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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또 민주화, 민족통일, 민중생존권을 3대 편집방향으로 견지해왔다. 또 언론권력에 대한 비판감시를 늦추지 않았다."

지난 3일로 지령 5000호를 맞은 국민주 신문 <한겨레>의 초심이다. 고희범 한겨레 사장은 지령 5000호를 기념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창간정신을 강조했다. 편집방향이든 경영방침이든 한겨레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창간정신이라는 것.

고 사장은 한겨레를 가리켜 '80년대 민주화운동이 낳은 옥동자'라고 표현했다. 당시 권력의 입노릇이나 하면서 자본에 예속돼 있던 언론들이 국민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니까 국민 스스로 신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한겨레는 국민들의 이같은 염원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으며, 지금도 그 초심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척박한 환경을 딛고 기존 언론과 어깨를 겨룰 만큼 성장하면서 한겨레가 이룬 성과도 많았지만, 앞으로 헤쳐나갈 과제 역시 만만치 않았다. 고 사장은 인터뷰 내내 종이신문이 처한 위기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못했다. 고 사장은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한겨레부터 신문원가 대공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80년대 민주화운동이 낳은 '옥동자'

'6만여 주주의 희망과 열의 땀과 눈물 정성과 참여를 항상 기억합니다' 창간당시 주주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한겨레신문사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6만여 주주의 희망과 열의 땀과 눈물 정성과 참여를 항상 기억합니다' 창간당시 주주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한겨레신문사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 사장은 16년간의 어려움 속에서도 '가장 공정하고 믿을 만한 신문 1위'로 뿌리를 내린 한겨레의 창간 멤버답게 언론 스스로의 개혁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잊지 않았다. 고 사장은 "2002년 대선 이후 거대신문의 영향력이 얼마나 우스웠던가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조중동 등 언론이 내부로부터 개혁하지 않으면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 스스로 바뀌고 개혁하지 않으면 언론판 '환경의 역습'이 재연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고 사장은 그런 맥락에서 최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주도하는 구독료 할인경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 나아가 신문 스스로의 자율개혁과 함께 '건강한 정보를 돈주고 떳떳하게 사보겠다'는 독자운동의 전개를 주문했다.

고 사장은 사회민주화와 언론개혁 등에서 한겨레가 이룬 눈부신 공적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겨레의 더딘 성장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고 사장은 모 인사가 "'김대중도 대통령 되고, 노무현도 대통령 됐는데 한겨레는 왜 아직 '1등신문'을 못하느냐'는 말을 듣고 참으로 안타까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사회민주화의 격변기에서 엄중한 생존을 고민했던 한겨레는 이제 치열한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질적인 성장'을 고민하고 있었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한겨레 역시 생존문제에 부닥친 마이너 신문의 처지인 게 현실이다. 한겨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놓고 열변을 토한 고희범 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5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장실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고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초심변했다'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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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령 5000호 기록을 축하드린다. 창간 16년이 됐는데 그간 한겨레가 이룬 성과를 몇 가지 꼽는다면.
"민주화 열기를 확산시켰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다. 또 민족통일을 위해 화해·협력이 중요한데, 그에 앞서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필요했다. 당시 신문이 '북괴'라는 표현 쓸 때 우리는 '북한', '김일성 주석'이라고 해서 비판도 받았지만, 공존과 화해협력 대상으로 북한을 인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노조 만들기도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던 시절,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노동운동을 성실히 보도했다. '반기업적', '빨갱이신문' 등 별소리 다 들었지만 민족생존권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는데 기여했다.

세계 언론사에 유례없는 과정을 통해 한겨레가 탄생했는데, 윤리강령에 촌지거부 조항을 넣은 것도 언론계 내부를 맑게 하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신문이 유독 세로짜기를 고집하던 시절 우리가 시도한 '가로짜기' 편집도 빠뜨릴 수 없다. '가볍다', '찌라시 같다' 등의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신문이 모두 따라오지 않았는가. 사람 눈이 가로로 찢어져 있어서 '가로짜기'가 편하다고 하던데(웃음)….

아름다운 우리글을 지키는 '한글쓰기'도 한겨레가 시작했다. 철야농성을 밤샘농성으로, 김모씨를 김아무개씨로, 장애물를 걸림돌로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른 신문도 다 그렇게 쓴다. 외래어 표기도 마이쩌뚱 짱쩌민 등 그 나라 방식으로 썼는데, 아마 우리 때문에 관련 표기법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 취재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던 성역, 가령 청와대·안기부·기무사·군대 등 취재조차 안되고 금기시했던 성역을 낱낱이 깼던 게 자랑스러운 성과이다."

