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잡지는 1970년대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중앙>이 이끌면서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80년대 들어 <보물섬>을 필두로 만화잡지가 시장을 장악해 나가면서 사라지고 만다. <고래가 그랬어>는 어린이 교양잡지가 20여년 만에 다시 시장에서 먹힐 수 있을지 새로운 실험으로 다가온다.
전반적인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아동책만이 10년이 넘게 안정적인 판매를 기록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아동교양잡지의 등장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20여년 만에 등장한 어린이 교양잡지가 "과연 시장에서 먹힐까? 어렵지 않을까?" 하는 관심어린 걱정들도 많다.
인권, 미디어 비판, 노동운동 등 진보적인 소재 다룬 만화 실어
<고래가 그랬어>를 펼쳐들면 우선 '뚝딱뚝딱 인권짓기', '너, 텔레비전 끌 줄 알아?', '태일이' 등 인권, 노동운동, 미디어 비판 등 진보적인 교양을 다룬 것이 눈에 뜨인다. 분명 한국에서 이제껏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것을 과감하고 전면적으로 다루는 차별적인 소재 선정이다.
특히 <고래가 그랬어>가 시민단체 '인권운동사랑방'과 함께 가장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다는 '뚝딱뚝딱 인권짓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아동인권을 구체적인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제기하고 있다. 확실히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다루는 소재의 진보성만이 이 책의 다가 아니다. <고래가 그랬어>는 다양한 형식의 자유분방한 만화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만화 '신세기 소년 파브르'는 과학 상식을 제공하고, '을식이는 재수없어'는 아이들의 생활을 그리며, '누리네.fun'은 따뜻한 유머를 제공한다. 그 외 교양만화 '수학의 가치와 그 효용성'은 수학을 못해 자살한 귀신이 이야기를 패러디로 이끈다.
무엇보다 <고래가 그랬어>가 그간 지나온 과정을 보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주목하게 된다. <고래가 그랬어>는 몇 가지 측면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하나는 아동교양서라는 면, 다른 하나는 아동만화라는 면, 또 하나는 아동교육이라는 면, 크게 이 세 가지를 중심에 놓고 김이연(28) 편집장과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먼저 <고래가 그랬어>라는 제목이 참 재미있다. "엄마가 그래, 아빠가 그래?"하면, "고래가 그랬어"하고 응수하는 재미난 만화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김 편집장은 파격적인 제목에 대해 "처음 듣는 누구나 다 재미있어 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제목을 '봄', '싱싱' 정도의 이미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아이들을 대상화하는 시각이 묻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꺼렸죠. '고래가 그랬어'라는 제목은 별 뜻은 없고, 회의 석상에서 튀어나왔는데 재미있고 신선하다는 판단에서 결정했습니다.
굳이 제목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고래'라는 생물이 갖고 있는 생태적이고 신비한 느낌과 '그랬어'라는 말이 주는 소통의 의미에 뜻을 두고 싶습니다."
<고래가 그랬어>는 아이들의 인권 등을 다루며 우리 사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왜 이런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게 되었을까? <고래가 그랬어>의 취지는 창간 안내글에서 잘 알 수 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해 본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몹쓸 상업주의 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우리 삶과 정신 속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일,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을 배우거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찌감치 무한경쟁의 바다에 내던져집니다. 이 아이들을 어쩔 것인가? <고래가 그랬어>는 그런 고민을 담아 만듭니다."
초등학생이 경쟁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바다 속의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할 정도의 무한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그들의 삶을 되찾아주자는 취지를 읽을 수 있다.
한편, 김 편집장은 <고래가 그랬어>의 발간 취지는 김규항 대표의 고민과 맥락을 같이한다며 김 대표의 고민을 전하기도 했다.
"김규항 대표가 그동안 'B급 좌파'라는 별명을 가지고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보자고 글을 써 왔는데, 어느 순간 한계를 느꼈다고 해요. 머리가 굳어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얘기를 해봐야, 직접적인 실천이나 생활면에서 변화가 없었다는 거죠. 그러나 아이들은 변화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눈여겨보았죠."
계속해서 김 편집장이 발간 취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전혀 중립적이지 않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조금 더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일방적인 시각으로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이런 생각도 있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죠."
한편, 교육계에서는 <고래가 그랬어>의 창간을 환영하면서도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이유인 즉 의식성이 지나치게 강해 주입식 학습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아이들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고래가 그랬어> 초기의 작업을 볼 때,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동안 이루어진 아동교육 철학의 발전을 담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편집장은 지난 작업에 대해 반성의 뜻을 보였다.
