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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SK(주)의 42차 정기 주주총회가 워커힐 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12일 SK(주)의 42차 정기 주주총회가 워커힐 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최태원 회장이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12일 워커힐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SK(주)(이하 SK)의 42차 정기주주총회에서 SK가 추천한 후보들이 이사진으로 모두 선임돼 SK는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SK나 소버린 양측 모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정관개정안은 모두 부결돼 경영투명성을 위한 실질적 제도 개선은 무산됐다.

이날 주총에서 신헌철 SK가스 대표이사 부사장을 SK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이 찬성 56.13%로 가결된 것을 비롯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는 SK가 추천한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장과 SK와 소버린이 공동으로 추천한 남대우 대한광업진흥공사 비상임이사가 선임됐다.

주주총회 진행요원들이 표결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바코드를 이용한 집계방식을 사용했다.
주주총회 진행요원들이 표결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바코드를 이용한 집계방식을 사용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소버린의 완패, 이사진 SK측 후보로 모두 선임

소버린이 단독으로 추천한 김준기 연세대 교수 선임건은 반대 53.17%로 부결됐다. 상법상 이사선임은 보통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가결된다.

사외이사선임 표결에서도 SK가 추천한 조순 전 부총리, 오세종 전 장기신용은행장, 김태유 자원경제학회 회장이 모두 선임됐고 소버린측이 추천한 한승수 전 외통부 장관, 조동성 서울대 교수, 김진만 전 한빛은행장 등은 모두 탈락했다.

이날 표대결은 주총 초반 이미 승부가 사실상 결정났다. 소버린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개정건 표결에서 찬성표는 47.4%, 반대가 51.7%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3%룰’이 적용된 정관개정 표결에서 나타난 이같은 찬반비율이 같은 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 표결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것. 3%룰이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 가운데 3% 초과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제한되는 것이다.

결국 이날 주총에서는 예상대로 SK가 추천한 이들이 모두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 모두 이사진으로 선임됐고 소버린 추천 후보들은 찬성표가 40%대에 머무르며 모두 탈락했다.

주총 바로 전에는 SK측은 국민연금의 지지 선언으로 한껏 자신감에 부풀었고 소버린은 표대결은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표대결 결과, 의결권을 위임받으려 임직원들이 주주들을 직접 방문하는 등 주주표심을 잡기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SK의 승리로 돌아갔고 1년여 동안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 됐다. 유능한 이사들로 이사진을 새로 구성해 최태원 회장을 물러나게하겠다고 큰소리 쳤던 소버린은 최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주총을 기다려야만 하게 됐다.

양측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안 모두 부결

한편 관심을 모았던 지배구조 개선안은 모두 부결됐다. 소버린이 제안한 집중투표도입, 내부거래위원회 신설, 이사임기 1년으로 축소건, SK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과반수, 투명경영위원회 신설 등 정관변경안 은 모두 찬성표가 3분의2를 넘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정관 변경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식수의 3분의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소버린 측 관계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소버린 측 관계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이번 주총에서 SK는 경영권 방어에 성공해 한숨 돌리게 됐지만 많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SK측은 당장 강도 높은 그룹 구조조정을 실시해야할 입장이다. 소버린이 비록 이날 표대결에서는 졌지만 “오늘의 결과와 상관없이 주주에게 보장된 권리로 SK주주의 이익을 위해 개혁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내년 주총을 기약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소버린은 이날 주총에서 각 표결마다 45%가 넘는 찬성표를 끌어모아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했다.

때문에 최 회장의 임기가 끝나고 의결권을 행사할 외국인 주주가 55%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주총에서 SK가 경영권 방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SK는 지배구조 개선과 그룹구조조정을 통해 투명경영 성과를 내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숨돌린 SK, 투명경영 성과 못내면 내년 주총 장담 못해

이에 따라 유정준 SK(주) 전무는 “연말까지 실질차임금을 5조 밑으로 낮추기 위해 저수익 자산과 투자 지분을 성역없이 처분하겠다”며 “연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해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황두열 대표이사 부회장도 “이번 주총에서의 승리는 국내외 주주들이 SK가 내놓은 지배구조개선안 내용과 실천의지를 높이 평가한 결과”라며 “전문성을 갖춘 새 이사진을 중심으로 투명경영위원회 설치안 등 정관명시 사항이 아닌 지배구조 개선안은 부결에 관계없이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주총에서 점점 영향력이 커져가는 소액주주들의 바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주총에서 소버린 측을 지지했다는 소액주주 이사헌씨는 “SK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강력한 그룹구조조정을 통해 에너지 화학 중심의 기업으로 거듭나야한다”며 “새로운 경영진들이 과거와 단절하지 못하고 불법 불투명 경영을 계속한다면 내년 주총에서 반드시 심판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를 지지했다는 한 소액주주도 “주총을 앞두고 SK가 과감한 지배구조개선안을 내놓아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1년간 지켜보며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년엔 입장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SK승리에 담긴 주주들의 표심은 SK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명경영과 독립경영을 정착시키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연 SK와 최 회장이 약속의 실천으로 시장의 불신을 씻어내고 ‘뉴SK'로 거듭날지 주주들의 이목이 SK의 향후 행보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 "최태원 회장 당장 불러와라"
7시간 걸린 주총 빵과 우유로 점심먹으며 진행

이날 SK(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는 아침 일찍부터 용역 경비원 50여명이 배치돼 주총장 출입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삼엄한 모습이었다.

주총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각 의안에 대한 찬반토론이 이루어지고 주주 전체의 동의를 얻지 못한 사안에 대해서는 표결절차에 돌입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작년 대차대조표 승인 건 처리에 앞서 한때 주주들이 최태원 회장이 직접 주총장에 나타나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소버린 측이 자본잠식 상태인 SK해운과 SK네트웍스 지원의 문제점에 대해 공세를 취해 안건처리에 진통을 겪기도 했다.

한 소액 주주는 “최태원씨가 작년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으면 이 자리에서 주주들에게 엄중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며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최고경영자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다른 한 주주도 “최태원 회장이 이 근처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 주총이 끝날 때까지라도 최 회장을 이 자리에 불러와 달라”는 긴급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주주들의 요구에 황두열 의장은 "나도 의장의 자격을 갖추고 있어 최 회장 없이도 주총은 성립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한편 윤종현 변호사를 비롯한 소버린 측 인사들은 주총장 앞쪽에 자리를 잡고 주요 안건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주총 초반 정관개정안에서 소버린의 패배 양상이 드러나자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모두 13건의 표대결이 벌어진 이날 주총에서는 빠른 진행을 위해 바코드를 이용한 개표방식을 도입했으나 운영상의 미숙으로 첫 표결이었던 집중투표제 도입안 표결은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등 시간이 상당히 지연되기도 했다.

주총 시간이 예상대로 길어지자 SK측은 주주들에게 점심식사 대용으로 빵과 우유 등 간식거리를 제공해 점심식사를 하며 주총이 진행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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