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손이 시려워서 기사를 못 쓰겠다."
열린우리당 기자실이 '오픈'한 첫 날인 15일, 출입 기자들이 때아닌 추위를 호소하며 당측에 '난방대책'을 주문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 기자들은 당사 기자실을 방문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도저히 추워서 기사를 쓸 수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해프닝이 기자실 '오픈' 첫날 일어난 것은 30년 된 청과물 폐공판장을 리모델링한 새당사에 냉난방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자실이 3층 출입구에 인접해 있어 외풍이 그대로 전달되는 '지리적 결함'까지 갖추고 있어 기자들은 추위에 떨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열린우리당 대변인실은 '열악한' 기자실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선풍기 모양의 소형 난방기구를 '급조', 기자실 곳곳에 비치했지만, 70여평에 이르는 넓은 기자실을 데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의도에서도 고급 빌딩으로 분류되는 전 당사(천국)와 영등포에서도 재래식 건물로 통하는 신당사(지옥)을 하루 아침에 오간 셈이다.
결국 기자들은 난로가 설치된 대변인실로 삼삼오오 '대피'했고 대변인실 직원들을 향해 농반진반으로 "자기들만 따뜻한 데서 일하고 기자들을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온기'를 찾아 기자실을 비우는 기자들도 일부 눈에 띄었고, 당직자들로부터 '노란색 점퍼'를 빌려 입어 '당원화(化)'되는 기자들도 몇몇 있었다.
기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이를 견디다 못한 열린우리당 대변인실측은 대형 온풍기를 즉시 구매해, 이날 오후 기자실에 설치했고 그때서야 비로소 기자들의 불만은 누그러졌다. 아울러 대변인실측은 주변 청과물 상회에서 구입한 '딸기'와 '바나나'로 '입막음'하며 기자들의 '화기'(火氣)를 달래기도 했다.
기자들은 당사 '후진적' 화장실 시설에 대해서도 불편해했다. 남녀 화장실이 얇은 판자때기 하나에 의해 구분되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최소한의 기본 '용품'이 비치돼 있지 않은 것도 그러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열린우리당 출입기자들은 오전 내내 이 말만 입에 담고 있었다.
# 장면 2 공사장? 회의장?
주말, 연이은 대규모 탄핵반대 촛불시위와 야 3당의 언론사 항의방문으로 정국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던 15일, 열린우리당은 오전 9시30분 새당사 2층 소회의실에서 헌정수호와 국정안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전날 야당이 방송사의 편파보도와 탄핵반대 촛불시위의 불법성을 문제삼은 데 대해 열린우리당 비대위 위원들이 작심한 듯 비난을 퍼부으려 할 즈음, 갑자기 회의장 밖에서 "쾅쾅쾅", "웨엥∼"하는 굉음이 이들 의원들의 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격앙된 표정으로 발언을 이어가던 이들 비대위원들은 이내 맥이 빠진 듯 잠시 발언을 멈추었고, 기자들도 회의장 밖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들 비대위원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특히 비대위 상임위원은 신기남 의원은 굉음을 제압하기 위해 '볼륨'을 높여가며 격분한 감정을 토해내기도 했다.
중차대한 회의를 진행중인 이 시각, 회의장 창 너머에서는 한창 사무실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회의실이 위치한 2층 사무실 너머는 소속 의원 및 당직자 주차장이어서 자동차 엔진소리도 끊기질 않았다. 창문을 닫았지만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열린우리당 비대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불만을 직접적으로 호소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짜증섞인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호사스러운 고급당사를 떠나 폐공판장으로 옮긴 그들이 감내해야 할 '고역'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