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중 장관은 “복지부가 담당하던 보육정책을 여성부로 이관하도록 적극 추진해왔다”면서 “부서 내에서도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여성의 사회적 참여 확대를 폭넓게 추진하기 위해 보육을 여성부에서 총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장관은 “건강가정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의 가족정책은 복지부 소관”이라면서 “가정문제만은 여성부의 입장과 기본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 이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아울러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행복하게 사는 것이 건강한 가정의 모습”이라면서 “사실혼 관계나 동성결혼 등은 다양성 차원에서 인정되어야 하는 가정의 모습이긴 하지만 결코 건강한 가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과의 일문일답.
- 취임 1주년을 맞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시민단체에서 나가라고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 ‘김 복지가 나가야 할 8가지 이유’까지 제시하면서 비판을 받았던 때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훗날 되돌아보면 내가 한 결정이 시민단체가 요구했던 것보다 분명히 더 잘했다고 평가받게 될 것이다.”
- 시민단체와 갈등이 있었던 포괄수가제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금은 진료 행위 하나 하나에 대한 행위수가가 매겨지는데 이것이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의사들이 의료행위를 창출해서 도둑질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포괄수가제는 한 질병에 대해 수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적정진료를 하게 되지만 일부 질병의 경우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감기 같은 질병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를 적용해도 무리가 없지만 고도의 의료행위가 필요한 부분에도 전면 적용하기는 어렵다. 약 450개 정도의 질병에는 포괄수가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분명한 것은 포괄수가제 적용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 최근 경제가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빈곤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빈곤대책이 없다고 매번 지적하는데,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식생활이 불가능한 인구를 150만명(3%)으로 본다. 이들이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들이다. 이들의 의식주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보장한다. 그런데 전체 인구의 7%에 해당하는 320만명을 ‘빈곤층’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국가가 도와주지 않아도 밥은 먹는다. 임대주택 등에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주거도 어느 정도 해결된다. 문제는 의료비다. 빈곤층 7%에 대한 의료비를 국가가 보장해주어야 한다.”
- 장관으로서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전염병 관리체계를 확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총칼을 들고 적군이 쳐들어오는 것보다 전염병 균이 들어오는 것이 사실 더 무서운 것이다. 지난해 사스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김치를 먹어서 사스에 걸린 환자가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복지부가 필사적으로 대처했다.
11월이 되면 다시 사스가 돌 거라고 해서 지난해 9월 전염병 예방을 위해 1500만명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독감이 걸린 상태에서는 그것이 사스인지 독감인지 구별이 어렵다. 그래서 철저하게 예방을 해야 한다. 보통 독감 예방주사를 700만 정도 맞는데, 이번엔 그 두 배로 늘렸다. 어느 집단이든 1/4 이상이 예방접종을 하면 전염병이 만연되지는 않는다.”
- 올해 복지부 최대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올해를 암 정복의 해로 정했다. 매년 새로운 암 환자가 10만명씩 늘어난다.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6만명, 걸리면 70∼80%가 죽는다. 또 어느 병원을 갔느냐에 따라 죽고 사는 게 달라진다. 미국은 암 환자 생존율이 60%다. 우리는 20%다. 이 차이는 바로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에 암센터 13개를 만들 계획이다. 인터넷 진료, 협진 등을 통해 치료 시스템을 갖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산이 없다. 그래서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 올해 500원 정도 올려서 일단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암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예산이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단 암센터가 건립되면 생존율 60%는 자신 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할 줄 알았는데, 출마를 접은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은 나가려고 했다. 국회의원이 돼서 노 대통령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향 논산에 가서 어른들도 만나 인사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논산은 이인제 의원이 지역구로 있는데 대통령 자신과 지난 당내 경선 때 경쟁을 했던 분이고, 또 그 분이 있는 곳에 나간다고 하면 ‘표적공천’이란 소릴 들을 것이라며 말렸다. 또 하나는 다른 장관은 몰라도 복지부 장관만은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사스에 이어 조류독감까지 민생이 불안한데, 장관이 출마한다는 게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 대통령께서 상당한 신뢰를 하고 있다는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난 1년 동안 복잡한 문제를 슬기롭게 잘 해결한 것 같다. 사스에 대한 대응책이나 의보재정통합문제 등을 잘 처리하지 않았나 싶다. 국민연금 문제도 공단 내부의 문제 때문에 해결이 안 되는 것이지 법안은 잘 만들었다고 본다. 시민단체에 인기는 없어도 정책면에서는 신뢰를 얻고 있다.”
- 요즘 여성계가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향해 힘찬 질주를 하고 있다. 학계에 있을 때부터 여성의 정치참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걸로 아는데, 요즘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여성의 능력이 많이 신장됐다. 이제는 여성에게 무언가를 맡기면 잘한다는 걸 알아주는 시대가 됐다. 여성지도자로서 여성계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낀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 파워를 키워나가야 한다. 여성전용선거구제가 실시됐더라면 좀더 많은 여성들이 국회로 진출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 보건복지부장관은 언제까지 하고 싶은가.
“참 외풍이 심한 자리가 이 자리인 것 같다. 임기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적어도 올해는 복지정책에 대한 틀을 잡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보육업무가 여성부로 이관됐는데, 가정 관련 정책은 어찌되는가?
“처음에 보육을 여성부로 이관하자고 제의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보육은 여성부로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나라에 보육부장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만큼 보육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건실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정에 관한 한 여성부와 생각이 다르다. 복지부가 낸 ‘건강가정기본법’에 문제를 걸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 어떤 가정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가.
사실혼 가정, 미혼모 가정이 많아져야 하는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와 부모가 가정을 이루는 것이 건강가정이다. 우리 국민 80% 이상이 내가 생각하는 가정이 바람직하다고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가정과 관련된 정책을 여성부로 이관하는 것은 절대 반대다. 다양한 가정형태에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적어도 예외적 가정을 육성하는 식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