- 일각에서는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한겨레의 초심이 변했다는 지적도 나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초심이 변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자랑이 지나칠지 모르지만, 우리가 열어놓고 바꿔놓은 지평에서 이제는 다른 신문도 다 할 수 있는 여건이 됐고 또 향유하고 있어 당시에 비해 한겨레가 돋보이지 않는 측면은 있다.

다른 신문과 여전히 차별성은 있지만 1면 톱이나 사설, 주요 기사 등에서 그때처럼 크게 돋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인식하지 않을까라고 본다. 그런 과정에 한겨레도 제도권에 들어온 셈인데, 끊임없는 자기개혁 노력이 중요하다. 한겨레의 창간정신도 스스로 거울을 보고 자기성찰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구조, 제도가 갖는 악으로 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항상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 한겨레가 이룬 공이 매우 크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고 본다. 언론사로서 늘 노출돼 있는 오보나 표절 시비 등도 있었는데….
"오보는 속보경쟁을 하면서 빚어지지 않을 수 없는 필연적이 면이 있기도 하다.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오보는 언제든 정정하고 사과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1면 톱기사가 오보했다면 1면 톱으로 정정하는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

지난해 <일요신문> 기사와 관련, 외부의 '표절' 지적에 대해 편집국에서 격렬한 토론회가 벌어질 정도로 내부에서도 공론화됐었다. 앞으로 이런 일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것을 드러내고,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독자들의 이해를 구할 것이다. 오보한 것을 1면 톱으로 정정한다면 독자들이 얼마나 신뢰하겠는가."

"신문원가 공개해 독자들의 심판을 받겠다"

- 최근 신문사의 최두 화두는 '생존'인 듯싶다. 현재 한겨레 경영상태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어렵다. 지난해 신문업계는 조선일보와 경제지 하나, 스포츠신문 하나 빼고 나머지는 모두 적자를 봤다. 우리도 자회사 지분법 손실까지 합쳐 28억 적자를 냈다. 여느 언론사처럼 대주주가 있어서 뒷배를 봐주는 것도 아니고, 자본이 넉넉해서 충분히 재워놓고 쓰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 때문에 경영의 악순환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광고가 주 수입원이 되고 우리가 경영을 잘 해서 수익을 내기보다 경기에 의존하는 게 크다. 그래도 워낙 엄혹한 상황에서 태어나고, 정치권력과는 최고의 긴장관계 속에서 유지해왔기 때문에 일단 빚지는 것을 매우 위험한 것으로 생각했던 게 득이 됐다. 그래서 다른 신문사보다 부채비율이 매우 낮고 재무구조가 건전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세계 언론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국민주 신문인데, 경영측면에서 국민주 신문의 득실을 따져본다면.
"대주주 문제는 장단점이 틀림없이 있다. 그러나 국민주 신문이 경영과 관련해서는 깜깜한 측면도 있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장점이 너무도 크다. 물론 국민주 신문은 가족들이 좀 고달프고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좋은 신문을 만드는데 그 장점은 매우 크다. 대주주의 전횡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게 공익기관인 언론사로서 소중한 장점이다. 앞으로 브랜드 가치를 따질 때 어떤 자산보다 '국민주'라는 가치가 크게 평가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영을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내부에서도 지속발전 가능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 하지만 경영측면의 성과를 실감하지 못할 때도 있다. '경영진이 무능했느냐'는 엄혹한 비판도 있는데.
"그렇게 얘기하면 섭섭하다. 창간 당시 양평동 시절에는 임대한 2층짜리 공장에서 남이 버리다시피한 고전 윤전기를 고쳐 쓰면서 신문을 만들었다. 지금은 사옥도 버젓하게 있고 좋은 윤전기를 소유한 회사의 주요 주주이다. 사원도 초기 200명에서 800명으로 늘어났고, 50억 자본금으로 출발해 연매출 1000억을 앞두고 있다. <한겨레21>, <씨네21> 등 자매지는 그 분야의 1등 매체로 자리잡았다.

지난 해는 미국까지 진출했다. 이런 모든 것을 경영의 성과로 본다. 다만 부수가 팍팍 크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고, 성장속도가 너무 완만해서 안타깝다. 주변에서 농반진반으로 '김대중씨도 대통령 하고 노무현씨도 대통령 됐는데, 한겨레는 왜 '1등신문'을 못하느냐'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 참으로 안타깝다."