"창간호 때 굉장히 지적을 많이 받았던 것이 주입식이라는 비판이었죠. 이제는 내부적으로 순화하고 있습니다. 책도 더 두꺼워지고 내용도 더 풍성해지고 변화가 있었지만, 그런 것보다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시각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죠. 아이들이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참여를 통해 아이들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 내세워
<고래가 그랬어>가 교육계의 비판을 받아들여 바뀐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우리끼리 도란도란'이라는 코너다. 개인적으로 '뚝딱뚝딱 인권짓기'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코너다.
'우리끼리 도란도란'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다양한 인권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하고 서로 생각을 나눈다. 그럼 간략하게 하나를 소개해 본다. <튼튼하게 건강하게 자라고 싶어요>(2004년 3월호)다.
토론 과정에서 아이 하나가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자동차가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고 무섭게 달리는 것을 문제 삼자 비슷한 사례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 학교 앞은 정말 문제야. 나도 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지나가는데 차가 너무 쌩쌩 달려서 겁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자기 자식이 이 학교에 다니면서 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빨리 달릴까? 남의 자식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43쪽)
매서운 지적이다. 아이들이라고 그냥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뿐 아니다. 학교생활에서 불합리한 것들과 급식 문제까지 거침없이 비판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남의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잘못도 인정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 정수기를 설치했을 때 종이컵을 사용했었는데, 컵 값이 많이 들고 그거 가지고 장난치는 애들이 많아서 쇠로 컵을 바꾼 거잖아. 우리가 불편을 부른 거야. 그리고 정수기 앞이 지저분하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누군가 나서서 치우고 닦으면 되는데 우리는 그것도 하지 않아. 더럽다고 신경질만 내지 말고 내가 먼저 치우자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 물론 나부터 해야지."(48쪽)
나아가 어른들은 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어린이의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우리한테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라고 하잖아. 그래서 피자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도 먹지 못하게 하는데, 정작 엄마아빠 바쁠 때는 피자나 시켜먹으라고 하시고, 바쁘다면서 신경을 전혀 안 쓸 때도 있고…. 학교 앞에서 불량 식품 파는 걸 봐도 좀 그렇고…. 그래서 다 말뿐인 것 같은 생각도 들어."(49쪽)
아이들이 특히 많이 지적하는 것은 부모들이 자기 자식만 아끼는 위선이다. 아이들 눈에도 다른 자식을 자신의 자식과 똑같이 아끼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자기 자식에겐 별별 것을 다 시키면서 관심을 갖지만 남의 아이들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아예 없는 것 같아. 하지만 건강은 사람의 생명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이니만큼 어른들이 자기 자식의 건강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조금 더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49쪽)
이 정도로만 소개한다. 김 편집장은 이 코너가 '뚝딱뚝딱 인권짓기'에서 만화로 알아본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얘기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아이들이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인권만화와 수화, '우리끼리 도란도란'을 같은 주제로 묶고 있어요. 아이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만화로 알아보고 그 주제를 친구들과 같이 얘기해 보는 거죠. '우리끼리 도란도란'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말하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토론을 한 번 시작하면 두 시간은 그냥 지나가요. 아이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것을 다 얘기해요. 처음에는 인솔교사가 참가했는데, 이제는 아이들끼리 토론을 해요. 아이들은 그냥 수다 떨면서 자기 경험담을 풀어내고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어김없이 아이들이 "아이, 후련해" 하고 말하죠. 아이들이 말할 통로가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어서 아이들을 주체로 나서게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다.
"아이들을 주체로 나서게 하는 문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참여하고 스스로 주체로 나서서 하는 꼭지를 전체에서 삼분의 일 이상이 넘어가는 잡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생님이 그랬어'나 '만화가 그랬어'도 아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로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것으로 하고 있어요."
또한 김 편집장은 현재 홈페이지를 개편중인데, 토론방을 제공함으로서 아이들의 소통 공간을 마련해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 계획도 있다고 밝힌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만화 선보일 필요 있어
김 편집장은 만화라는 양식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좋은 생각도 아이들이 읽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 그 과정에서 만화라는 그릇을 사용하게 되었죠"하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이번에는 아동만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고래가 그랬어>의 만화를 보면 양식의 측면에서 매우 다양하다. 다양한 만화 양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래가 그랬어>가 어린이만화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 보았다. 어린이만화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 <고래가 그랬어>의 만화는 양식적인 측면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현재 아이들이 보는 만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일본만화와 학습만화, 이 두 가지죠. 아이들에게는 이 두 부류의 만화만이 제공되죠.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학습만화처럼 목적의식을 띄지 않고 일본만화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그러면서 더 다양한 만화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김 편집장은 <고래가 그랬어>에 만화를 그리는 이가 정식 만화가가 아닌 <고래가 그랬어>가 발굴한 만화가인 점을 강조한다.
