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이미 위기를 넘어 '고사'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중매체에서 소외된 예술은 예술가들만의 몫으로 남아 있다. 강단 학문으로만 남아 있는 인문학의 생명이나 예술성을 중심으로 한 예술활동이나 이래저래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시기에 평생교육이나 사회교육의 소재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문과 예술'을 주제로 한 열린 대학이 있어 주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2년째 접어들고 있는 솔 열린 대학(학장 홍원식)이 바로 그 대학이다.
"대구ㆍ경북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깨어있는 시민의식의 재고와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위한 사회교육, 평생교육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솔 열린 대학의) 문을 열었다"고 밝힌 홍원식 학장(계명대학교 교수)은 "적극적 현실참여와 사회교육을 통해서만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인문학의 현실참여와 시민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솔 열린 대학은 대구·경북 지역의 각 대학에서 인문학과 예술을 담당하고 있는 젊은 교수들을 교수진으로 위촉하여, 작년 한 해 동안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철학과 사학·문학 및 기타 예술 사조 등에 대한 강좌를 열어 왔다.
동시에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위해 지난 해 5월에는 "'대구'를 기획한다"라는 주제로, 대구의 총체적 문제점을 인문학의 눈으로 진단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대구'를 건설할 수 있는 '인문학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 주제는 특히 당시 민감했던 지하철 참사와 연계되면서 많은 관심을 끌어내었다.
솔 열린 대학은 이러한 1년 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현실 참여를 포함하고 있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2004년 봄·여름 학기 강좌를 개최한다. 내달 2일부터 8월까지 6개월에 걸쳐서 진행되는 이 강좌는 교양강좌 6개와 기획강좌 5개로 구성되어 있다.
3월에는 경북대 장보영 교수의 <중국사 산책>을 교양강좌로, <대구의 어제와 오늘>을 기획강좌로 배치하고 있다. 특히 <대구의 어제와 오늘>은 지난해 있었던 "'대구'를 기획한다"라는 주제를 좀 더 심화한 것으로, 대구의 어제와 오늘을 여러 교수진이 다방면에서 진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4월에서 8월까지 교양강좌로는 계명대 홍원식 교수의 <홍원식 교수의 중국철학 4강>을 시작으로, 한국국학연구원의 설석규 연구원의 <사료로 보는 한국역사>, 홍원식 교수의 <홍원식 교수의 한국철학 4강>, 영남신학대 김성룡 교수의 <서양사 산책>, 그리고 경북대학교 김석수 교수의 서양철학 강의 <'사이'에서 철학하기>가 이어진다.
기획강좌로는 극작가 최현묵씨를 비롯한 6명의 지역 예술인과 학자들이 <대중예술로서의 한국 춤, 음학, 그리고 영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4월과 5월에 찾아간다. 그리고 6월에는 경북대학교 김선하 교수의 <문화로서의 과학과 철학>, 7월에는 영산대 정우락 교수의 <명저의 향기와 현장을 찾아서 - 남명조식은 과연 남명집을 지었는가?>, 8월에는 영남대학교 박홍규 교수와 <저자와의 만남>을 갖는다.
교양강좌는 중국과 한국 및 서양의 역사와 철학을 골고루 배치하여 인문학의 밑그림을 그리게 하고 있으며, 기획강좌는 현실성 있는 주제와 예술적 내용을 골고루 배치함으로써 교양강좌에 기반한 현실 및 예술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원식 학장은 "질적으로 가장 알차고 완성된 교과과정을 만들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히면서, "기존의 학교 교육보다 더 알차면서도 비전문가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쉬운 접근이 되도록 했다"고 말한다.
이들을 통해 현대 학문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는 인문학과 예술이 대구의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강좌는 매월 첫 주부터 시작한다. 교양강좌는 매주 화요일 기획강좌는 매주 수요일에 있다. 053)427-81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