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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정국'에 이어 이제는 '탄핵정국'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 정치권의 정치싸움 과정에서 일어나는 장군멍군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만 점차 고조되는 것은 아닌가 심히 우려됩니다. 아직 집권시기보다 남은 임기가 더 많은 현직 대통령의 자리가 이렇게 불안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을 때에도 국민들은 짐짓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 스스로의 결단이었고, 그 판단 역시 국민들에게 맡겨졌기 때문에 비록 불안해도 '전체 국민의 뜻'에 기대를 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국민들의 뜻이나 판단에 의해서 '탄핵'결정이 내려지기보다는 정치가들의 정치적 손익계산에 의해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한층 더 가중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과 받을 사안과 탄핵할 사안
이번 탄핵정국이 정치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사과 받을 사안과 탄핵할 사안과 구분하지 못하는 조순형 민주당 대표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조순형 대표는 "(72시간 내에)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으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만 하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지는 않겠다는 말입니다. 조건부 탄핵소추 발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로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동들이 실제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는지 어떤지는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사과해야 할 사안'과 '탄핵해야 할 사안'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탄핵해야 할 사안'은 결코 사과 정도로만 끝나서는 안되는 사안입니다. 현재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포괄적 규정만 있을 뿐이기 때문에, 이것이 정확히 어떻게 적용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명백한 위반 사항이 있고, 그것이 특히 대통령직을 그만두게 해야할 만큼 '중대'하다면, 그것은 결코 '사과'로만 끝나서는 안되겠죠. 어떠한 경우에라도 반드시 '탄핵'을 해서 대통령직을 그만두게 해야 합니다. 그만큼 탄핵의 사유는 분명하면서도 엄중해야 하고,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는 국민들을 위해서 반드시 탄핵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에 비해 '사과 받을 정도의 사안'을 가지고 '탄핵'한다면, 이것은 마치 절도죄를 가지고 사형에 처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법 적용이 잘못된 것이지요. 이 경우 그 책임은 법을 잘 못 적용시킨 사람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과 받을 정도의 사안은 사과만 받아 낼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다시 재발방지를 약속 받아 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안을 가지고 탄핵을 운운한다면 이것은 그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며, 만약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면 그것은 다수의 힘으로 정적을 끌어내리는 정치적 폭력에 불과합니다.
법 적용 잘못의 이후
탄핵해야 할 사안을 가지고 탄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회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과 받을 정도의 사안을 가지고 탄핵을 결정한다면, 이것은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한 나라의 현직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이어지는 국정불안은 그야말로 그 나라를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 정치적 불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방·경제까지 이어지는 전방위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과 받아야 할 정도의 사안을 가지고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한 나라를 최악의 위기로 몰아간다면, 그 책임은 분명히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사람들이 져야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과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는 조순형 대표의 말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사과 받아야 할 사안'을 가지고 '탄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기 때문입니다. 공당의 대표로서 사과를 받아야 할 사안과 탄핵해야 할 사안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정치적 싸움의 승리를 위해서 일부러 구분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국 자신을 위해 국가와 국민을 혼란과 위기사항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정말 실제로 그러하다면, 조순형 대표가 져야 할 책임은 매우 클 것입니다. 동시에 그에 동조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책임 역시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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