"현재 <고래가 그랬어>에는 많은 만화가 있지만, 만화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요. <비빔툰>의 작가 홍승우씨나 박무직씨 정도가 만화가라는 호칭을 얻고 있죠. 일러스트레이터가 많고, 본격적으로 만화를 하지 않은 분도 저희 잡지에서는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만화가 다 성격이 다르고, 그림체도 너무 다릅니다.
순정만화풍부터 시작해서 일본만화풍도 있고, 초등학생이 그린 풍도 있죠. 저희가 만화의 형식을 빌린 이상, 장점을 많이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작가를 섭외하는 편입니다."
뿐만 아니라, 복간만화도 있다고 한다. 바로 고우영 화백의 '거북바위'다. "'거북바위'가 70년대 중반에 나왔다고 해요. 오래된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흥미로워합니다"하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언론에는 홍보를 부탁하지 않습니다"
대개의 잡지들을 보면 광고가 절반이다. 그런 점을 생각할 때, <고래가 그랬어>는 광고가 기껏해야 대여섯개 정도로 매우 적은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그마저도 상업광고라기보다는 정말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거나 아이들에게 유익한 공연을 소개하고 있다.
김 편집장에게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말을 건네며, 이런 광고방침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건지 물어보았다. 김 편집장은 "앞으로도 광고는 적게 실을 계획"이라며 다음과 같이 보충설명한다.
"처음부터 굳이 책광고만 받겠다는 것이 아니었고요, 아이들에게 유익하지 않은 것은 싣지 않겠다는 방침이었습니다. 지금 들어온 것이 책광고밖에 없어서 책광고만 있는데, 앞으로 상업광고가 들어올 수도 있어요. 그런 광고가 그 제품이나 회사가 아이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싣겠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또 하나. <고래가 그랬어>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신문에는 홍보를 부탁하지 않겠다고 한다. 정말 그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가 장난스럽게 "우리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신문은 어떤 신문입니까?"하고 물어보자, "그걸 말해야 하나요? 충분히 아시지 않나요?"하고 대답한다.
"창간호가 나오면 소위 말하는 영향력이 큰 세 개 일간지에 광고를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저희는 그런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독자들의 반응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김 편집장은 "일단은 호의적"이라고 답한다.
"특히 교사들 반응이 좋습니다. 교사 분들은 이 책을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료로 사용하고 있어요. 인권만화, 미디어만화를 학습자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고, 때로는 저희 부록을 따로 30부씩 요청해서 학습자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 편집장은 또 대상으로 삼고 있는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까지 <고래가 그랬어>를 찾아본다고 한다.
"저희 독자층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취학 전 아동이나 중등학생까지 퍼지고 있어요. 의외로 중학생들이 엽서를 많이 보내오고 있어 놀라워요."
이어서 김 편집장은 아이들의 고민을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라서 다시 한 번 놀란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고민이 있어요'라는 꼭지가 있어요. '인권운동사랑방'과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삼당을 해주시는데, 여기에 고민상담이 매우 많이 들어와요. 저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예요. 대부분이 왕따, 집안폭력 문제예요.
처음에는 '학원가기 싫어요', '공부하기 싫어요' 정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례들이 많아서 충격적이었죠. 그리고 의외로 성문제도 심각해요, 이 경우는 어떤 학부모가 '도대체 이런 내용을 왜 싣느냐'고 항의가 들어오기까지 했어요."
또 김 편집장은 이제는 아이들의 성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하며, <고래가 그랬어>에서도 관련 코너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부모가 이제는 아이들의 성문제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는 저학년들까지 연령층이 매우 낮아졌어요. 그래서 저희도 성에 관한 코너를 신설하려고 하는데, 너무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이라 접근방법에 있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 편집장은 그것이 <고래가 그랬어>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고래가 그랬어>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책이 다루지 못한 주제들을 계속 건드리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존재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편, 판권을 보면 편집자문에 "고 이오덕"이라고 써있다. 이미 돌아가셨는데도 그의 이름을 빼지 않고 넣는 이유를 물어 보았다. 김 편집장은 "그 분이 가지고 계셨던 교육철학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책을 내면서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을 듯한데,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지 물어보았다. 김 편집장은 "일단 아이들이 도대체 어떤 인간들인지 아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하고 말한다.
"아이들이란 어떤 존재인가라고 규정짓는 것과 그것에 맞추어 이 잡지에서 그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 것인가가 항상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작가의 원고가 늦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제대로 말을 걸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김 편집장은 판매상황이 어떤지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판매부수 공개를 꺼려했다. 그러나 기자가 서점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아직은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만들기에는 벅찬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래가 그랬어>를 통해 아이들이 '떳떳하게' 주체적으로 서고, 주위의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는 세상이 앞당겨지길 바란다. <고래가 그랬어>의 부제처럼, 아이들이 '떳떳하게 그리고 함께'하는 세상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