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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을 위해 신문사에 사표를 냈다가 번복하는 등 물의를 빚은 김두우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대기발령을 받았다.

중앙은 25일 저녁 상벌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었다"는 사유를 들어 김 논설위원을 행정팀에 대기발령 조처했다.

김 논설위원의 처리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이날 상벌심의위원회에는 한남규 수석 부사장을 비롯해 송필호 대표, 권영빈 편집인 등 5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전략기획팀의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보류된 사표의 수리 여부 ▲김 논설위원에 대한 징계가능 여부 ▲징계를 내릴지 여부와 징계 수위 ▲논설위원직 수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상벌심의위원회는 김 논설위원의 처신과 관련, 해사행위 여부 등이 명확치 않다는 점으로 인해 징계 결정을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사표를 냈다가 보류, 철회하는 과정이 회사 품위를 떨어뜨리는 등 해사 행위가 됐는지, 총선 출마를 염두에 뒀지만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거나 입당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상벌심의위원회는 "사내 안팎의 물의를 빚었던 김 논설위원이 사설, 칼럼 등을 직접 쓰는 논설위원직 수행은 어렵다"고 판단, 대기발령을 내리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기발령은 직접적인 징계는 아니다. 경고, 견책, 감봉, 파면 등 규정상 징계가 아닌 인사 조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앙 측은 "나름대로 징계성 조처가 내려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그동안 철옹성 같던 '조중동'이 그나마 이같은 조처를 취한 것은 그만큼 비판의식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평했으나 "대기발령이라는 형태로 사태를 유야무야 시킨 중앙일보 태도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최 총장은 "이런 문제일수록 후배들이 선배들의 잘못된 문제점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 '조중동'의 젊은 기자들은 무엇을 하는가"라며 내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당부했다.

한편, 민언련은 이보다 앞서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정계진출의 뜻을 두고 사표를 낸 뒤 이를 번복하고 신문사에 복귀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며 "중앙일보가 '제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문제를 덮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민언련은 "정치권의 '제식구 감싸기'는 비난하면서 자기 식구는 감싼다면 어떻게 언론으로서 '비판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중앙일보가 '인정차원'에서 김씨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언론인의 정계진출에 관련된 잘못된 관행을 남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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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민언련이 24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중앙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 김두우 논설위원의 '정계진출'과 관련한 비정상적인 처신이 논란을 빚고 있다. 김씨는 한나라당 공천 대상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치관련 칼럼을 계속 써 오다가 선거출마 예정자의 공직사퇴 시한인 2월 15일에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3일 후인 18일, 무슨 이유에선지 김씨는 중앙일보사에 복귀를 희망했고, 결국 사표가 반려되었다고 한다.

지난 1월 21일 본회는 성명을 통해 언론인들의 무원칙한 정계진출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우리는 김씨를 포함한 언론인 일부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정계진출의 절차를 밟아주기를 기대하며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지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는 언론인의 정계진출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계진출 '과정'의 문제이다. 김씨는 특정 정당의 공천 대상자로 거론되는 상태에서 정치 칼럼을 썼다. 최근까지 김씨는 <아하! 김두우가 본 정치세상>이라는 기명칼럼을 비롯해 정치 관련 칼럼을 써왔다.

새해에 들어서만 <대통령직 걸고 '올인'>(1.5), <大選을 닮아가는 '총선 구도'>(1.19), <노회한 JP, 잠자는 자민련>(2.2)이라는 제목으로 정치문제를 다뤘다. 뿐만 아니라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자격으로 지난 2월 3일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여해 한나라당의 '인적 쇄신'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이 '먼저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천 대상자로 거론되는 상황이었고 본인도 사표를 제출할 정도였다면, 논란이 일기 전에 정치권에 진출할 것인지 언론계에 남을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언론인으로서의 기본 양식일 것이다. 게다가 정계진출의 뜻을 두고 사표를 낸 후에 이를 번복하고 신문사에 복귀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처사이다.

중앙일보가 김씨의 사표를 반려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앙일보 문창극 논설주간은 "회사 내부의 문제이니 관심 갖지 말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중앙일보는 분명 곤혹스럽고 부끄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제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이 문제를 덮으려 하는 것은 옳지않다.

정치권의 '제식구 감싸기'는 비난하면서, 자기 식구는 감싼다면 앞으로 어떻게 언론으로서 '비판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중앙일보가 '인정차원'에서 김씨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언론인의 정계진출에 관련된 잘못된 관행을 남기는 것이기도 하다. 중앙일보는 이번 사건을 자사 기자들의 정계진출과 관련한 내부 원칙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언론계가 언론인들의 정계진출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을 마련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2004년 2월 24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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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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