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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국회에서 일어 난 후, 나라 전체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것은 새로운 희망일 수도 있고, 퇴보의 나락이 될 수도 있음도 알고 있다. 광화문과 금남로, 그리고 서면과 동성로를 위시한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촛불들은 이러한 상황을 희망으로 만들어 보려는 '국민들의 의지'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국민들을 바보로 안다. 60년대 70년대처럼 여전히 계도해야 할 대상이고, 깨우쳐 주어야 할 대상으로 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말 한마디에 국민들의 판단이 언제나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쿠데타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고, 권력의 행방 앞에서 언제나 무릎을 조아리는 사람들로 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말만 보아도, 이것은 사과할 사안만을 가지고 탄핵을 이끌어 낸 것이다. 분명 '쿠데타'이다. 논리학의 '논'자만 알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사안이다. 굳이 법리적 해석과 같은 어려운 말을 붙이지 않아도, 기준 없는 권력욕의 소산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들이 이것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들은 모르는데, 방송이 괜스레 난리를 피운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언론사 항의 방문을 통해 자신들의 쿠데타 명분을 방송이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고 협박한다. 계속 이러한 식으로 하면 수신료를 내지 않게 하겠다고 으름장도 놓는다.

방송 보도가 탄핵소추 반대 위주로만 편집되고 있다는 비판을 서슴없이 하면서, '공정해야 할 언론'인 방송 3사가 모두 그러하다는 데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소위 '언론 탓'이란다. 국민들은 모르고 있는데, 방송에서 그렇게 편집하니까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알게 된다는 말이다. '바보 같은 국민들'을 언론이 부추기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은 아예 언론의 설문조사에도 '음모'가 끼어있는 것 같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국은 '묵묵한 안정세력'이라는 말이다. 잘못된 여론조사가 자신들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간다고 말한다. 여론조사체계에 대한 상식마저 거부하면서, 국민들을 여론조사 하나도 제대로 응하지 못하는 바보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있어서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촛불집회는 선동세력에 의한 불법집회일 따름이다. 노사모라는 불법단체가 주동이 되어서 그들의 선동정책에 말려든 '바보 같은 국민들'의 순간적 감정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집회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곧 '맞대응'이 있을 것이라고도 하고, 그들이 헌법재판소에 압력을 행사한다고도 한다.

그랬다. 그들은 이처럼 국민들을 여전히 바보로 안다. 실제 16대 국회에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인물들을 저처럼 많이 보낸 것을 보면, 국민들은 바보였을지도 모른다. 돈에 의해서 권력에 의해서 조작된 사실들을 그대로 믿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책임이 분명 국민들에게도 있다. 그 결과가 작금의 현실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바로 지금 국민들은 16대 국회를 이런 식으로 뽑은 것에 대해서 후회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한 많은 촛불집회가 노사모 회원으로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된 입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동이나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국회를 향해 '레드카드'를 뽑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국민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공정한 보도와 그렇지 않은 보도를 구분하기 시작했으며, 자신들의 무책임함이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권력이 자신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했으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방법을 열기 시작했다. 촛불집회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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