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탄핵반대촛불집회가 문화행사로 변모했다.
16일 오후 7시부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진행된 촛불집회는 전날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2000여명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이전 집회와는 다르게 공연프로그램이 많이 보강되어 다양한 문화공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래참여도 이어져 집회 참석자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 시민은 기타를 들고 나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자작곡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노갈(27. 동아대학교)씨는 "오늘 오전에 급히 노래를 작곡했다"며 "촛불집회가 집시법에 의해 해산될까봐 노래를 준비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부경대학교 신입생들 중심으로 이루어진 '새내기 문예단'도 무대에 나와 멋진 춤솜씨로 많은 박수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부경대 새내기 문예단은 비정기모임 동아리인데, 탄핵이라는 상황을 맞아 안무와 노래를 급히 선곡했다고 전했다. 문예단 리더인 진군효(23. 부경대 국문과)씨는 "집회가 허락되지 않으면 즐거운 축제를 해야 한다"며 "실제로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해보니 즐겁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같이 참여한 신입학생들은 "촛불집회에 앉아있기 보단 무대에 나가서 춤을 추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며 "우리들이 탄핵정국의 시기에 뜻을 모아 자발적으로 집회참여를 원했다, 우리 대학생들도 생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민주작가협의회에서는 참석자들에게 시낭송을 들려주기도 했다. 잔잔하지만 뜻이 있는 메시지로 많은 참석자들을 감동을 이끌어 낸 무대였다.
통일시민연대 한상렬 목사는 무대에 올라 "우리는 촛불은 끝끝내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나도 노래를 한곡 할건데 음치지만 들어 달라"라며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유도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선보이기도 했다. 전날과는 다르게 쓰레기봉투를 한 줄로 엮어 참석자들의 머리위로 지나가면서 성금을 모았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였으며 언론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사회자는 중간중간마다 "탄핵사태 이후 소주판매량이 늘어났다"면서 "소주 값을 아껴서 성금도 내고 옆에서 노점하시는 분들의 물건도 팔아주자"라고 말해 거리 노점상들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이날 무대에는 전포동에 사는 두 아이의 어머니라는 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그녀는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서 나왔다"며 "아이들이랑 점심을 먹으며 TV를 봤는데 탄핵관련 방송이 나오자 기가 막혀 열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탄핵이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집에만 앉아있기보다 이렇게 자리에 나와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며 "다음부터는 신랑도 데리고 나와 열심히 참석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밤 9시에 끝났다. 촛불집회 기획자는 "문화행사로 변모해 집회를 하게 됐다"며 "앞으로 다양하고 실속 있는 공연프로그램을 준비해 집회를 좀 더 활기차게 바꾸어나가겠다"라고 했다. 그는 부산촛불집회 또한 야간집회개최로 인해 경찰측로부터 행사관계자 5명이 소환장이 발부받은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