- 인터넷 등 뉴미디어와 무료신문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종이신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이신문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종이신문이 당분간은 기존의 영향력이나 사회적 기여도를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형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인터넷매체만 봐도 그렇다. 종이신문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온-오프라인의 통합 통해 상보적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 최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구독료 인하경쟁을 벌이면서 신문시장의 안정화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신문시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신문시장의 안정화는 독과점 규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방기 문제도 함께 걸려 있다. 지금 신문시장은 무료신문과 인터넷의 약진 등 외부환경 변화에 종이신문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찾는 게 더 시급한데, 종이신문 업계끼리 피 터지는 할인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가 먼저 시작한 가격할인은 단연코 덤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월 구독료 1만2000원이 원가도 되지 않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이치이다. 그런 가격에서 또 깎아주는 것은 분명 덤핑이다. 중앙일보는 자동이체를 전제로 가격을 내렸지만 홍보할 때는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불법경품과 무가지 등은 계속 뿌리고 있다.

조선일보도 종이값, 환율 등을 들어 1만4000원까지 올렸던 구독료를 중앙일보가 내리니까 곧바로 할인경쟁에 뛰어들었다. 그것은 자기가 내세운 이유를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조중동 3사 과점체제를 공고화하려는 이같은 진흙탕 싸움은 마이너 신문을 고사위기로 몰고있다. 특히 신문협회 회장사가 덤핑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공동배달제에 참여하고 있는 5개 신문사가 다각적인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

"원가도 안되는 가격에서 또 깎아주는 것은 덤핑"

- 이같은 환경에서 한겨레 등 작은 신문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공배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신문산업은 판매조직을 구축하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장치산업이다. 그래서 그 비용을 줄이는 대신 제품 만드는데 투자해 품질경쟁 하자는 차원에서 윤전법인도 만들었다. 마이너 신문이 공동출자한 법인이다. 판매망 유지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지난해 공배제 회사인 한국신문서비스도 출범시켰다.

신문 스스로의 자구책도 중요하지만 획일화된 신문 유통구조를 바로잡는데 정부와 국회의 몫도 중요하다. 일반사업에서는 독과점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받는데 비해 언론시장은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공익기관인 언론산업에 대해서는 특정사가 50% 이상 독점할 수 없도록 더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 공정위원회가 이미 있는 신문고시로 제대로 단속만 해도 불법경품 등 과열판촉 경쟁을 규제할 수 있는데 꼼짝도 안하고 있다. 정가 20% 이내에서만 경품을 줄 수 있는데 10만원짜리 자전거를 내주고 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집 안에서 경품판촉을 직접 제의받고도 아무 단속도 안했다. 큰 신문사는 지난해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직접 적용한다고 하니까 엄청난 일처럼 난리쳤다. 신문협회는 자율규제 하겠다고 했지만 동아일보는 위약금 30억원도 안내고 있다. 이제 독자운동이 일어날 때라고 본다."

- 신문시장의 문제가 독자의 책임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신문 탓이다. 신문이 먼저 독자를 오염시켰다. 6개월이고 1년이고 공짜로 주고 10만원짜리 자전거 주고 했다. 독자들에게 신문은 으레 선물 받아야 보는 것, 돈 안주고 보는 것으로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러나 독자들도 이제 생각을 달리 할 때가 됐다.

신문사에서 3만원짜리 제품을 1만2000원에 판다면 나머지는 광고로 보충하는 것이다. 그 광고비는 결국 신문에 광고를 내는 기업의 제품에 포함돼서 독자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것이다. 신문사는 또 광고를 내는 기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제는 건강한 정보를 돈주고 떳떳하게 사보는 독자가 있어야 한다. 이제 독자들에게 신문 제작원가를 공개하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왔다고 본다. 한겨레 1부 만드는데 드는 비용을 상세하게 공개해 신문시장의 문제점을 널리 알려나갈 생각이다. 조선일보가 최근에 계산한 신문 1부 원가가 1만6000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언론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역습당할 것"

- 지난 1년간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평가해본다면.
"언론개혁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컸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의지에 비해 성과는 미미했다. 조중동과의 대척점에서의 대결자세가 문제였다고 본다. 조중동이 어떤 때는 말도 안되는 논설과 기사로 노무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그런 게 대통령의 실수를 유도해내기도 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오버하거나 헛방지르기로 실수를 하기도 했는데 그런 점에서 양쪽에 다 문제가 있었다.

