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에는 조망이 아름다운 '거린사슴전망대'에서 잠시 70경의 운치를 즐겨 보기로 했다. 사슴이 많아 '거린사슴'이라 불렀을까? 제주시에서 1100도로를 타고 가노라면 계절마다 느끼는 자연의 섭리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한라산 기슭을 가로지르는 1100도로의 매력은 항상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길목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거린사슴전망대'이다. 거린사슴은 녹하지오름에서 동북쪽으로 약 2.3㎞정도 올라간 곳에 있는 오름이며 기생화산지대이다. 특히 이곳은 사면의 광활한 목장지대와 경계를 이루고, 가장자리에 가로누워 멀리 해안선을 굽어보고 있다. 전망대는 거린사슴 중턱의 1100도로변에 마련돼 있다.
오름과 광활한 들판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서귀포 시내와 해안절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곳은 조망이 특히 아름다운 곳으로 통한다. 뿐만 아니라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는 해발 700m 지점으로 인간과 동·식물이 기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가장 이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거린사슴전망대에는 길을 떠나온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었다.
어디선가 달려온 관광객 한 사람이 망원경으로 세상 보기에 정신이 없다. 평소 같으면 동쪽으로 각시바위, 서귀포시내, 섶섬, 문섬, 범섬, 월드컵경기장, 중문관광단지, 군산, 가파도, 마라도, 산방산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름이 얇게 깔려 있는 거린사슴전망대의 주변을 희뿌연 안개가 감싸고 있었다. 아마 조물주도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꺼번에 다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가 보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서귀포의 바다는 보일 듯 말 듯 아련하다. 그 끝은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여기저기 드러누워 있는 오름 뒤에서는 연기처럼 피어 나는 뭉게 구름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세상은 어떨까? 광활하게 펼쳐진 목장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섬들도 오늘은 안개에 젖어있었다.
'거린사슴'. 왜 이곳을 거린사슴이라 불렀을까? 거린 사슴전망대에서 사방을 보니 세 개의 작은 오름이 서로 어깨를 걸고 나란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옛날 이 오름에 사슴이 많이 살았고, 또한 사슴을 길렀다고 한다. 그래서 거린사슴전망대라고 불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곳의 봉우리들이 서로 갈라져 있다는 점에서 '거린사슴'이라 부른다고 한다. '거린'이 '갈라지다'의 제주어라고 하니 그 의미도 참 뜻깊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한라산을 가로질러 달려온 자동차의 행렬이 '거린사슴전망대'를 꽉 채웠다. 어느새 거린사슴전망대에는 기별도 없이 찾아온 손님들로 술렁였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 자동차의 열기를 식히는 사람. 모두가 무거운 짐을 풀어놓고 쉬어 갈 수 있는 고갯길이다. 거린사슴전망대는 삽시간에 고속도로 휴게소같은 휴식처가 되었다.
한라산 1100고지 휴게소에서 중문쪽으로 7.3km지점에 위치한 거린사슴은 탁트인 넓은 시야를 제공하며 날이 맑은 날에는 서귀포 시내는 물론이고 마라도까지 내다볼 수 있다.
특히 망원경에 500원 넣고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은 무한대로 확대한 풍경처럼 그 촛점이 흐려 있었다. 그러나 오름과 광활한 들판과의 조화로운 광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음이 떠나온 자들에게 한순간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덧붙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