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안전지하철’ 홍콩을 가다①②③(2월9일-11일)>은 돋보인다 하겠다. 이 기사는 “지난 1월5일 홍콩지하철에서 대구지하철 방화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단지 14명만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하는 의문에서 계획되었던 취재였다.
이 기사에 따르면 “‘안전한 (홍콩)지하철’의 첫 번째 열쇠”는 “전동차 및 역사 내 철저한 불연성 및 난연성 재질”이고 두 번째 열쇠는 “구체적인 매뉴얼에 따른 철저한 평상시 훈련”이며 세 번째 열쇠는 “승객 안전에 최대 우선점을 둔 설계”였던 것으로 밝혀져 안전한 지하철을 꿈꾸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영남일보의 노력은 한번의 시리즈물 보도에 그친 대구일보(2월9일-13일)와 매일신문(2월10일-12일)에 비해 돋보이는 기획이라 할 만하다.
영남일보
2월9일 1면 : '안전지하철' 홍콩을 가다 ① 금속내장재 '태울게 없다'
2월10일 1면 : '안전지하철' 홍콩을 가다 ② 철저한 훈련 '불은 없다'
2월11일 1면 : '안전지하철' 홍콩을 가다 ③ 마스컨 키 빼더라도 출입문은 안닫힌다
2월16일 1면 : 대구지하철참사 1주기 <1> "안전, 말만으로는 안된다"
2월17일 1면 : 대구지하철참사 1주기 <2> '잊지말자' 기록문화 정착
2월18일 3면 : 대구지하철참사 1주기 <3·끝>소방·除煙설비 아직 턱없다
매일신문
2월10일 1면 : 끝나지 않은 참사의 아픔 <상>"눈만 감으면 딸아이 환상…"
2월11일 1면 : 끝나지 않은 참사의 아픔 <중>"불안 완전히 가시지 않아"
2월12일 1면 : 끝나지 않은 참사의 아픔 <하>"철저한 防災 시스템을"
대구일보
2월9일 1면 : 지하철참사 1주년 억울한 영혼들은 아직 통곡
2월10일 3면 : 지하철참사 1주년② 추모사업 곳곳 암초
2월11일 3면 : 지하철참사 1주년③ 화재 안전기준 마련을
2월12일 3면 : 지하철참사 1주년④ 2·18 숫자만 봐도 몸서리
2월13일 3면 : 지하철참사 1주년⑤ 억울하게 간 영혼들이여 영원히 잊지 못할거예요
바뀌는 불연성 내장재 문제없나?
지난 12일 지하철 1호선 월배차량기지에서는 지하철 내장재 화재 실험이 있었다.
올해부터 교체해 내년 6월까지 모든 전동차에 장착될 불연성 내장재에 대한 실험이었는데 불이 잘 붙지 않고 3분여 만에 저절로 꺼졌다. 하지만 큰 인명피해의 원인이었던 유독가스 발생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한 신문의 보도는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우선 매일신문은 실험이 있던 그 날자 신문 35면에 1단 크기의 관련 기사를 싣는데 그쳤다. 그것도 <불 옮겨 붙지 않았다>라는 표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체될 내장재의 불연성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를 했다.
그리고 대구일보도 실험 다음 날자 신문 3면에 2단 크기의 <일단은 합격점>이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매일신문과 비슷하다 하겠다. 그리고 대구일보도 이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영남일보는 관련 기사를 4차례 그리고 사설을 1차례에 걸쳐 실었다.
2월12일 27면 2단 : 지하철 내장재 화재 실험
2월13일 6면 사설 : 생명중시 바탕 완벽한 防災를
2월13일 27면 2단 : 유독가스 나왔다
2월16일 26면 4단 : 中·日 '타산지석' 화재실험하는데…
2월17일 27면 4단 : 영국가서 실험 부적합땐 폐기
이와 같이 영남일보는 불연성 내장재가 탈 때 배출되는 유독가스에 대해 끈질기게 문제 제지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유독가스를 측정할 계측기가 없고 불연내장재에 대한 안전 기준조차 없는 실정임을 감안한다면, 또 2ㆍ18참사 당시 희생자 대부분이 유독가스에 의한 1차 질식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언론의 감시는 더욱 더 중요하다 하겠다.
기관사 그들은 “영원한 죄인”인가?
사고 당시도 그렇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큰 죄인은 기관사들이라는 인식이 우리 주위에서 불식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허술한 대응수칙과 이마저도 한번도 교육받지 못한 기관사들이 그리고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도입된 ‘1인 승무제’ 아래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하고 좋은 시설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이를 시행하고 움직일 사람들의 노동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지친 기관사의 눈으로 어떻게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들에 대해 신문의 태도는 여전히 냉냉하다. 그 구체적 보도를 살펴보자.
영남일보 2월16일 3면 : ''용서받지 못할 죄인' 기관사 평생 죄책감
대구일보 2월18일 3면 : "우리는 영원한 죄인이죠"
모니터 기간 중 기관사에 관한 기사는 영남일보 1건과 대구일보 1건 총 2건이 전부였다.
지하철 안전을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위의 기사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기관사들의 노동여건이나 1인 승무제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는 기관사들이 속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리하며
우리들은 아직도 그때의 그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있다. 사고가 난지 1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지하철 안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불연성 내장재의 교체는 늦어지고 있고, 기관사들의 노동여건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의 감시가 지속적으로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에서 작성한 것으로 모니터팀 소속 안태준 기자가 정리한 것입니다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는 대구경북기자협회,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참언론대구시민연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역의 언론 현업인과 언론개혁운동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연대 2004총선에서 미디어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자 지난 2월 10일 발족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기간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 '세상보기반'은 4월 15일 총선까지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