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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도 바닷가에서 잡은 개불
원주도 바닷가에서 잡은 개불 ⓒ 김성철

가족들과 함께 섬여행
가족들과 함께 섬여행 ⓒ 김성철

휴일 가족들과 함께 개불을 잡으러 전남 고흥군 과역면에 있는 원주도로 갔다. 현재는 다리가 놓여져 차량 왕래가 원활하다.

이 곳은 청정해역으로 개불, 낙지, 고막, 가리비, 굴, 조개 등 각종 해산물들이 풍부하고 바다 낚시터로 유명해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

배를 타고 섬 한바퀴 돌아보면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개불 잡을 시간을 잠시 잊는다. 썰물 시간대에 맞춰 배에 내려 호미로 뻘 밭을 샅샅이 뒤지다보면 해삼, 낙지, 조개 등을 주울 수 있다.

갯지렁이과에 속하는 개불은 수심이 깊은 모래 뻘에 산다. U자형의 구멍을 깊이 파고 살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좀처럼 잘 보이지 않는 해산물이다.

개불이 사는 곳을 찾으려면 바닷물이 빠진 모래 뻘 밭에 새끼손가락 만한 구멍이 나 있는데 그 주변을 유심히 들어다보면 실보다 가는 배설물을 남긴 흔적이 보인다.

개불 잡는 방법은 가는 구멍에다가 검지손가락을 쑤시면 금세 도망가기 때문에 잽싸게 검지손가락으로 구멍을 헤집으면서 호미로 50cm가량 긁어 파들어 가면 반대편 구멍으로 도망가다가 손에 물컹 잡힐 때 잡아 꺼낸다.

힘겹게 잡아 올린 개불
힘겹게 잡아 올린 개불 ⓒ 김성철

원주도 바닷가에서 해산물 채취하는 모습
원주도 바닷가에서 해산물 채취하는 모습 ⓒ 김성철

개불 생김새는 하도 특이하게 생겨 처음 본 여성들은 웃음을 참느라 배꼽을 잡다가도 호기심에 슬그머니 만져보면 그 촉감이 너무나 이상야릇하여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개불을 먹으면 허약해진 성 기능을 회복시켜 준다 해서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요즈음에는 제철인데도 횟집에서조차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값이 폭등했다.

약 3시간 동안 작업하여 손가락만한 개불 23마리를 잡았다. 현지에서 개불 1마리 단가가 천원 한다고 하니, 2만3천원 번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싱싱한 개불은 횟집에서 살 수도 없고, 막상 돈 주고 사먹으려면 비싸서 엄두도 못 낼 것 같아 그냥 바닷가에 자리 펴고 시식했다.

개불 손질은 간단하다. 내장을 손으로 훑어내어 바닷물에 씻어 3등분으로 썬다. 초장에 찍어 마늘과 고추를 곁들이면 제 맛이 더 나고 입안에 넣었을 때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쫄깃하여 담백한 맛이 오래간다.

애들이 이제 막 잡아 온 개불을 보더니 "어머! 징그러운 거"하며 얼굴을 돌리더니만, 접시에 담긴 개불 횟감을 아빠 엄마가 게눈 감추듯이 먹는 것을 보더니 곁에 와서 "하나만 달라"고 말한다.

초장에 찍어 입안에 쏙 넣어줬더니만 아삭아삭 씹어 삼키면서 "맛있다! 개불 하나만 더 주세요"라고 조른다. 접시에 몇 마리 안 남아서 혼자 먹을 욕심에 "애들이 먹으면 피똥 싼다"고 거짓 엄포(?)를 했더니 "개불 안 먹겠다"고 말했다.

원주도 부근 정경
원주도 부근 정경 ⓒ 김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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