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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3월 2일부터 또 다시 '인간사냥'이 시작됩니다. 시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정부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자진출국 시한이 2월말로 만료됨에 따라 3월 2일부터 대대적인 이주노동자 단속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제출국 위기에 놓인 이주노동자들과 인권단체들의 반발이 또 다시 높아지고 있다.

29일 강제출국 대상 이주노동자가 1만5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대구지역에서도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을 앞두고 관련 행사가 치러졌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대구참여연대·민주노총 대구본부 등 지역 시민단체와 이주노동자 공동체가 참여하고 있는 대구지역 공동대책위는 29일 오후 3시부터 대구 중심가에서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대구지역 이주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결의대회에서 공동대책위 김경태 공동위원장(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장·목사)는 "정부에서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이 2월말까지 자진출국하면 오는 8월부터 고용허가제에 의해 우선적으로 재입국시켜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공언만 할 뿐 아무런 가시적인 법적 근거도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으름장을 놓고 있어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자진출국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과 강제추방을 벌이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정우달 의장은 연대사를 통해 "한국에서는 3월이면 예로부터 꽃피는 춘삼월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반기는 계절이지만, 지금의 이주노동자들에겐 서러운 시간만 될 뿐"이라면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강제추방을 맞이해야 하는 위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주노동자들이 진정한 노동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의 노동자들이 연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나와 자신들의 심경을 털어놓는 시간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스리랑카 출신의 이주노동자 모하메드씨는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그동안 한국에서 '얼마나 벌었는지', '계속 일을 할 의향은 있는지' 관심도 가지지 않은 채 돌아가라고만 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모하메드씨는 이어 "이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출국 돼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한국으로 오기 위해 진 빚은 누가 해결해주겠냐"고 토로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강제추방 반대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주노동자와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강제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강제단속 추방정책으로 인해 연행된 이주노동자 석방을 요구했다.

결의대회는 참석자들이 행사장을 출발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까지 거리행진을 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한편 대구지역 공동대책위는 내일(1일)부터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강제추방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1인시위는 오는 13일까지 계속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추방에 몰린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가족들의 죽음"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

▲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 사진 왼쪽부터 소띠하(베이스)·미노드(보컬)·강라이(기타) 씨.

29일 대구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와 전면합법화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결성한 'STOP CRACK-DOWN'(스탑크랙다운. 강제추방 반대)이라는 밴드가 공연을 벌여 시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스탑크랙다운은 지난해 11월 중순 평소 노래를 즐겨 부르던 미노드 목탄(민우. 33)씨와 강라이(네팔)씨, 그리고 미얀마 출신의 이주노동자 소모드·소띠하씨 등이 참여해 결성했다.

이들은 최근 1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애환과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 등의 메시지를 한국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집회가 열리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공연을 벌인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도 스탑크랙다운은 단순한 노래가사지만 흥켜운 락 리듬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최근 죽어간 9명의 이주노동자들을 보내면 만든 <친구여 잘 가시오>와 <위메이크 코리아>(We make Korea), 그리고 <아리랑>을 불러 박수를 받았다.

이 밴드 보컬을 맡고 있는 미노드씨는 "한국 정부의 강제추방 정책에 못 이겨 숨진 친구 이주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른다"면서 "이들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 전부의 죽음"이라고 슬퍼했다.

미노드씨는 또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국에 대한 애착도 아직 많다"면서도 "우리들의 또 다른 고향이라 생각하면서 한국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우리에겐 돌아온 것은 한국 정부의 '왕따' 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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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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