까지 아우른다.

이어 저자는 이러한 토털 디자인이 각 지역에서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민 참여형 '마을 만들기'의 실례를 보여준다. 브라질의 녹색도시 '꾸리지바'를 비롯해 일본의 주민 참여형 '마을 만들기'의 역사를 보여주며 우리의 마을 만들기가 지향해야 할 길을 모색한다.

또한 한국의 골목길 가꾸기,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운동, 그리고 대구의 담장 허물기 운동을 소개한다. 저자는 그러한 마을 만들기가 지향하는 미래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쳐 지나가면서 이윤을 확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존 그 자체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 사물에게 말을 걸면서 시간의 깊이와 질적인 밀도를 체득할 수 있는 풍경. 바로 그것이 마을 만들기가 지향하는 미래상이다."(124쪽)

이렇듯 이 책은 도시를 '미디어'로 새롭게 규정하고, 그에 따라 심각하게 발생하는 도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 만들기' 운동을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은 마을 만들기 운동의 이론적 기초를 다지는 소중한 작업이다.

한편, 현재 드러나고 있는 도시 문제는 본질적으로 '자본의 운동법칙의 산물'이다. 즉 자본의 이윤 확장이 빚은 사회적 결과다. 따라서 마을 만들기 운동에 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저자 역시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생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도시의 주인인 우리가 모두 풀어가야 할 문제이리라.

"시민은 누구인가? 도시의 디자인에 참여하는 자만이 그 이름을 달 수 있다. 도시 공간을 배회하는 정체불명의 이미지들을 거두고 사람의 얼굴을 심어가는 운동, 소음 속에서도 자기 내면의 깊은 생명의 외침을 들으며 미래를 조망하는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자, 그가 도시의 주인이다."(169쪽)

도시는 미디어다

김찬호 지음, 책세상(200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