언론개혁이라는 것은 언론계 내부에서 이뤄져야 바람직하다. 다만 대통령은 합법적이고 제도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면 된다. 또 민주적인 여론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독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이 남는다."

- 지난 2월 말 <한겨레21>과의 인터뷰 때 노 대통령을 직접 만났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나.
"대북관계, 경제문제, 언론, 한겨레에 대한 관심 등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 것은 없었고, 의례적인 대화였다. 다만 총선을 의식한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고 강조한 대목은 기억에 남는다. 과거 정부들이 그런 경기부양책을 썼을 때 반드시 사고가 났다고 하면서 그 얘기를 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여러 방면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한겨레 편집국장이 지난해 11월 대통령이 초청한 언론사 편집국장 만찬에 불참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나중에 편집국장에게 들은 얘기지만, 당시 '대통령이 편집국장을 만나서 꼭 해야 할 얘기가 있었는지, 그런 것이 아니라면 권력과 언론은 서로 건전한 긴장관계가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편집국장은 생각했던 것 같고, 또 나도 그같은 의견을 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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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전혀 모르겠다. 변수가 워낙 많은데다가 정치판이 온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어 '국회가 뭘 하는 곳인가' 하는 국민의 생각이 어떤 심판을 내릴지 종잡기 어렵다. 그 엄중한 심판을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전을 앞두고 있는 때일수록 특히 공정성 유지를 위한 언론의 치밀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오마이뉴스와 한겨레는 서로의 거울"

- 인터넷 언론의 성장이 어디까지 갈 것 같은가.
"인터넷정보가 무료로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소비자의 인식만 생겨난다면 인터넷매체의 성장은 무한정 열려 있다고 본다. 분량이 제한돼 있는 종이신문과 달리 인터넷신문은 수십 장의 기사를 쓸 수 있고, 수십 개의 관련 기사를 붙이고, 동영상도 나오는 '종합미디어'인 셈이다. 경영 측면에서 유료화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낸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 올해 신년사에서 '온-오프라인 전략기획단' 구성 등 온라인 강화를 표방했는데 잘 되고 있는가.
"잘 안되고 있다. 역시 사람과 돈의 문제로 귀결된다. 물론 사장이 미래지향적으로 자원배분을 하는 게 중요한데, 편집국 구성원이 온라인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일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에 '미디어환경 변화와 온라인'을 주제로 특강도 개최했다.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른 온-오프라인의 상보적 관계 등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4월 초면 온-오프라인 전략기획단 구성의 기본 틀이 나올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의 성장이 혹시 한겨레에 부담이 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언론개혁 차원뿐 아니라 독자지향의 환경을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그간 한겨레 혼자 외로웠다. 인터넷매체가 이런 식으로 커질 줄은 몰랐지만, 확실한 우리의 우군이고 동반자이다. 그러면서 선의의 경쟁자이고, 서로 거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의 존재가 우리에게 훌륭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같은 지향성을 갖는 언론이 많아질수록 우리 힘은 커진다."

- 재임 기간 중 이끌고 싶은 한겨레의 색깔이 있다면.
"지난해 2월 사장 선거에 나올 때 '정정당당 한겨레'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면이든 경영이든 정정당당한 신문을 만들어야겠다는 뜻이다. 사원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미래의 토대를 구축하는 한편 진보성을 끝까지 유지하자는 경영목표를 세웠다. 지금은 진보에 대한 개념이 많이 달라져서 어떤 큰 신문사도 스스로를 '진보신문'이라고 하던데, 우리가 지향하는 진보는 마이너리티(소수자) 그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자,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등 소수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이런 게 변치않는 색깔이 됐으면 한다."

고희범 사장은 누구인가
초대 노조위원장에서 최고경영자로...두 번째 직선 대표

고희범 사장은 51년 제주 출생으로 한국외대를 졸업했다. 75년 CBS에 기자로 입사, 언론계에 입문했다. 88년 창간멤버로 한겨레에 합류했다.

또 창간 원년에 결성된 노조에서 초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정치부장과 민권사회1부장, 국제부장을 거쳐 출판국장, 편집국 부국장, 광고국장, 논설위원 등 경영 및 편집의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3월 경선에서 득표율 62%을 얻어 두 번째 직선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이로써 한겨레신문은 초대 노조위원장 출신 기자가 15년만에 최고 경영자를 배출한 기록을 또하나 남겼다. / 신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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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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