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 음악을 세계적인 음악의 반열에 올려놓은 밥 말리의 노래다. 이 노래처럼 여성은 눈물을 거두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은 눈물을 넘어 피흘리며 신음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어김없이 돌아오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행사와 집회가 꼬리를 무는 가운데, 베를린에서도 이날을 전후로 많은 '세계 여성의 날' 행사들이 개최됐다. 오늘날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날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세계 여성의 날의 태동은 지금으로부터 9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8년 3월 8일 뉴욕의 여성노동자들이 공장에서의 열악한 작업조건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주로 직물공장에서 일하던 그들은 쉬는 시간도 없이 하루 15시간씩 중노동에 내몰리고 있었다.
이러한 고통에 반기를 든 1만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과 선거권을 요구했지만, 뉴욕 경찰은 체포와 구금으로 대답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그렇게 역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1910년 독일의 걸출한 여성 사회주의자인 클라라 체트킨이 국제 사회주의자 여성회의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제안했고, 이듬해 1911년 3월 19일에 최초의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날 독일,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덴마크에서 100만여 명의 여성들이 제국주의 전쟁 반대, 노동보장법, 여성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8시간 노동, 최저 임금 보장 등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후 세계 여성의 날 행사는 2월 말에서 4월 말 사이에 개최되다가, 1921년 공산주의 여성회의의 결의로 3월 8일로 확정된다. 하지만 독일에서 '여성의 날'은 1932년 독일을 장악한 나치에 의해 금지되고 '어머니의 날'로 대체된다.
전후 독일의 소련 점령 지역에서는 이미 1946년, 여성의 날 행사가 다시 시작되었고,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도 그 날을 휴일로 지정해 여성의 사회적 해방을 내세운 행사들이 거행되었다.
한편 서독의 헌법은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다'고 명시했지만, 서독의 '여성의 날'은 60년대 말 68혁명이 물꼬를 튼 여성운동의 폭발적인 위세와 더불어 비로소 본격적인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의 시위로 시작된 68혁명은 서독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지만 운동 내부에서 남성들의 권위적 태도에 반발한 여성활동가들은 여성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독자적인 조직화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여성운동은 70년대에 본격화되는 신사회운동의 중요한 가지를 형성하게 되었다.
1977년 결국 UN은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적으로 받아들인다.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변화시켜 여성이 자신의 삶을 경제·물리적으로 포괄, 통제할 수 있도록 사회 모든 계층의 철저한 사회 혁명이 필요하다"고.
현재 수많은 여성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10억에 달하는 문맹자들의 70%가 여성이고, 아프리카 에이즈 감염자의 58%가 여성이다. 또한 세계 전체 임금의 10%만 여성들의 손에 들어갈 뿐이며, 전 세계 재산의 고작 1%가 여성의 몫이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20∼50%의 여성들이 세계적으로 파트너나 남성 가족에게 신체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다. 전쟁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도 여성이다.
세계의 가장 가난한 여성들은 대체로 남반구와 동유럽에 속해 있다. 특히 동유럽 여성들은 현실 사회주의의 꿈이 무너진 잿더미 위에서 자본주의의 '물질적 꿈'에 일방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그것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현재 독일에서는 무려 14만명의 동유럽 여성들이 매춘에 종사하고 있다. 그들을 현지에서 '돈'으로 유혹해 독일 내로 조달하는 불법 인신매매 조직들이 활개를 치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 '더 나은 삶'에 대한 동구 여성들의 꿈은 폭력과 구금을 동반한 이런 불법적인 매춘 조직의 손아귀에서 무참히 깨지고 있다. '전도된 현실 사회주의의 꿈'이 동유럽 여성들에게 '자본주의의 악몽'으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에서는 '역사를 만든 베를린 여성들'이라는 전시회가 세계 여성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이달 말까지 개최된다. 그렇다. 인류의 절반이 여성이라면 '역사의 절반'은 여성이 만든 것이다. 그렇지만 여성은 아직도 '절반의 권리'에만 머무르고 있다.
여성이 이 '절반의 권리'를 벗어나 남성과 실질적으로 동등해지는 날에야 '절반의 역사'가 끝나고 인류도 '온전한 역사'를 가지는게 아닐까?
그래야 여성이 눈물을 거두는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가 직접 쓴 3월 9일 부산일보에 실린 기사를 보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