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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에는 조기를 달아야 합니다. 조기는 국가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을 국가 전체가 추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태극기를 깃봉에서 태극기 하나만큼 내려 닮으로써 그 슬픔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조기를 달았습니다. 현충일이 아니어도, 조기를 달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정치모리배들에 의해서 이 나라의 주권이 강탈당했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견제’하라고 보낸 사람들이, 자신들이 권력을 차지할 목적으로 국민이 뽑아 놓은 국민의 권력을 끌어 내렸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어야 할 사람들이, 법을 가장 중요한 행동의 지표로 삼아야 할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 국민들의 뜻과 법을 저버렸습니다. 국민의 뜻인 여론도, 탄핵소추를 위한 법조항도 그들은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뜻이 탄핵된 것입니다. 국민들이 지켜왔던 법이 법을 만들었던 사람들에 의해서 탄핵된 것입니다. 적법한 절차와 적법한 민의(民意)가 아니라, 정치 폭력배들의 숫자놀음에 의한 폭력이 이룬 치욕스러운 결과입니다. 국민들이 탄핵하고자 했던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국민들에 대한 탄핵’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국민들의 뜻이 죽어 버렸습니다. 국민들이 적법하게 행사한 주권도 짓밟혔습니다. 많은 목숨들을 밑거름 삼아 이루어 온 민주주의 정신도 권력 놀음에 놀아났습니다. ‘국민들을 위한다’는 그들의 정당화 논리 속에 숨어 있는 권력에 대한 야욕이 국민들과 민주주의를 ‘두 번 죽이는 칼’이 되었습니다.

국회는 거대한 관입니다. 그 속에 우리의 주권과 우리의 뜻과 우리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꿈이 죽어 있습니다. 우리의 주권과 우리의 뜻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 만든 국회가, 그것들을 묻어 버리는 관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조의를 표합니다. 죽어 버린 ‘국민의 뜻’과 ‘국민의 주권’에 대한 조의입니다. 짓밟혀 버린 ‘민주주의 정신’과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꿈’에 대한 조의입니다.

평상시 잘 펼쳐 보지 않았던 태극기를 꺼내 봅니다. 그 속에 담겨 있었던 우리의 주권과 꿈, 그리고 열망들에 대한 조의를 표하면서, 태극기 하나만큼 깃봉에서 내려서 태극기를 묶었습니다.

정작 태극기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한 칸 밀려나 버렸습니다. 국민의 주권과 뜻도 덩달아 한 칸 밀려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이 태극기가 자기 자리를 찾는 날, 국민의 주권과 뜻도 제 자리를 찾아가겠지요.

오늘 조기를 게양했습니다. 아직은 아무도 달지 않은 하늘 아래에 슬픈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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